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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클래식으로 세상읽기 ⑤

클래식 음악 방송

인터넷 박리다매로 불법 다운로드 막을 수 있을까?

  • 조윤범│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yoonbhum@me.com│

클래식 음악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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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폰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애플사가 첫선을 보인 이후 국내에서 출시되기까지 3년이나 걸린 만큼 소비자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디자인과 편리성을 인정받은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하기까지는 많은 장벽이 있었다. 마침내 들어온 아이폰이 국내 디지털 음원시장은 물론 클래식 음악계에도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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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엔 음악을 즐기려면 공연장에 가거나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연주자를 만나야 했다. 그것도 아니면 직접 연주를 하거나. 유명한 사람의 연주를 보기 위해 몇날며칠을 말이나 마차를 타고 공연 장소에 가야만 했다. 이런 시대에 음악 공부를 열심히 해서 위대해진 작곡가들을 보면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세월이 흘러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다. 그가 최초이든 다른 사람의 기술을 짜 맞췄든 간에 이 물건 때문에 이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한동안 ‘레코드 판’의 약자인 줄만 알았던 LP라는 매체는 꽤 오랫동안 전성기를 누렸다. 서른다섯 살인 내가 고등학교 때까지 이걸 모아온 걸 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테이프를 돌돌 감아 작은 플라스틱 케이스에 넣고 사용하던 시대도 있었다. 그렇다고 아주 옛날 얘기도 아니다. 그러다 CD라는 것이 나왔다. 세상에 참으로 예쁘게 빛나는 은색 원반, 한손을 벌려서 잡을 수 있는 크기에 당시 최첨단 기술이라는 ‘레이저’를 사용해 아무리 재생해도 음질이 나빠지지 않았다. 가끔 스크래치가 나면 음악이 LP보다도 훨씬 빠르게 튀지만, 그거야 뭐 관리자 잘못이니까. 사람들은 말했다. “더 좋은 게 무슨 필요가 있나?” 하지만 음악 애호가들은 더 좋은 것을 원했다. 인간의 귀로 과연 구별할 수 있을까 의심될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 고음질의 SACD(Super Audio Compact Disc)도 개발됐다. 솔직히 말해, ‘음질은 점점 좋아지는데 사람의 귀는 진화를 멈춘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 적도 있다.

기기의 진화는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갔다. 바로 컴퓨터에서 듣고 재생하고 복사할 수 있는 매체다. 디지털 전도사 네크로폰테(미국 MIT 교수)가 얘기하는 ‘디지털화’가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세 글자로는 ‘MP3’, 네 글자로는 ‘음악파일’이다. 그렇다. 이렇게 만들어진 파일은 음악시장을 불법복제의 수렁에 빠뜨렸고, 그레고리안 성가 시대부터 12음기법 시대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터넷 음악 불법공유’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런 혼란의 시대에 누군가 나서 예술 소비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인가? 혹시 아무도 그것을 원치 않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이미 그 질서가 잡혀가고 있었다. 새로운 형태의 음악시장이 형성돼 세상은 다시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그런데, 정말 안타깝고 속상한 얘기지만, 한국에선 아직 그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없다. 도대체 밖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해답은 새로 나온 전화기에 있다.



유독 한국이 늦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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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폰을 통해 엄청난 규모의 음악시장을 만날 수 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바로 ‘아이폰(iPhone)’이다. 혁신적인 전화기라고 표현하기보다 그냥 ‘아이폰’이라고 해야 할 만큼 새롭고 충격적인 물건이다. 클래식 음악과 아이폰이 무슨 관계냐고? 일단 들어보시라. 2007년 1월, 미국의 애플컴퓨터는 휴대전화사업에 뛰어든다고 발표하면서 회사 이름을 ‘애플’로 바꿨다. 세계는 열광했다. “역시 애플!”이라고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운 디자인과 가장 인간다운 방식의 인터페이스로 기존의 PDA가 만족시키지 못한 모든 욕구를 해결할 기기를 내놓은 것이다. 사람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할 정도로 과감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애플이 만든 것이다.

그렇게 첫선을 보이고 그해 6월에 출시됐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선 몇 달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출시가 계속해서 연기됐다. 아이폰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사람들은 휴대전화업계와 통신업계에서 흘러나오는 소문에 귀를 기울였다. 아이폰을 들여오기로 한 회사들과 맺은 계약이 결렬됐다느니, 한국 시장에서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상한 얘기들이 무성했다. 그 사이 다른 나라에서는 아이폰을 사용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하고, 판매가 결정된 나라에서는 며칠을 줄 서 마침내 아이폰을 손에 넣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고 부러워했다. 물론 이런 때일수록 애국심을 발휘해 국산품을 애용하자고 소리 높인 사람들도 있다.

2009년 초 애플사는 프레젠테이션에서 세계지도를 펴고 전세계 확대 출시를 발표했다. 이웃나라 일본 지도 위에 핀이 꽂힐 때 수많은 사람이 환호했지만 정작 한국은 그냥 지나쳤다. 지도에만 표시가 안 된 것 아닌가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은 사람들이 출시 국가 목록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K’로 시작하는 나라 중에 케냐도 있었지만 코리아는 없었다. 한국은 아이폰이 첫선을 보인 이후 거의 3년이 지난 2009년 11월28일에야 80번째 아이폰 사용국이 되었다. 세계가 ‘외국산 휴대전화의 지옥’이라고 불리는 한국에서의 판매 추이를 지켜보는 가운데 예약 가입으로만 6만5000대가 팔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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