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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종횡무진 공간읽기 ⑧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

멀티플렉스, 거대 도시의 판타지아

  • 정윤수│문화평론가 prague@naver.com│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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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타임스퀘어 CGV

CGV스타디움 내부(왼쪽). CGV영등포 영사실.

옛날, 그 시절의 영화관을 잠시 떠올려보자. 서울극장, 단성사, 피카디리 등이 모여 있던 종로3가와 영등포 연흥극장이나 미아리 대지극장 그리고 신림극장, 세일극장, 삼양극장 같은 소규모 재개봉관의 추억들. 특히 이제는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없는 재개봉관 화장실의 나프탈렌 냄새를 기억하시는지. 의자는 낡을 대로 낡았고 비가 내리는 필름은 그나마 종종 끊겼으며 그때마다 ‘동네 형’들은 휘파람을 불어댔다. ‘가시를 삼킨 장미’(정진우 연출, 유지인·신성일 주연)나 ‘훔친 사과가 맛있다’(김수형 연출, 오수비·최윤석 주연) 같은 멜로 영화가 상영될 때면 옆자리의 나이 든 아저씨가 슬그머니 손을 잡기도 하지 않았던가. 조폭도 아니고 불량배도 아니고 양아치도 아닌, 그 시절의 어린 고교생들은 재개봉관의 2층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곤 했다. 오늘날의 젊은 세대에게 그 시절의 그런 추억이란 흡사 저 일제강점기의 풍문처럼 현실감 없는 과거지사가 되었다.

흔적 없이 사라져간 단관극장

거대 도시 서울의 유일한 단관극장이었던 서대문구 드림시네마(옛 화양극장)는 2008년 11월20일에 이제는 고색창연한 옛날 영화가 된 ‘영웅본색2’를 재개봉하면서 예전의 명성을 잇고자 했으나 결국 이듬해 5월 서대문 아트홀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단관 영화 상영에서 벗어나 뮤지컬, 연극, 콘서트, 기업행사 등으로 공간을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예전의 단관극장은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요즘 같으면 반드시 보존해야 할 ‘근대 건축물’로 지정돼 그 외형이나마 남아 있었을 을지로 국도극장과 초동의 스카라극장은 각각 1999년과 2006년에 철거됐다. 한 세대의 문화와 추억이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서울극장, 대한극장, 피카디리, 단성사는 한 세기를 전후로 하여 복합상영관으로 탈바꿈했다.

이 같은 사정은 전국적으로 비슷하다. 부산 유일의 단관극장이었던 남포동 국도극장도 복합공연장으로 바뀌었으며 영화 ‘친구’의 촬영 장소였던 삼일극장도 2006년에 철거됐다. 62년 역사가 사라진 것이다. 광주의 계림극장과 태평극장, 대구의 대구극장, 자유극장, 제일극장, 대전의 대전극장과 신도극장 등이 모두 멀티플렉스라는 골리앗 앞에서 허물어졌거나 고개를 숙이고 그 품으로 들어가 안겼다.

그리하여 오늘날의 영화관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CJ CGV 이상규 홍보팀장은 “오늘날의 소비생활 패턴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영등포 타임스퀘어와 이 안에 위치한 멀티플렉스 CGV”라고 말한다. “강남 코엑스몰의 1.5배 규모인 타임스퀘어 안에 백화점, 할인매장, 대형서점, 호텔, 스포츠센터 등이 있고 그 핵심에 CGV가 있다. 엇비슷한 소비상품을 나란히 늘어놓은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라, 정교한 동선 계산 결과에 따라 쇼핑 여가 레저 문화 등을 하나의 공간 안에 합리적이면서도 다채롭게 펼쳐놓은 가운데 CGV라는 핵심 문화 공간이 있다.”



멀티플렉스 군웅할거

이러한 새로운 유통 트렌드를 ‘몰링(malling)’이라고 한다. 이 몰링의 공간에서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행위 차원을 넘어 공간과 공간 사이를 걷는 행위 자체도 ‘이채롭고 즐거운 문화적 경험’이 된다. 그래서 ‘몰링’이다. 이 거대한 복합 소비 공간에서 하룻저녁을 다 보내는 젊은 세대를 ‘몰링족’이라고 부른다. 혹시 구글을 애용하는가? 그렇다면 ‘구글링’이라는 단어를 알 것이다. 몰링이라는 신조어도 같은 식이다. 미국의 몰 오브 아메리카, 일본의 커넬시티, 홍콩의 하버시티 등이 나라 밖의 대표적인 사례이며, 국내에서는 부산의 센텀시티(‘신동아’ 2009년 10월호 참조)가 이러한 ‘몰링’의 새로운 트렌드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앞으로 일산 레이킨스몰, 대구 봉무 라이프스타일센터, 부산 롯데타운 등 전국 각지에 20여 개 복합 공간이 개관할 예정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가 넘어서면 이 같은 대형 복합쇼핑몰이 신속하게 확대된다. 신조어 몰링은 새로운 파생어를 거듭 생산한다. 적극적으로 몰링을 즐기는 ‘몰고어(mall-goer)’, 동네 산책하듯이 거대한 몰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몰워커(mall walker)’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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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문화평론가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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