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부분 스코틀랜드가 우리나라의 경상도나 충청도처럼 영국의 한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생각하는 스코틀랜드는 절대 영국이 아니다. 흔히 우리는 ‘영국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할 때 ‘English’라는 표현을 쓰는데, 스코틀랜드에서 무심결에 “English people tend to(영국 사람들은 말야)…”라고 말을 꺼내면 상대방의 시선이 금세 싸늘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스코티시(Scottish)’나 ‘브리티시(British)’라는 표현을 써야만 한다. 실제로 BBC 뉴스를 보면 앵커들이 영국 사람들을 지칭할 때 반드시 ‘브리티시’라고 하며, 영국은 꼭 ‘유나이티드 킹덤(United Kingdom)’이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영국의 정식 국가명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연합왕국’이다.
문제는 이런 단순한 표현 차이에 머무르지 않는다. 내가 겪어본 글래스고 사람들은 대부분 정말로 자신들이 ‘영국인’이 아닌 ‘스코트인’이며, 자기들의 나라는 ‘영국’이 아니라 ‘스코틀랜드’라고 생각하고 있다. 영국 사람들이 지적하는 스코틀랜드 사투리, 즉 스코티시를 굳이 고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글래스고 사람들은 스코티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창피해 하기는커녕, 바른 말을 사용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말은 영어가 아니라 스코티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BBC스코틀랜드에서 제작한 TV 프로그램의 해설자는 BBC 영어가 아니라 스코티시를 사용한다.
세인트 앤드루스 기

지난 연말 에든버러에서 열린 호그마니 축제는 스코틀랜드의 새해 맞이 축제다. 스코트인들이 바이킹 복장을 하고 횃불행진에 나섰다.
신문만 해도 그렇다. 에든버러나 글래스고에서는 영국의 정론지로 일컫는 ‘더 타임스’나 ‘가디언’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더 헤럴드(The Herald)’나 ‘더 스코츠맨(The Scotsman)’을 본다. 각기 1783년과 1817년에 창간된 두 스코틀랜드 전국지는 스코틀랜드에서 ‘더 타임스’나 ‘가디언’ 등 런던 5대 정론지의 점유율을 합한 것보다 더 높은 점유율을 자랑한다. 스코틀랜드에서는 ‘더 타임스’나 ‘가디언’이 도리어 지방지 취급을 받는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는 사용하는 돈도 다르다. 스코틀랜드 역시 잉글랜드와 같은 파운드를 사용하지만, 스코틀랜드 은행에서 발행하는 스코틀랜드 파운드 지폐에는 월터 스콧, 로버트 더 브루스 등 스코틀랜드 위인의 초상이 새겨져 있다. 반면, 잉글랜드의 모든 파운드 지폐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이 새겨져 있다. 잉글랜드의 파운드는 스코틀랜드에서 통용되지만, 스코틀랜드 파운드는 잉글랜드에서 쓰기 어렵다. 한번은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택시를 탄 후, 스코틀랜드 파운드로 요금을 냈는데, 나이 지긋한 택시기사는 내가 낸 지폐를 힐끗 보더니 “잉글랜드 파운드는 없으십니까? 스코틀랜드 파운드는 받기가 좀 곤란합니다” 라고 말했다.
결정적으로,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의회를 가지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행정, 교육, 보건 정책은 런던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에서 결정되지 않고, 에든버러에 있는 스코틀랜드 의회에서 결정된다. 1997년 스코틀랜드 의회독립을 위한 국민투표가 스코틀랜드에서 치러졌을 때,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74.3%의 찬성표를 던졌고 노동당 정부는 선거 공약이던 스코틀랜드 의회독립을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