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표가 모델로 등장한 서강대 광고.
박 전 대표는 자리에 없었지만 이날 공식석상에서 그의 이름이 여러 차례 언급됐다. 류시찬 서강대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박근혜 동문이 안 나오셨는데, 언론에서 ‘미래권력’이라는 말을 쓰지만 ‘권력’보다는 ‘종’이란 표현을 쓰는 게 더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병수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전날 동문회 ‘축사’ 의뢰를 급히 받았는데, 아무래도 박근혜 전 대표님의 대타인 것 같다”고 우스개를 던졌다. 송영만 총동문회 부회장은 ‘자랑스러운 서강인상’ 시상식에 앞서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동문 중 하나로 박 전 대표를 꼽았다. 유력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에 대한 동문들의 기대와 애정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분위기였다.
박 전 대표의 대선 행보가 본격화하면서 ‘서강대 인맥’이 주목받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12월20일 출범한 미래연구원 구성원의 면면이다. 미래연구원의 발기인 78명 중 서강대 졸업자가 7명으로 가장 많다. 서강대 교수만 4명에 달한다.
서강대 출신이 대거 포진한 분야는 박 전 대표가 속한 ‘거시금융’ 파트다. 이 중 미래연구원 원장인 김광두 서강대 교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인기 중앙대 명예교수, 전성빈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의 남편인 홍기택 중앙대 교수가 서강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이렇듯 경제 분야에서 ‘서강학파’가 강세를 보인다. 그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면 ‘서강학파 1세대’로 불리는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있다. 서강대 교수 출신인 남 전 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재무부 장관과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냈고, 약 2년간 박 전 대표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김광두 교수는 박 전 대표와의 인연에 대해 “은사인 남 전 총리가 직접 박 전 대표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동아’의 인터뷰 요청에 대해 “언론에 자꾸 나서는 것이 보기 좋지 않다”며 몸을 낮췄다.
김광두 교수는 정치권과 인연을 꾸준히 맺어왔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표의 대표적 공약인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기)’를 만들었다. 2002년에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이인제 의원을 도왔다. 2009년 서강대 총장선거에 출마한 이력도 있다.
한 서강대 동문은 김광두 교수에 대해 “호오(好惡)가 엇갈리지만, 학자로서 어젠다를 세팅하고 사람들을 조직화해 끌고 나가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2006년 서강대 부설 시장경제연구소를 만든 것도 김 교수의 적극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와 서강대 출신 다른 대학 교수 및 연구소 연구원 등 70여 명이 여기에 참여했다. 미래연구원 구성원 중 일부는 김 교수가 초대소장을 지낸 시장경제연구소 출신이다. 미래연구원의 ‘국토·부동산·해운·교통’ 분야에는 전준수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가 소속돼 있다. 국제운송경영학 박사인 전 교수는 해운항만청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했다. 김홍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경·에너지’ 파트에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잘 알려진 김영수 서강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문화·예술·사회’ 파트에서 활동한다.
이외에도 ‘산업·무역·경영’ 분야에는 김병기 애플민트홀딩스 대표이사가 합류했다. 서강대 전산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 벤처 1세대로 통한다. 삼성전자 근무를 거쳐 1997년 지오인터랙티브를 창업해 미국, 일본 등지에 게임을 수출했다.
미래연구원의 명단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표를 돕길 원하는 자발적인 지원자 그룹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강대 교수를 비롯해 타 대학 출신 각계 전문가가 포진한 ‘40대 소장파 교수-전문가 그룹’의 존재를 전해 듣고 복수의 당사자와 접촉했지만, 이들은 “드러나지 않게 박 전 대표를 서포트하고 싶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미디어, 문화, 산업, 과학기술, 사회복지, 남북관계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 및 전문가로 구성된 이 그룹은 박 전 대표와 스터디 모임을 갖고, 정책 자문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