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금융위기와 2009년 외화유동성 위기 당시의 환율 급등이 한국 경제에 준 충격의 크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막상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봉합되고 나니 이제는 반대로 환율 하락 혹은 원화가치 상승의 강도가 한국 경제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대두하고 있다.‘글로벌 외환전쟁’으로 인해 환율이 급변할 가능성이 커진 것도 우려사항 중 하나다.
- ‘신동아’가 각 전문기관의 연구결과물을 검토해 선정한 이달의 보고서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1년 원-달러 환율 전망’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딜링룸.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 같은 대외불안 요인이 불거지고 선물환 포지션 한도 제한 등 정부의 자본유출입 규제가 이어진데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277원까지 상승하는 등 높은 수준의 변동성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 이후 원화는 아시아 주요국의 다른 통화에 비해 저평가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2010년 연말 현재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전보다 3.3% 낮은 수준인 데 비해 JP모건 아시아 달러지수를 기준으로 아시아 통화는 달러 대비 평균 3.9% 상승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양호한 여건, 문제는 불안정성
전반적으로 2011년 원-달러 환율 역시 이러한 2010년의 기조, 즉 ‘전반적인 하락추세 속에서 더욱 커지는 변동성’이라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외환수급과 정부의 자본유출입 규제, 글로벌 외환시장의 분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기로 하자.
먼저 외환수급 여건이다. 한국의 경상수지는 2010년 290억달러 내외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 2011년에는 100억달러대 후반으로 흑자폭이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부진해 정보기술(IT) 같은 한국의 수출 주력품목에 대한 수요가 둔화되면서, 2010년 20%를 넘어서던 수출 증가율이 올해는 10% 내외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수회복과 원자재 가격상승 등에 따라 수입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상품 수출입 부문의 흑자폭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마찬가지로 경상수지를 압박할 요인이다. 다만 해외건설 호조와 유학·연수비 증가세 둔화, 외국인의 국내여행 증가 등에 따라 서비스수지의 적자 기조가 완화되면서 경상수지의 흑자 추세 자체는 2011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수지 역시 2010년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국내 주식을 20조원 이상 순매수했던 외국인들은 여전히 재정건전성, 경상수지 흑자 기조, 상대적으로 빠른 경기 회복 및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등 한국의 양호한 펀더멘털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2011년에도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더욱이 미국 등 주요국들이 양적완화 정책을 취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된 것 역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대한 주식투자 자금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배경이다. 반면 환차익에 대한 기대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나 주요 국가들이 긴축 및 금리 정상화 기조로 신중한 정책선회를 시도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주식 투자자금의 유입세는 2010년에 비하면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의 채권투자 자금 역시 마찬가지다. 유입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특히 한국의 양호한 펀더멘털과 환차익을 고려한 중장기 투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외국인 보유 채권 중 1년 이상의 국고채 비중은 48.8%에 그쳤지만 2010년 11월에는 61%까지 늘어났다. 다만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지만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정부의 과세 조치 등으로 인해 차익거래 차원의 단기물 투자는 둔화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특정한 상황에 따라 대거 유입된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자금이 다시 급격하게 유출되는 식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재발해 글로벌 금융 불안이 다시 고조되거나 한국 국내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경우, 혹은 한국 정부가 자본유출입에 관한 규제를 본격적으로 강화할 경우 급격한 외자유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 발표가 미칠 영향
반면 금융위기로 몰아닥쳤던 글로벌 시장의 불안은 점차 줄고 있고, 이에 따라 국내의 외화유동성 여건 역시 개선되는 추세에 있다. 특히 금융위기가 국내로 파급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온 단기외채는 2010년 4분기 말 현재 1466억달러로 1분기에 비해 80억달러가량 감소했다. 반면 외환보유액은 2010년 말 2916억달러까지 증가함에 따라 단기외채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은 200% 가까이 상승한 것. 또한 국내 장단기 외화자금 조달 여건을 나타내는 스와프레이트와 통화스와프(CRS) 금리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렇듯 외화유동성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일련의 분위기는 단기적으로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보탬이 될뿐더러, 향후 글로벌 금융 불안이 고조될 경우 이에 대항할 한국 경제의 면역력을 제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줄여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는 2010년 세 차례에 걸쳐 규제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6월의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 방안’, 11월의 외국인 채권 투자시 이자소득세(14%)·양도소득세(20%) 면제조치 폐지 방침, 12월 발표된 ‘거시건전성 부담금(일명 ‘은행세’) 부과 방안’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외자유입이 지속될 경우 2011년 정부는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같은 규제조치가 총 외자유입 규모나 장기적인 환율상승 압력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원화의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사실이나 다른 신흥국들도 이러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정부의 규제조치가 외국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이 검토한 과거의 국내외 규제 강화 사례만 봐도 포트폴리오 투자자금 총유입에 미치는 영향이나 그에 따른 실질 환율 상승압력 감소 여부는 불확실한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이러한 규제가 강화됨으로써 국내에 유입되는 외국자본의 만기구조가 단기에서 장기 위주로 변화하고, 그에 따라 장기적으로 환율의 변동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는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살펴보자. 그동안 외국은행의 국내지점들은 단기로 외화를 차입해 이를 국내 스와프 시장에서 원화자금으로 바꾸어 채권 재정거래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 방안’을 통해 이들 지점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제한하면서 이들이 단기 차입으로 조달하는 외환자금의 규모가 달라지고 있다. 2010년 3분기 국내은행의 전체 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1.3% 감소한 데 비해 외국은행 지점들은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또 다른 규제조치 역시 마찬가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은행세 부과는 단기자금의 조달 금리를 높이는 효과를 일으켜 유입자본의 만기구조 장기화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되며, 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 부활 조치 또한 그 주된 규제효과는 차익거래의 주요 대상인 단기투자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외부유입 자금의 만기구조가 변화하면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정부가 점진적인 규제 추진으로 방향을 잡음에 따라 그 영향도 점진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이렇듯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일시적이나마 그 하락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 선물환 포지션의 규제나 은행세 부과 등으로 스와프 시장에서 단기 외화자금 공급이 줄고 장기 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시적인 환율 반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장기 외화유동성은 은행의 외화자금 수요, 외국인 채권 재정거래 투자 규모 등에 의해 결정되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스와프 시장의 장기 외화유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CRS(1Y)금리와 원-달러 환율 사이에는 매우 높은 마이너스 상관관계가 형성돼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정부의 규제로 중장기 외화자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CRS 금리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반등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 규제방안이 발표되기 전부터 그 리스크가 시장에 선(先)반영되는 과정에서도 이 같은 현상들이 나타난 바 있다. 또한 규제조치의 실제효과보다 오히려 그와 관련한 불확실성이나 이를 통해 해석된 정책당국의 환율 관련 스탠스가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확대할 소지도 있다. 다만 앞서 살펴본 양호한 원화 펀더멘털과 달러 수급여건 등을 감안하면, 이러한 요인들은 전반적인 환율 하락추세 속에서 그 속도를 일시적으로 둔화시키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미-중의 환율·통화체제 갈등
이제부터는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대외변수를 살펴보자. 우선 미국이다. 하반기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거나 글로벌 금융 불안이 재현되어 안전자산으로서 달러를 선호한는 흐름이 강해질 경우 달러 반등 압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지만, 그보다는 양적완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리스크나 미국의 막대한 경상적자에 따른 달러 하락 압력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강(强) 달러가 국가이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5년 내에 수출규모를 두 배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정책은 약(弱) 달러 지지에 가깝다. 이렇게 놓고 보면 올 한 해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는 일방적인 하락세가 이어지기보다는 변동성이 높은 가운데 하락 기조가 계속되는 식으로 흘러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은 어떨까. 서방의 거센 압력뿐 아니라 중국 자체적으로도 내수 위주로 성장구조를 전환하고 자국통화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위안화 절상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5년 7월부터 2008년 7월까지 3년 동안 중국 당국이 연평균 3.25%의 절상(실질실효환율 기준)을 꾸준히 실시했던 사례만 봐도 중국이 앞으로 위안화를 꾸준히 절상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며, 2011년 한 해에만 위안-달러 명목환율 기준으로 5% 내외의 절상이 기대된다. 중국의 빠른 수출 증가세와 지속적인 성장세 때문에 인플레 우려가 커지고 있어 절상 속도가 좀 더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은 미국에 비해 경기회복세가 둔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장기간 제로금리를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엔-달러 환율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경제의 지속적인 디플레이션에 따라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상승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엔-달러 환율의 하락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게 옳은 듯하다. 이렇듯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도 엔화와 위안화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다른 아시아 신흥 흑자국에도 통화절상의 압력이 확산되므로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자면 2011년 글로벌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것이라는 점을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첫째, 간헐적인 금융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확대된 글로벌 유동성이 금융 불안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 주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양적완화에 나섬에 따라 투기자본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다 보니, 불안이 조금이라도 고조될 경우 자본이 대거 이동해 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심화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나 달러 급락, 중국의 긴축정책 채택, 고용 부진에 따른 미국의 경기부진 지속, 미국·일본으로의 소버린 리크스 확대 등 이러한 불안요인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
둘째, 국가 간의 환율 갈등이 심화되는 경향 역시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2010년 기축통화국인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양적완화에 나서자 신흥국들은 자국 통화의 급격한 절상을 막기 위해 자본유출입 규제 및 외환시장 개입을 시도한 바 있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세가 부진한 가운데 성장 모멘텀을 수출에서 찾기 위한 이 같은 시도가 지속되면서 국가들 사이에 환율갈등이 격화되고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또 하나의 요인은 달러화를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국제통화체제를 개혁하자는 논의의 향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는 동안 달러의 독점적인 특성이 세계경제의 안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이 점증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달러화가 자체적으로는 하락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흑자 신흥국들이 위기에 대비하는 수단으로 달러화 자산을 계속 매입하는 바람에 미국의 경상수지가 보전되고 글로벌 불균형이 누적됐다는 것이 이러한 문제의식의 출발이다. 이는 미국이라는 개별국의 통화인 달러를 국제통화체제에서 기축통화로 사용함에 따라 나타난 문제다.
중국 등 신흥국과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이 같은 단일 기축통화체제에 대한 비판 혹은 탈피 시도가 이미 시작됐다. 2011년 상반기 프랑스에서 열릴 G20(주요 20개국) 회담의 주요 의제에는 새로운 통화체제, 즉 ‘신(新)브레튼우즈 체제’에 대한 논의가 포함돼 있다. 중국을 포함한 브릭스(BRICs) 국가들은 달러화 단일 기축통화체제에 대한 비판의 일환으로 대외 무역에서 자국통화로 결제하는 비중을 점차 높여가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당장 달러화 기축통화제체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사실. 따라서 이러한 논의가 달러화 가치의 급락보다는 국제 통화질서의 혼란으로 이어지면서 주요 환율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은 미미
지금까지 살펴본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2011년 원-달러 환율을 전망해보자. 우선 국내적으로 보자면, 경상수지와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등 달러화 수급 여건의 개선 추세가 둔화되면서 2011년 원-달러 환율은 그 하락폭이 2010년의 10%에 비해 낮아져 1000원대 중후반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실질실효환율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은 높은 연관관계(상관계수 -0.7)를 보인다. 실질실효환율과 달러 대비 원화 명목 환율 역시 비슷한 추이를 나타낸다. 이처럼 경상수지와 환율 간에 존재하는 상관관계를 활용해 본 연구소가 구축한 환율예측 모형에 따르면 2011년 원-달러 환율 추정결과는 1037.7에서 1092.6원 사이다(2010년 경상수지 흑자는 290억달러로 추정했으며, 2011년 경상수지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망치 180억달러를 근거로 했다). 이러한 결과 역시 앞서의 전망을 지지한다고 할 것이다.
여기에 대외변수를 덧붙여 살펴보면 2011년 원-달러 환율 하락폭은 5% 내외로 예상되는 위안화 상승폭보다는 클 것으로 보인다. 달러 가치 하락의 압력은 대미(對美)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큰 아시아 신흥국에 집중될 전망이지만, 이 가운데 흑자가 가장 큰 중국은 제한적인 변동환율제를 택하고 있으므로 통화가치 상승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5~08년의 위안화 절상 시기에도 초기에는 원화가 위안화보다 빠르게 상승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변수를 종합할 때 2011년의 원-달러 환율은 전년에 비해 약 8% 내외가 하락한 평균 1065원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럽의 재정위기 등 대외적인 불안요인과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 정부의 추가규제로 인한 급격한 자본 유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경우 원-달러 환율은 중장기적인 하락 추세 속에서도 일시적으로 급반등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다. 이외에도 국가 간 환율절하 경쟁이나 기축통화로서의 위상 약화에 따른 달러 급락 가능성도 환율의 변동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전반적인 환율 하락 압력에 맞서 정부가 고환율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그러나 국가 간의 환율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분위기나, 엔화와 위안화가 동반상승함에 따라 한국의 수출경쟁력에 미치는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국내 물가에 대한 우려 등을 감안하면, 정부의 시장개입은 환율 급락을 억제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글로벌 시장이 위기에 꾸준히 대비하고 있고 정부 역시 자본유출입 변동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나가고 있음을 볼 때 외환유동성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