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합동연설회장.
그러나 친박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일부 사람들은 분명히 갈림 현상이 있고 이 부분은 박 전 대표가 앞으로 교통정리를 해야 할 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직까지 ‘친박계 내홍’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는 아니지만 도처에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했다.
최근 친박계에선 제3의 세력이 형성되고 있는 조짐도 감지된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지만 18대 총선에서 친박계를 표방해 여의도에 입성한 일부 초선 의원들이 별도의 모임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몸을 던지고 있다. 이들은 박 전 대표의 이미지, 남북대치 상황, 개헌론에 대한 견해를 보고서에 담아 제출하거나 직접 만나 조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표가 의지하는 원로그룹도 막후에서 활동 중이다. 제3공화국 때 재무부 장관을 지낸 김용환 전 의원,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조선일보 부사장 출신인 안병훈 기파랑 이사장 등이 핵심이라고 한다. 또 차동세 전 KDI 원장,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 등도 정책자문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세종시 수정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한 원로급 인사는 현장에 내려가 여론을 듣고 박 전 대표에게 전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총회 모습.
월박(越朴)을 감행하는 그룹도 있다. 박근혜 대세론이 확산되자 그동안 눈치를 살피던 친이명박계나 중립지대에 있던 의원들이 박근혜 진영으로 넘어오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한구 의원이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원래 친박인 ‘원박’과 대세론을 타고 넘어온 ‘월박’ 사이에 미묘한 흐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본다. 친박계의 다극화가 진행될 수 있는 양상이다.
원박, 월박…다극화 예고?
박 전 대표의 참모는 정치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12월27일 발기인대회를 연 국가미래연구원은 정책자문을 해오던 대학교수들을 주축으로 출범했다. 이 연구원의 출범 과정은 친박계 내에서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 박 전 대표까지 참석하는 발기인대회가 열린다는 것을 미리 안 친박계 의원은 극소수였다. 대부분은 대회 전날 신문보도를 보고 뒤늦게 안 뒤 부랴부랴 행사장으로 달려갔다.
이 때문에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아직 분위기가 채 조성되지 않았는데 국가미래연구원이 무슨 목적이 있는지 치고 나가는 바람에 정치적인 오해의 소지가 생겼다”고 했다. 그동안 정치권 외곽에서 때를 기다리던 비선(秘線)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2007년 경선 캠프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발기인대회가 열린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친박계 모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그 사람들이 돌격대냐. 학자들을 앞세워서 어쩌자는 말이냐”고 했다. 전화를 받은 의원은 “사실 나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다른 친박계 의원은 “국가미래연구원은 여러 정책개발시스템 중 하나일 뿐이다. 그날 현장에서 처음으로 대표와 인사를 나눈 회원이 많았다”라며 “싱크탱크를 대표하는 모임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인들에게 알릴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이 박 전 대표에게 정책자문을 하는 여러 그룹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사실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박 전 대표가 직접 참석한 자문그룹 공개 행사가 친박계 핵심 의원들도 모른 채 진행됐다는 건 여러 해석을 낳게 한다. 아직은 범(汎)친박 진영이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