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의 승부수, 그 결과는?
‘박근혜 대세론’이 탄력을 받는 와중에 박 전 대표는 싱크탱크를 언론에 공개했고 우파적 복지모델도 제시했다. 선두 주자의 이러한 선제적, 능동적 행보는 파격으로 비쳤다. 이 승부수가 어떤 방향으로 귀결될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 ‘신동아’는 ‘대세론 조기점화’와 ‘우파적 복지’라는 두 가지 키워드(key words)로 박근혜 대선 스타트(start)의 함의를 취재했다.
지난해 12월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대회가 열렸다. 김광두(서강대), 김영세(연세대), 신세돈(숙명여대), 안종범(성균관대), 최외출(영남대) 교수 등 5인 그룹을 주축으로 78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1월10일엔 사무실 개소식이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1년여 앞둔 2006년 8월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 대선조직인 안국포럼을 출범시킨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과 경선 경쟁을 벌이던 박 전 대표는 특별한 조직을 만들지 않았다.
지난해 12월20일 국회헌정기념관. 박 전 대표는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있었다. 그는 ‘한국형 복지국가 모델’을 제시한다. 박근혜 복지론의 핵심은 ‘최저생활 보장과 생활수준 향상’이라는 기존 복지개념을 ‘생애주기별 복지’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전 생애에 걸친 보장’이라는 박 전 대표의 복지 개념은 그가 국회 상임위 보건복지가족위원회를 택할 때부터 지론이었다. 2008년 9월15일 그는 미니홈피에 이렇게 쓴다.
“먹거리와 연금, 육아, 건강과 의료 등…. 우리의 기초적인 삶에 대한 문제를 찾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이야말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꼭 겪는 삶의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서이다. 우리가 만들 수 있는 변화는 항상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고 믿으면서.”
그동안 친(親)복지는 진보진영의 전유물로 통했다. 보수는 이를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는 구도가 일상적이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초등학생 무상급식’ 공약을 들고 나왔고 한나라당은 이를 반대했다. 지금은 전선이 더 확대됐다.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을 놓고 민주당의 서울시의회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오 시장은 시장 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제안하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은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의료, 무상보육, 대학생 반값등록금 등 일련의 무상 시리즈를 쏟아내고있다. 이런 와중에 박 전 대표는 보수우파 진영에서 거의 유일하게 ‘친복지’로 나아가고 있다. 그는 “토끼는 남이 낸 길을 가는 것보다 자신이 만든 길로만 다니는 동물”이라고 말한다.
여당 내 친이명박계 일각은 박 전 대표의 이런 행보에 비판적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1월8일 박근혜의 조기 대선 레이스에 대해 “본인들이야 한시가 급하겠지”라고 비꼬았다. 박근혜의 복지론에 대해선 “복지니 이런 건 어느 정부나 하는 것” “복지는 어젠다가 될 수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진보진영도 박근혜 복지를 “사기이고 허구에 불과”(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재원은 어디에서 마련할까”(한겨레21 보도)라고 공격한다.
정치전문가 집단의 분석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국가미래연구원 출범 등 박 전 대표의 이른 대선행보와 관련해 ‘(다른 경선 주자를) 먼저 제압한다, (당내에서) 세(勢)를 불린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는다’는 세 가지 대선 전략이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복지에 대해선 “박 전 대표의 주요 선거 어젠다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2007년 대선의 쟁점은 경제였다. 성장주의, 신자유주의 풍조가 지배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이 일었다. 경제가 성장해도 서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뒷걸음친다. 양극화가 점점 더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이런 흐름에서다. 국내에서도 계층 간 사다리의 붕괴, 빈곤의 대물림, 사회안전망의 미비, 청년실업부터 고령화에 이르기까지 각 세대의 삶의 위기는 수많은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복지는 낭비라고 보는 기존 우파, 복지를 정략적으로만 활용하는 좌파와 차별화해 국민이 신뢰할 만한 우파적 복지를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