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군수는 조선산업과 관련된 얘기부터 꺼냈다. 고성은 전국 유일의 조선산업특구다.
“1964년 고성군 인구가 13만5000명이었습니다. 42년간 감소하다가 2007년 조선산업특구로 지정된 이후 기업체들이 들어오면서 인구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5만4500명까지 내려갔다가 지금은 5만7300명으로 늘었습니다.”
현재 고성군에 둥지를 튼 조선 관련 기업체는 80여 개에 달한다. 당연히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술집에서도 ‘작업복’이 들어오면 크게 반기는 분위기란다. 조선소는 5개인데 거제도의 삼성이나 대우에 비하면 소규모 회사들이다. 현재 고성군은 메이저급 조선회사인 STX를 유치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이 군수에 따르면 협상이 순조롭게 진척되고 있어 곧 공식발표가 있을 듯싶다.
‘하늘이 내린 빗물, 공룡을 깨우다’
조선산업특구 지정은 이 군수의 집념과 끈기의 승리였다. 고성은 수산자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조선산업을 유치하는 길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었다. 방법은 특구 지정밖에 없었다. 주변에선 다들 “말도 안 된다”고 만류했다. 이 군수는 서울로 올라가 관련 부처와 해당 위원회를 돌며 실무자들을 설득했다. 하위직 공무원들한테도 머리 숙여가며 협조를 부탁했다. 그 결과 2년 만에 불가능한 꿈을 이뤘다.
“인구 증가는 농어촌 군수들의 공통된 희망입니다. 그런데 인구를 늘리는 데 가장 좋은 것은 제조업 유치지요. 고성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은 조선입니다. 말이 수산자원보호구역이지 사실 고기도 잘 안 잡힙니다. 예전엔 고기 잡는 게 돈이 됐지만 지금은 어장 구조조정을 하는 실정이죠. 조선산업특구 신청은 잘살고 싶다는 주민들의 희망을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2012년 3회째를 맞는 공룡엑스포도 군 재정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2006년 첫 엑스포 때 52일간 154만명이 관람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주제가 ‘놀라운 공룡세계’였던 2009년 2회 엑스포 때는 70일간 171만명이 다녀갔다. 엑스포 행사장으로 오는 차량이 마산까지 밀리고 진행요원들이 식사도 못할 정도로 성황이었다. 특히 어린이날인 5월5일엔 10만3000명이 몰려들었다. 2회 엑스포는 118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82억원의 비용이 들었으니 36억원의 순수익을 남긴 셈이다. 참고로 올해 고성군의 예산은 3300억원이다.
2012년 3회 공룡엑스포의 주제는 ‘하늘이 내린 빗물, 공룡을 깨우다’이다. 어떤 뜻이냐고 묻자 이 군수가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공룡이 멸종한 것은 어떤 형태든 환경과 관련 있다고 봐야죠. 물 이야기를 해봅시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국가가 아니라 빗물관리부실국가입니다. 물이 부족하다고 얘기하는 건 빗물을 함부로 버리기 때문이죠. 비를 상류에서부터 모아야 하는데 그냥 다 흘려버리고 말아요. 빗물이 흡수되지 않고 하천에 다 모이니 홍수가 납니다. 비가 안 오면 가뭄을 겪습니다. 비를 모으고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게 해야 합니다. 빗물을 저장해놓으면 가뭄을 피할 수 있습니다. 3회 엑스포의 주제는 환경 탓에 죽은 공룡을 환경으로 다시 살린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는 엑스포입니다. 관람동선이 빗물 경로를 따라가도록 설계돼 있어요. 빗물로 만든 생수도 제공합니다. 공룡 몸속에서도 빗물이 나오도록 했죠. 빗물 폭포도 선보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