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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 스토리 ⑤

“조선특구나 공룡엑스포보다 생명환경농업 성공이 더 감격스러웠다”

이학렬 경남 고성군수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조선특구나 공룡엑스포보다 생명환경농업 성공이 더 감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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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겁니다. 법에 돼지우리 바닥은 시멘트로 만들게 돼 있거든요. 흙바닥 우리에 돼지가 똥오줌을 싸면 하루 만에 증발됩니다. 발효가 되는 거죠. 약간의 누룩 냄새가 날 뿐이죠. 그런 식으로 돼지우리를 만든 지 2년 지났는데 한 번도 똥을 치우지 않았어요. 대신 휘저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물이 부족해 물을 뿌려주죠. 우리나라에서 돼지 똥 치우는 데 드는 비용이 1년에 3000억원입니다. 돼지와 닭, 소 사료는 대부분 수입합니다. 자급은 4%밖에 안 돼요. 생명환경농법을 쓰면 돼지와 소 사료는 25%, 닭은 50%를 자급할 수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절약되는 사료비용이 1조5000억원입니다. 비료 절감 비용도 1억원입니다. 이게 바로 농업의 혁명이 아니겠습니까.”

“군수가 온 건 처음”

생명환경농업에 이어 이 군수가 심혈을 기울이는 또 하나의 야심 찬 프로젝트가 바로 명품 보육·교육도시 건설이다. 지난해 3선 군수에 도전하면서 내걸었던 선거공약이기도 하다. 자녀교육을 위해 고성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성으로 이사 오도록 양질의 보육 및 교육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조선산업특구로 지정된 후 공장이 많이 들어왔잖아요. 그런데 공장 직원들이 자녀교육 때문에 고성을 떠나는 거예요. 이것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이사를 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사를 오게 만들어야겠다고.”

이 군수는 먼저 교육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관내 20개 보육시설과 14개 중·고등학교를 방문했다. 먼저 보육 얘기다.



“유치원부터는 괜찮은데, 보육교사들 월급이 형편없어요. 한 달에 120만~130만원 받아요. 보육교사 교육기간이 1년인데 현재 군에서 경비의 절반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교사들이 긍지를 갖도록 1년에 한두 번 교사 모임을 열고 학생들과 함께 서울에 올라가 뮤지컬 공연도 볼 수 있게 지원하고 있어요. 한 어린이집에서 장기 근무한 교사에겐 군에서 인센티브도 주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관심을 갖는 거죠. 어느 어린이집 원장이 ‘군수가 온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군수는 지난해 10월말 직원들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명품 교육도시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서였다. 10박11일 동안 미국의 5개 도시를 돌며 10여 곳의 중학교와 대학교를 방문해 몇몇 학교와 자매학교 양해각서(MOU)를 맺어 학술교류와 유학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군수는 이를 ‘미국 대학 진학프로그램’이라고 표현했다.

“고성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음에 곧바로 미국 명문대학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2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목표인원은 100명입니다. 미국 대학에 들어가는 길은 두 가지예요. 바로 4년제 유니버시티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고 2년제 칼리지로 갔다가 유니버시티 3학년으로 편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전엔 바로 유니버시티로 들어가는 게 인기 있었는데 요즘은 칼리지를 거쳐 가는 게 일반적입니다. 칼리지를 거쳐 가면 여러 가지로 좋아요. 여러 전공을 택하면서 다양한 분야를 공부할 수 있거든요. 학비가 3분의 1밖에 안 든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지난번에 버클리대를 가보니 칼리지를 거쳐오는 학생들을 더 선호한다고 하더군요. 학부교육은 칼리지에서 받고 오라는 거죠. 버클리대의 우수한 학생은 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디아블로밸리 칼리지 출신이라고 합니다.”

그는 미국 유학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대 몇 명 갔느냐를 따지는 건 우수한 교육이 아니라는 거죠. 무엇보다도 미국에서 교육받으면 글로벌마인드를 갖게 되잖아요.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는 수능성적에 따라 서울대 어디 가라, 고려대 어디를 가라고 합니다. 자기 적성과 재능에 따라 전공을 선택해야죠. 수능시험은 못 봤어도 다른 재능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걸 미국 칼리지에 가서 찾으라는 거죠. 미국 대학의 환경이 우리보다 자유롭고 개방돼 있거든요. 서울대 다닐 비용이면 미국 명문대를 다닐 수 있습니다. 칼리지는 더 적게 들고요.”

해군사관학교(29기) 출신인 그는 초임장교 때 서울대에 편입함으로써 일찍이 학자의 길로 들어섰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따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명문인 텍사스주립대학교(UT오스틴)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했다. 전공은 금속재료공학. 20년 가까이 해사 강단에 섰는데 한때 미국 해사 교수도 지낼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중령으로 예편한 후 국회의원선거에 나섰다가 떨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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