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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 간 이동거리 1365㎞’ 호주 눌라보 링크스

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골프코스 라운드 記

  • 사진·글/조주청 골프 칼럼니스트

‘홀 간 이동거리 1365㎞’ 호주 눌라보 링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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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 간 이동거리 1365㎞’ 호주 눌라보 링크스

1. 눈드루의 눌라보 링크스 4번 홀 그린에서 멜버른 인근에서 온 일가족 3대가 퍼팅을 하고 있다. 2. 길가에 차에 치여 죽은 캥거루가 널려 있다. 3. 노스만 금광에 40년 동안 쌓이고 쌓인 선광 찌꺼기가 어느 혹성의 성곽처럼 기묘한 모습이다. 4. 보더빌리지에서 집 한 채 밭뙈기 하나 없는 준사막 182km를 달리면 허허벌판에 그들이 오아시스라 부르는 주유소가 나타난다. 그 뒤에 눌라보 링크스 한 홀이 앉았다.

주유소에 딸린 매점, 탁자 4개의 간이식당, 그리고 컨테이너 박스 같은 모텔방이 몇 칸 늘어섰다. 이곳에도 주유소 뒤에 새로 만든 한 홀짜리 골프코스가 있었다. 호주인들은 주유소를 ‘오아시스’라 불렀다. 마른 풀이 허리춤까지 닿는 이 골프 홀에서 호주인 한 무리가 맥주를 마시며 떠들썩하게 라운드를 즐기는 것을 보고 줄곧 투덜거리던 내가 생각을 바꿨다. 1년에, 그것도 겨울 한 철 300㎜ 가까운 비가 찔끔 오고나면 세 계절 동안 만물이 바삭바삭 타들어가는 이 준사막 지역에서 번듯한 페어웨이와 그린을 갖춘 골프 홀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서호주와 남호주 경계를 지날 땐 검역이 까다로웠다. 남호주 보더 빌리지에 눌라보 6번 홀이 기다리고 있다. 오아시스 세 곳을 지나자 밀밭이 끝없이 펼쳐졌고 풍차가 있는 페농 마을이 나타났다. 이곳이 3번 홀. 다시 75㎞를 더 가자 1, 2번 홀이 있는 종착지 세두나(Ceduna)다. 그림처럼 예쁜 해변 타운이다. 마지막 홀 라운드를 마치고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 세두나 관광안내센터에 가자 정장을 한 백발의 안내자가 반긴다. 그는 스코어 카드를 받아들고 매 홀에서 스탬프를 받았는지 확인하고는 번듯한 인증서를 필자에게 건네며 위로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레그 노먼이 라운드해도 100타 넘게 칠 거요.”

106타! 드라이브 샷 때 로스트 볼이 많았는데, 이때마다 티잉그라운드로 돌아가서 다시 티오프를 했다면 아마 160타쯤 되었을 것이다. 애들레이드까지 가서 렌터카 회사에 차를 돌려줄 때 계기판을 보니 주행거리 3106㎞다. 열흘이 걸렸다.

눌라보 링크스 GC는 사실 세계 최장 골프코스는 아니다. 골프코스의 길이는 18홀의 각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의 거리를 합산해서 따진다. 공식적인 세계 최장코스는 중국 윈난성 위룽설산 아래에 자리 잡은 제이드 드래곤 스노 마운틴 GC로 전장 8548야드다. 눌라보 링크스 GC의 코스 길이는 불과 6747야드이지만 홀 간 이동거리(span)가 가장 긴 골프코스이자 가장 이상한 골프코스다.



‘홀 간 이동거리 1365㎞’ 호주 눌라보 링크스

저유소가 아니라 저수창이다. 지하수를 끌어올려 캠핑카에 물을 판다.



신동아 201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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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조주청 골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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