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쥐식빵 사건’으로 블랙 컨슈머 논란을 일으킨 빵집 주인 김모씨가 12월31일 서울 수서경찰서로 출석하고 있다.
수사 결과는 경쟁업체인 ‘뚜레쥬르’ 점포 운영자의 남편인 김모씨의 조작으로 판명됐다. 김씨는 현재 구속 수감된 상태다. 피의자인 김씨도 사태가 이토록 크게 번져나갈 줄 예상하지 못한 채 구속되기 전까지 큰 심적 부담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와 같이 해당 기업에 악의를 가지고 접근하거나 보상금을 노리는 소비자를 일컬어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라고 한다. 악성이라는 뜻의 영어 ‘Black’과 소비자를 가리키는 ‘Consumer’의 합성어다.
블랙 컨슈머 논란은 식품처럼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상대하고, 공정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업종에서 종종 터져 나온다. 입으로 먹어서 몸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상한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다른 제품보다 훨씬 민감하다. 행여 블랙 컨슈머가 공정 과정을 왜곡했다는 사실이 판명되더라도, 좋지 않은 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기업 이미지는 타격을 입는다. 사람들은 처음의 충격을 나중의 결과보다 잘 기억한다.
블랙 컨슈머는 실제로 규정하기가 힘들다. 일단 소비자가 불만을 제기한 상황에서 그것이 상품을 만든 기업의 과실인지, 소비자의 일방적인 주장인지를 판가름하는 게 관건이다. 끝내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면 최초에 문제를 제기한 고객이 블랙 컨슈머였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한국소비자원이나 소비자단체 측에서는 아예 블랙 컨슈머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정부에서 설립한 한국소비자원 측은 “민원을 구제하는 입장에서 블랙 컨슈머라는 용어를 쓸 수는 없다”면서 “우리에게는 모두가 민원일 뿐”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소비자단체 중 하나인 사단법인 소비자모임 측에서도 “블랙 컨슈머라는 말을 쓰지도 않고, 해당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기업이라면 어떨까. 다수의 소비자를 상대하는 기업은 내부적으로 악성 민원 처리 규정과 절차와 전담팀 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고객을 분류해놓았다는 사실을 외부에 밝히기를 꺼린다. 고객의 반감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고객 처지에서는 정당한 불만을 제기한 자신을, 기업이 블랙 컨슈머로 여긴다는 사실에 불쾌함을 표시할 것이다.
‘요주의 소비자’는 따로 분류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이번 ‘쥐식빵’ 소동이 워낙 특수한 사건이라는 점이다. 피의자인 김씨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됐다. 김씨가 한 행위는 명백한 범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블랙 컨슈머는 범죄자가 아니라, 과도한 대응을 하는 소비자다. 이 과도한 대응의 범위가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가 모호하기 때문에 기업에서조차 블랙 컨슈머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이다.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시민권리센터 조윤미 본부장은 “위법 행위와 적법한 소비자 민원을 구분하지 않으면, 블랙 컨슈머에 대한 적절한 방책을 논의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홈쇼핑은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취급하는 만큼 블랙 컨슈머가 접근하기 쉬운 업종이다. 홈쇼핑의 경우 한 철 잘 입고 난 옷을 바꿔달라거나 1년 전 구입한 화장품을 환불해달라고 요구하는 악성 민원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상습적으로 반품 요구를 하는 고객은 기업의 요주의 명단에 올라 있다. 황색, 적색 등으로 등급을 구분해 담당자가 따로 처리한다. 단순히 자주 반품이나 환불을 요구한다고, 블랙 컨슈머 낙인을 찍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요구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정하고, 관련 데이터를 누적 관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