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고령화, 청년 취업난 및 결혼 기피 등의 이유로 전체 가구 중 청장년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에서 2012년 사이 33.4%에서 23.8%로 감소했다. 또한 부동산 등을 통해 재산을 형성한 이전 세대와 달리 청장년층은 재산 형성의 기회도 줄어들었다.
이 보고서는 청장년 가구를 가구주 연령이 20, 30대인 2인 이상의 가구로 정의하고 엥겔 계수 및 슈바베 계수의 세대 간 비교를 통해 청장년 가구 살림의 상대적인 질적 수준 변화를 살펴봤다. 엥겔 계수란 가계소비 지출 대비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소비 지출의 비중을, 슈바베 계수는 가계소비 지출 대비 주거비 및 수도광열 소비 지출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들 수치의 상승은 기본적인 생활 관련 지출이 증가해 문화, 외식, 교육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씀씀이가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통계청의 연도별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에 활용했으며, 2인 이상의 가구주 연령 20, 30대 가구와 40, 50대 가구의 가계 지출 변화를 추정했다.
미래 세대의 ‘위기’
금융위기 이후 청장년 가구의 엥겔 계수와 슈바베 계수는 동시에 상승했다.
한국 전체 가구의 2012년 엥겔 계수는 14.2%로 2011년에 이어 2년 연속 14%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2005년 14.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청장년 가구의 엥겔 계수는 2010년 12.3%, 2011년 12.5%, 2012년 13.0%로 나타나 최근 한국 엥겔 계수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청장년 가구의 엥겔 계수가 확연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최근 한국 전체 가구의 엥겔 계수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다.
비슷한 시기 청장년 가구의 슈바베 계수 역시 중년 가구에 비해 빠르게 상승했다. 청장년 가구의 슈바베 계수는 2008년 9.6% 이후 상승세를 지속해 2012년에는 10.6%까지 올랐다. 이에 반해 중년 가구의 2012년 엥겔 계수는 상승세가 꺾였으며, 슈바베 계수의 상승폭 역시 크지 않아 청장년 가구의 상황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엥겔 및 슈바베 계수를 보완하고자 실질소득 대비 식료품비, 주거비, 주택이자 비용의 비중 변화를 비교해봤다. 역시 청장년 가구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급증하는 모양새가 나타났다. 주거유지비는 세대 전반적으로 증가세에 있으나 특히 청장년 가구의 상승세가 더욱 가팔랐다. 반면 중년 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주거 및 수도광열비, 주택 관련 이자 지출 비중은 최근 증가 추세가 둔화하고 있다.
또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청장년 가구는 소득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기본 생활비를 부담해왔다. 최근 5년간(2007~2012년) 청장년 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식료품비와 주거유지비 비중은 16.6%에서 18.3%까지 상승했다. 반면 중년 가구는 2012년 상승 추세가 반전되면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17.3%로 하락했다.
무슨 까닭에 유독 청장년 가구의 살림살이가 상대적으로 더 팍팍해지는 것일까.
우선 맞벌이 가구수가 줄고 소득이 정체했기 때문이다. 청장년 가구는 중년 가구와 달리 근로자 가구가 많고, 따라서 근로 소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청장년 가구 중 근로자 가구 비중은 78.6%이고 총 소득에서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74.3%이지만, 중년 가구는 근로자 가구 비중 65.8%, 총 소득 대비 근로소득 비중 67.6%로 청장년 가구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2012년 기준).
금융위기 이후 청장년 가구는 맞벌이 가구 및 취업 인원의 감소 등에 따라 근로소득을 포함한 가계 소득이 정체됐다. 전체 청장년 가구 중 맞벌이 가구 비중은 2009년 35.4%에서 2012년 32.9%로 감소했다. 가구당 취업 인원은 1.40명에서 1.35명으로 줄었다. 특히 지난해 청장년 가구의 근로소득 증가율은 1.2%, 취업인원당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0.1%에 그쳐 각각 7.5%, 4.3% 증가한 중장년 가구와 확연히 대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