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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팩 멘 유색인종은 ‘묻지마’ 검문·검색

보스턴 테러, 그 후

  •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PD gabini3@daum.net

백팩 멘 유색인종은 ‘묻지마’ 검문·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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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솥, 과립당, 성냥, 못으로 폭탄 제조
  • ● ‘압력솥’만 보면 신고 빗발
  • ● FBI 함정수사 거센 논란
  • ● 자생적 지하디스트를 어찌할꼬
백팩 멘 유색인종은 ‘묻지마’ 검문·검색
4월15일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 현장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폭발음이 두 차례에 걸쳐 들렸다. 3명이 사망하고 180여 명이 부상했다. 폭발은 우승자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2시간가량 지난 오후 2시 45분께 결승선 근처에서 발생했다.

보스턴 마라톤은 세계 최고의 권위와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마라톤 대회다. 1897년 보스턴 선수협회(BAA) 주최로 첫 대회가 치러진 후 116년간 숱한 기록과 영웅을 배출해왔다. 매년 미국 독립전쟁의 첫 전투를 기념하는‘애국자의 날’(4월 셋째 주 월요일)에 열린다. 애국자의 날에 폭탄 테러가 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상징적인 날을 골라 테러를 저지른 것이다.

미국 사회는 ‘제2의 9·11’이 터진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보스턴 전역에서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바리케이드가 물샐 틈 없이 설치됐다. 보스턴 중심가로 향하는 주요 도로는 차선의 절반이 통제됐다. 날이 저문 후 보스턴과 인근 지역에는 주민의 통행이 거의 없었다. 지하철 노선도 대부분 운행을 중단했다. 로건 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되고 휴대전화 통화도 제한됐다. 언론도 우왕좌왕했다.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알 카에다는 물론이고 북한까지 용의 선상에 올려놓았다. 대대적인 수색작전이 이어졌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4월 19일 체첸 출신의 차르나예프 형제를 테러범으로 체포했다. 형제는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경찰관을 사살한 뒤 차량을 강탈해 시내를 돌아다니다 인질로 잡고 있던 차량 주인을 주유소에서 놓치면서 경찰의 추격을 받았다. 형 타메를란 차르나예프는 추격전 도중 사살됐고 동생 조하르는 부상을 입고 붙잡혔다. 이들이 사용한 폭탄은 압력솥으로 만든 사제(私製)였다.

부엌서 폭탄 만드는 법



필자의 뇌리엔 2011년 9월 예멘에서 사살된 안와르 알 올라키가 생전에 인터넷에 올린 폭탄 제조법이 스쳐지나갔다. 알 올라키는 알 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에서 활동했다. 그는 알 카에다 웹진 ‘인스파이어’ 2호에 ‘엄마의 부엌에서 폭탄을 만드는 법’이라는 글을 올렸다. 압력솥 폭탄의 재료로는 화약, 과립당(설탕), 성냥, 작은 못, 2인치 철제 파이프나 압력솥이 사용되며 한 번에 수십 명을 죽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르나예프 형제가 바로 이 방법으로 폭탄을 제조했다.

압력솥 폭탄은 제조 방법이 비교적 간단한 반면 살상력은 상당하다. 압력솥 안에 못, 쇠구슬, 볼트, 너트 같은 쇳조각을 넣는다. 폭발과 동시에 못, 쇠구슬 등이 총알처럼 날아간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클레모어를 떠올리면 된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이 폭탄이 테러에 자주 사용된다. 파키스탄의 한 당국자는 “압력솥 폭탄은 테러범이 널리 사용해온 것으로 사람의 몸을 갈기갈기 찢는다. 폭탄이 바닥에서 터지면 하반신 쪽이 절단되거나 다친다”고 말했다. FBI는 “이번 테러에 사용된 폭발물은 금속과 볼베어링 등이 담긴 6L짜리 압력솥이었고 솥 안에 못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한 차례의 폭발 때 여러 개의 압력솥이 사용됐다. 폭발물이 담긴 압력솥들은 검정색 백팩에 담겨 인도에 놓여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압력솥 폭탄이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폭발물 테러를 준비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이 발견됐다. 관광객으로 초만원이던 타임스퀘어에서 테러를 저지르려던 범인은 파키스탄계 이민자인 파이잘 샤자드. 그는 파키스탄의 탈레반 거점 지역에서 폭탄 제조법을 교육받고 압력솥 폭탄을 제조했으나 터뜨리려던 폭탄이 불발에 그치며 검거됐다.

2011년에도 전직 미군이 인스파이어를 보고 제작한 압력솥 폭탄으로 텍사스의 레스토랑 공격을 시도해 종신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같은 해 미 육군 제이슨 앱도 이병도 텍사스 주 포트후드 영내에서 압력솥 폭탄을 터뜨리려다가 체포됐다. 앱도 이병 또한 인스파이어의 ‘압력솥 폭탄 제조법’을 읽고 제조방법을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몸은 미국에 있더라도 알 카에다를 비롯한 테러 집단이 알려준 방법을 이용해 어렵지 않게 사제 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 테러 집단은 각종 이슬람 급진 사이트를 통해 ‘당신의 좌절과 분노는 서방의 십자군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면서 십자군에 맞서는 방법으로 폭탄 제조법을 소개한다. 사이버상에서 ‘자발적으로 훈련받은’ 이들이 미국 본토에 폭탄을 들고 등장하는 것이다. 보스턴 폭파 사건의 범인인 차르나예프 형제도 이런 과정을 거쳐 테러범으로 성장했다.

戰士가 된 이웃집 청년

형제는 체첸계 무슬림이다. 형은 영주권자, 동생은 시민권자다. 둘은 10대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다. 미국의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으며 자유로움을 누리며 성장한 이들이 테러범이 된 까닭은 뭘까.

형제의 성장 배경에는 이민자 가정의 생활고와 외로움이 있었다. 그들은 고교 시절까진 수재로 통했다. 형 타메를란은 우수한 성적으로 고교를 졸업했고, 동생 조하르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명문 공립고교 중 하나인 린지앤드라틴스쿨 출신이다. 조하르는 장학금을 받고 매사추세츠대(다트머스 캠퍼스) 의예과에 진학했으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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