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양반만 아니면 수용했을 것”
‘신동아’는 먼저 김 전 사장의 인터뷰에서 왜곡됐다는 내용이 뭔지,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를 취재한 후 김 전 사장과 MBC 노조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는 점에 주목하고 보도의 형평성을 고려해 박 전 위원장의 요구를 수용했다. 박 전 위원장이 노조의 의견을 수렴해 대표 발언하는 것을 전제로 4월 25일 오후 그를 인터뷰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나는 김재철 사장 취임 당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언론인의 사명을 다하려다 해고되는 비상식적인 일이 더는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 김재철 전 사장은 2010년 노조가 구영회 전 MBC미술센터 사장을 MBC 사장으로 밀었다던데.
“그런 일 없다. 2010년 엄기영 사장이 회사를 나간 뒤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후임으로 마지막까지 검토했던 3명의 후보가 김재철 사장과 구영회 전 MBC미술센터 사장, 정흥보 전 춘천 MBC 사장이다. 노조가 김재철 사장이 오는 걸 반대한 건 맞지만 구영회 전 사장을 밀었다는 건 억측이다. 사장 선임 권한은 방문진에 있다. 노조가 반대해도 방문진이 무시하면 그만이다.
김 전 사장이 ‘신동아’ 인터뷰에서 내가 구영회 전 사장을 사장 되게 하려고 자기가 사장 되는 걸 반대했다는 식으로 얘기했던데 말이 안 된다. 나는 2007~2008년 노조위원장을 했고, 김 전 사장은 2010년 이근행 위원장 시절에 사장이 됐다. 노조위원장은 임기가 끝나면 차기 집행부 일에 간섭하지 못한다. 더구나 이근행 위원장은 나보다 2년 선배고, PD 출신이다. 그때까지는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 그런데 후배인 내가 이근행 당시 위원장을 제쳐두고 뭔가를 도모하는 게 가당키나 한가.”
▼ 김재철 전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MB)과 친해서 반대한 건가.
“전형적인 낙하산 사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상당히 있는 사이였고, 이 양반은 울산 MBC, 청주MBC 사장 시절부터 한나라당 행사에 공공연히 참석했다. 이것은 노조에서 여러 차례 확인한 바다. 2008년 엄기영 사장이 (선임)될 때도 김재철 사장이 온다고 했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최문순 사장의 임기가 끝났는데, 당시에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선출된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가 6명이라 김재철 사장이 (선임)될 수 없었다. 노조위원장 임기는 2년이고, 방문진 이사 임기는 3년이다. 그래서 조금씩 어긋나면서 가는데, 김재철 사장이 너무도 확실한 낙하산이기 때문에 노조가 반대한 거다. 내가 위원장을 하던 시절에도, 이근행 위원장 시절에도.
단지 정부와 가깝다고 해서 막지는 않는다. 방문진에 여당 추천 이사가 6명이고 야당 추천 이사가 3명인데 공영방송 사장이 정권으로부터 어떻게 100% 자유로울 수 있겠나. 그건 노조도 이해하지만, 대통령하고 직접 친해서 꽂혀 내려오는 걸 반대한 거다. 노골적으로 정권 친화적이고 정권이 직접 내려보낸 사장이 오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프로그램이 뭐가 되겠나. 뉴스 논조가 바로 서겠나. 노조는 김재철 사장 자체가 문제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반대한 거다. 그 양반만 아니면 방문진 이사진이 협의와 토론을 거쳐서 어떤 분을 보내든지 수용할 태세가 돼 있었다. 역대 MBC 노조는 사장 선임 때마다 비리 혐의가 있다든지 정치권에 줄을 많이 댔다든지 이런 게 확연히 드러난 사람, 그 정도가 심한 사람을 반대해왔지만 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적은 한 번도 없다.”
▼ 김재철 전 사장은 ‘정도가 심했다’는 건가.
“아주 심했다. 역대 최고였다. 보도시사 프로그램이 굉장히 위축되고 망가질 거라는 우려와 위기의식이 있어서 반대했는데, 김재철 사장은 노조가 특정인물을 사장으로 내세우기 위해 반대했다고 호도했다. 사석에서도 내가 배후에 있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했다고 한다. 내가 강력한 노조위원장이었다? 그건 임기 중에나 통하는 말이다. 노조위원장은 선출직이고 힘든 일을 많이 겪기 때문에 노조원들이 그만큼 힘을 실어준다. 그래서 단결이 잘되고 찬성률이 90% 이상 나온다. 힘이 실리니까 ‘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노조가 어떤 싸움을 벌이든 간에 산산이 깨졌다. 2010년 파업도 아무런 협상 없이 39일 만에 접었다. 패배한 거다.”
▼ 39일 파업은 어쩌다 하게 됐나. 일각에선 지방선거를 의식한 파업이었다고 주장하는데.
“억지 주장이다. 김재철 사장이 취임했을 때 이근행 위원장 체제에서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며 출근 저지를 했는데 김 사장이 노조와 몇 가지 약속을 했다. 김 사장이 임원으로 쓰려고 했던 황희만 보도본부장과 윤혁 제작본부장에 대해 노조가 안 된다고 했고 김 사장이 오케이 했다. 그 약속을 믿고 노조가 출근 저지를 풀고 사장으로 인정했는데 한 달 만에 합의가 깨졌다. 김 사장이 약속을 저버리고 황희만 당시 특임이사를 부사장으로 기용했다. 그래서 39일 파업이 시작된 것이다. 김재철 사장을 믿을 수 없으니 물러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