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호

“보수(保守) 사장도 괜찮다 공정 보도만 한다면”

박성제 전 MBC 노조위원장의 김재철 전 사장 반박 인터뷰

  • 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입력2013-05-23 08: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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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기영 사장 될 때도 김재철 사장이 온다고 했다
    • 문제 많아 반대하면 ‘정치 노조’ ‘좌편향’으로 몰아
    • 내가 배후? 임기 끝나면 차기 집행부에 간섭 못해
    • 2배수 추천? ‘사장 퇴진’ 일관되게 요구했을 뿐
    • 노조는 한 번도 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적 없다
    “보수(保守) 사장도 괜찮다 공정 보도만 한다면”
    ‘신동아’ 5월호에 실린 ‘김재철 전 MBC 사장 사퇴 후 첫 인터뷰’는 파장이 컸다. 조선닷컴, 한겨레신문, 미디어스, PD저널 등 여러 매체에서 이를 인용 보도했다. MBC 노동조합은 “김재철 전 사장이 사실을 왜곡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김 전 사장이 인터뷰에서 “강력한 노조위원장이었다”고 언급한 박성제(46) 7기 MBC 노조위원장은 “내 실명을 거론하며 39일 파업의 배후인 것처럼 지목한 부분은 억측이자 명예훼손”이라며 “김재철 전 사장의 왜곡된 주장에 반박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 양반만 아니면 수용했을 것”

    ‘신동아’는 먼저 김 전 사장의 인터뷰에서 왜곡됐다는 내용이 뭔지,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를 취재한 후 김 전 사장과 MBC 노조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는 점에 주목하고 보도의 형평성을 고려해 박 전 위원장의 요구를 수용했다. 박 전 위원장이 노조의 의견을 수렴해 대표 발언하는 것을 전제로 4월 25일 오후 그를 인터뷰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나는 김재철 사장 취임 당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언론인의 사명을 다하려다 해고되는 비상식적인 일이 더는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 김재철 전 사장은 2010년 노조가 구영회 전 MBC미술센터 사장을 MBC 사장으로 밀었다던데.

    “그런 일 없다. 2010년 엄기영 사장이 회사를 나간 뒤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후임으로 마지막까지 검토했던 3명의 후보가 김재철 사장과 구영회 전 MBC미술센터 사장, 정흥보 전 춘천 MBC 사장이다. 노조가 김재철 사장이 오는 걸 반대한 건 맞지만 구영회 전 사장을 밀었다는 건 억측이다. 사장 선임 권한은 방문진에 있다. 노조가 반대해도 방문진이 무시하면 그만이다.



    김 전 사장이 ‘신동아’ 인터뷰에서 내가 구영회 전 사장을 사장 되게 하려고 자기가 사장 되는 걸 반대했다는 식으로 얘기했던데 말이 안 된다. 나는 2007~2008년 노조위원장을 했고, 김 전 사장은 2010년 이근행 위원장 시절에 사장이 됐다. 노조위원장은 임기가 끝나면 차기 집행부 일에 간섭하지 못한다. 더구나 이근행 위원장은 나보다 2년 선배고, PD 출신이다. 그때까지는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 그런데 후배인 내가 이근행 당시 위원장을 제쳐두고 뭔가를 도모하는 게 가당키나 한가.”

    ▼ 김재철 전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MB)과 친해서 반대한 건가.

    “전형적인 낙하산 사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상당히 있는 사이였고, 이 양반은 울산 MBC, 청주MBC 사장 시절부터 한나라당 행사에 공공연히 참석했다. 이것은 노조에서 여러 차례 확인한 바다. 2008년 엄기영 사장이 (선임)될 때도 김재철 사장이 온다고 했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최문순 사장의 임기가 끝났는데, 당시에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선출된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가 6명이라 김재철 사장이 (선임)될 수 없었다. 노조위원장 임기는 2년이고, 방문진 이사 임기는 3년이다. 그래서 조금씩 어긋나면서 가는데, 김재철 사장이 너무도 확실한 낙하산이기 때문에 노조가 반대한 거다. 내가 위원장을 하던 시절에도, 이근행 위원장 시절에도.

    단지 정부와 가깝다고 해서 막지는 않는다. 방문진에 여당 추천 이사가 6명이고 야당 추천 이사가 3명인데 공영방송 사장이 정권으로부터 어떻게 100% 자유로울 수 있겠나. 그건 노조도 이해하지만, 대통령하고 직접 친해서 꽂혀 내려오는 걸 반대한 거다. 노골적으로 정권 친화적이고 정권이 직접 내려보낸 사장이 오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프로그램이 뭐가 되겠나. 뉴스 논조가 바로 서겠나. 노조는 김재철 사장 자체가 문제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반대한 거다. 그 양반만 아니면 방문진 이사진이 협의와 토론을 거쳐서 어떤 분을 보내든지 수용할 태세가 돼 있었다. 역대 MBC 노조는 사장 선임 때마다 비리 혐의가 있다든지 정치권에 줄을 많이 댔다든지 이런 게 확연히 드러난 사람, 그 정도가 심한 사람을 반대해왔지만 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적은 한 번도 없다.”

    ▼ 김재철 전 사장은 ‘정도가 심했다’는 건가.

    “아주 심했다. 역대 최고였다. 보도시사 프로그램이 굉장히 위축되고 망가질 거라는 우려와 위기의식이 있어서 반대했는데, 김재철 사장은 노조가 특정인물을 사장으로 내세우기 위해 반대했다고 호도했다. 사석에서도 내가 배후에 있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했다고 한다. 내가 강력한 노조위원장이었다? 그건 임기 중에나 통하는 말이다. 노조위원장은 선출직이고 힘든 일을 많이 겪기 때문에 노조원들이 그만큼 힘을 실어준다. 그래서 단결이 잘되고 찬성률이 90% 이상 나온다. 힘이 실리니까 ‘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노조가 어떤 싸움을 벌이든 간에 산산이 깨졌다. 2010년 파업도 아무런 협상 없이 39일 만에 접었다. 패배한 거다.”

    ▼ 39일 파업은 어쩌다 하게 됐나. 일각에선 지방선거를 의식한 파업이었다고 주장하는데.

    “억지 주장이다. 김재철 사장이 취임했을 때 이근행 위원장 체제에서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며 출근 저지를 했는데 김 사장이 노조와 몇 가지 약속을 했다. 김 사장이 임원으로 쓰려고 했던 황희만 보도본부장과 윤혁 제작본부장에 대해 노조가 안 된다고 했고 김 사장이 오케이 했다. 그 약속을 믿고 노조가 출근 저지를 풀고 사장으로 인정했는데 한 달 만에 합의가 깨졌다. 김 사장이 약속을 저버리고 황희만 당시 특임이사를 부사장으로 기용했다. 그래서 39일 파업이 시작된 것이다. 김재철 사장을 믿을 수 없으니 물러나라고.”

    “선거 염두에 둔 파업 아니다”

    ▼ 지난해 1월 170일 파업은 왜 시작됐나. 김 전 사장은 4·11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의도된 파업’으로 보던데.

    “그런 왜곡된 판단을 하니 물러나라고 한 거다. 작년 1월 초에 기자총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교체 요구를 결의하고 그게 안 받아들여지면 불신임투표를 하기로 했는데, 교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불신임투표를 진행했다. 당시 기자회장이 아침뉴스를 하던 박성호 앵커였다. 보도본부장이 박성호 기자회장에게 투표 결과를 공개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말했는데 기자회장은 예정대로 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두 사람 모두 80%대 불신임이 나왔다.

    그러자 그날 저녁 보도국장이 편집회의에서 아침뉴스팀장이던 나한테 박성호 앵커를 바꾸기로 했다면서 보직해임을 통보하라고 했다. 그래서 피눈물 흘리는 심정으로 통보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일로 나를 비롯한 보직부장 몇 명이 보직 사퇴를 했고, 기자회장의 보복성 보직해임이 결국 170일 파업의 도화선이 됐다. 불신임투표를 주도한 기자들이 징계를 받고 앵커 자리에서 잘리는 상황이 벌어져서 노조가 나서게 된 거다.”

    ▼ 불공정 보도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뭔가.

    “MB 사저 문제라든지 측근 비리, 김문수 지사가 소방관과 싸우고 했던 일은 기사가 못 나갔다. 여야를 떠나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사들이 아닌가. 기자들이 정치적인 게 아니라,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이 정권에 불리한 기사를 내지 않겠다는 자세로 일관하면서 좌편향 기사로 몰아가는 경우가 꽤 있었다. 조선, 중앙, 동아도 ‘팩트(fact)’니까 다루지 않았나. 여야 가리지 않고 깔 게 있으면 까는 게 당연하다. MBC는 늘 그래왔다. 그 기조가 크게 무너진 적이 없다. 사장이 누가 되든 간에. 근데 김재철 사장이 오고 난 다음부터는 보도의 모든 잣대가 바뀌었다. 정부 여당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따져 뉴스를 재단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해 1월 발행한 MBC기자회 비상대책위원회 특보 4호를 보여줬다. 특보에는 4개 부처 장관 인사검증 누락, 내곡동 사저 의혹 누락·축소 등 2011년 한 해 동안 노조가 문제를 제기한 15건의 불공정 보도 일지가 담겨 있었다. 그는 “나는 김재철 당시 사장이 모든 것을 주도했다고 본다. 김 사장은 편집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담당국장의 독자적 판단이라 해도 기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정치적 잣대로 기사를 재단하는 사람들을 중용하면서 중요한 프로그램의 수장으로 앉혀놓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 김 전 사장은 “공정 보도를 위해 MBC의 좌편향성을 중도로 바꾸려 했다”고 주장했다.

    “MBC를 빨갱이방송이니, 좌파방송이니 하며 비난하는 가장 큰 이유가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때문이다. 광우병 보도에 일부 실수가 있었다. 그건 ‘PD수첩’도 인정했다. 그러나 ‘PD수첩’이 다룬 내용과 비슷한 보도를 KBS는 물론 보수언론에서도 그전에 했다. 문제는 광우병 촛불시위가 촉발되는 데 ‘PD수첩’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보면서 MBC가 그 원죄를 다 뒤집어쓴 거다. 촛불시위로 정권이 위기에 몰리니까 그걸 타개하려고 ‘PD수첩’ 사법처리, 담당 PD 구속수사를 시도했다.

    그래서 국민 여론이 ‘PD수첩’이 잘했나, 못했나로 흘러버리고 MBC에 기존의 노영(勞營)방송, 좌빨방송, 빨갱이방송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광우병의 문제점을 취재하고 이를 우려해 쇠고기 수입 허가를 비판하면 좌빨방송인가? MBC가 보수단체를 집중 공격하는 프로그램을 냈다면 좌편향방송이라는 말을 들어도 싸다. 하지만 국민의 먹을거리나 4대강 같은 현안을 보도하면서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고 좌편향방송이라고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정치권 약속 믿었는데…”

    ▼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 발제도 많이 했나.

    “보수(保守) 사장도 괜찮다 공정 보도만 한다면”

    지난해 1월 30일 MBC 노동조합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벌인 총파업 출정식.

    “당연하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적인 보도를 해왔다고 자부한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MBC가 황우석 사태로 얼마나 많은 욕을 먹었나. 그때도 빨갱이 소리를 들었다. 황우석을 비판하면 좌빨방송이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당시 황우석 사태에 대로했다고 하더라. 아무튼 같은 보도를 놓고도 여당은 여당한테 불리한 기사로, 야당은 야당한테 불리한 기사로 해석하는 경우가 꽤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관련 방송을 생중계로 보여주고 촛불시위를 뉴스로 보여줬을 때도 당시 한나라당은 방송이 자기네 까고 노무현을 지키려고 탄핵 문제를 키웠다고 하더라. 하지만 민주당이 집권여당이던 시절에도 여당의 여러 가지 부조리를 가감 없이 비판했고, 민주당도 당시 보도에 대해 항의한 적이 있다. 우리는 언론으로서 지켜야 할 선을 지키려고 늘 노력했다.”

    ▼ 170일 파업 이후 노조가 힘이 빠지지 않았나.

    “많이 빠졌다. 노조 안에서는 다들 김재철 사장을 쫓아내기 전에는 파업을 접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정치권이 당시 노조집행부에 김 사장 문제를 해결해주기로 약속해서 그걸 믿고 지난해 7월에 파업을 접었다. 근데 이후에도 해결이 안 돼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 정치권에서 약속을?

    “여야 원내대표가 협상을 통해 그해 8월 방문진 이사진이 새로 구성되면 김재철 사장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주겠다고 했다. 약속한 문서도 있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도 이상돈(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정치쇄신특위 위원) 교수를 보내서 잘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상돈 교수가 ‘박 대표가 김재철 문제 해결해줄 뜻을 갖고 계시니까 이 정도에서 접읍시다’ 그랬다.”

    이상돈 전 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5월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가 나를 보낸 게 아니다. 그 일에 관해 다시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모든 걸 말했으니 그걸 참고하라”고 했다. 이 프로그램의 지난해 11월 15일 방송에서 이 전 교수는 “박근혜 후보가 김재철 사장 퇴진 약속을 한 건 아니고 방문진 이사회 구성을 잘해 해결하겠다는 의중을 갖고 있어서 내가 다른 메신저를 통해 그 뜻을 노조에 전했다. 나도 노조를 직접 만난 건 아니고 다른 메신저를 통해 전했다”고 밝혔다.

    이 얘기를 전하자 박 전 위원장은 “이 교수의 처지에선 말하는 게 곤란할 수 있지만 나와 몇 명이 그분을 함께 만났다. 그분이 ‘박 대표가 김재철 문제를 해결해줄 뜻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 정도에서 파업을 접는 게 좋다. 노조가 먼저 파업을 풀어야 박 대표가 문제를 해결하고 당과 청와대에 해결을 촉구할 명분이 생긴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정치권의 그런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노조가 그걸 믿고 자발적으로 170일 파업을 중단했다. 사장한테 이미 물러나라고 한 상태여서 사장과는 협상할 수 없었다. 사장 퇴진이라는 뜻은 접지 않고 그냥 파업을 접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재철 전 사장은 “당시 노조위원장이 ‘5개 국장 후보를 2배수로 추천할 테니 각기 1명씩 골라 쓰는 걸로 하면 지금까지 가졌던 의혹을 풀고 임기까지 잘 모시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말이 안 된다.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정영하 당시 위원장에게 내가 확인하고 왔다. 정영하 위원장은 김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명예롭게 퇴진하라’고 요구했을 뿐 인사와 관련해 요구한 적은 없다고 했다. 김재철 사장 재임 기간에 노조위원장을 지낸 사람 중 누구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 김 전 사장이 노조위원장으로부터 그 말을 듣고 “당신들이 최충헌, 최우처럼 도방을 운영하고 나보고 고종 하라는 거냐. 그렇게는 못한다. 하루를 하더라도 사장답게 하다 나가겠다”고 했다던데 그 말은 못 들었나.

    “정영하 당시 위원장에게 확인했는데 김 사장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정 위원장은 ‘제발 회사를 명예롭게 떠나달라. 당신의 비리에 대한 제보가 자꾸 들어오고 있다. 지저분한 진흙탕 싸움을 더 이상 하기 싫다. 이제 나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마지막으로 요구하기 위해 만났는데 사장이 그런 일 저지른 적 없다고 버텨서 만나자마자 헤어졌다고 한다.”

    8명 해고, 노조 통장 가압류

    김재철 전 사장 임기 중 39일 파업과 170일 파업을 겪으며 많은 직원이 징계를 받았고, 일부는 스스로 회사를 떠났다. 박 전 위원장을 비롯한 8명은 해고됐다. 이들은 현재 해고 무효 소송을 벌이고 있다.

    ▼ 해고 무효 소송은 언제쯤 끝나나.

    “내가 지난해 6월에 해고됐는데 1심이 연말에나 끝날 걸로 예상한다. 지금 10개월째인데 나와 최승호 PD는 아무 이유 없이 해고됐다.”

    ▼ 무슨 얘긴가.

    “3월에 이미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다. 보직을 가지고 있으면서 파업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정직 처분을 받았다. 징계를 이미 받았는데 나와 최승호 선배가 같은 사유로 또 인사위원회에 올라갔다. 800명이 참여한 파업인데도 하필 노조위원장 출신인 우리 둘에게만 파업에 참여해 회사 질서를 문란하게 만들어서 해고한다고 했다. 파업에 참여한 죄로 이미 징계를 받았으니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더니 당시 인사위원장이 첫 번째 징계는 그때까지 파업에 참여한 것 때문이고 이번은 이후 파업에 참여한 책임을 물은 거라고 하더라. 처음에는 굉장히 황당했다. 그런데 이번에 ‘신동아’ 인터뷰를 보고 내가 왜 해고됐는지 알았다. 김재철 사장한테는 이미 내가 잘라야 할 대상으로 찍혀 있지 않았을까. 나를 자기도 못 오게 하고 특정인을 밀기 위해서 노조를 배후 조종한 원흉으로 보는 것 아닌가.”

    ▼ 170일 파업으로 노조도 경제적 손실이 크다고 들었다. 돈이 바닥났다던데.

    “노조에 돈이 없다. 파업을 오래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파업을 접은 지 꽤 돼서 조합비가 제법 쌓였는데 노조 통장이 가압류돼서 돈을 꺼낼 수가 없다. 노조가 빚을 내 살고 있고, 해고자들한테도 일부 임금을 보조해주고 있다. 해고자들도 그냥 받을 순 없으니까 나중에 소송에서 이기면 갚는 조건으로 보조받는 거다.”

    MBC 사측과 노측 사이엔 여러 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노사(勞使)갈등뿐 아니라 노노(勞勞)갈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던 ‘8시 뉴스’ 등 여러 프로그램이 최근 시청률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선 내부 안정화가 시급하다. 5월 3일 취임한 김종국 신임 MBC 사장이 노사 간에 쌓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큰 관심사다. 신임 사장이 결정되기 전에 기자와 만난 박 전 위원장의 바람은 이렇다.

    “좋은 분이 오셔서 일단 노조와 합리적으로 대화하기를 바란다. 보수든 진보든 상관없다. 정권이 좋아하면 보수적인 사장이 와야지 어쩌겠나. (방문진에) 여당 인사가 6명인데 보수적인 사람이 온다고 그걸 막나. 다만 최소한 노사 관계를 정상적으로 이끌어갈 분이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조는 사장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면 안 되고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해서도 안 된다. 마찬가지로 회사는 약속해야 한다. ‘외풍을 막고 보도는 똑바로 하겠다’고. 서로 신뢰가 있으면 노조가 굳이 사장한테 공정 방송을 요구할 일이 있겠나. 노조는 임금협상만 하면 되지.”

    ▼ 임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170일 파업 할 때 눈살 찌푸린 이도 많았다. ‘월급 많이 받으면서 파업한다’고.

    “월급 잘 주는 회사에 말 잘 들으면서 다니면 좋을 텐데 왜 ‘무노동·무임금’을 감수하면서 6개월씩 파업했겠나. 6개월 동안 굶더라도 지키고 싶은 것이 있어서다. 그것이 바로 공정 보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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