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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쟁이 못 믿겠다 해놓고 만나면 설레니 그게 내 운명”

‘운명, 논리로 풀다’ 펴낸 이영돈 채널A PD

  • 구미화 │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점쟁이 못 믿겠다 해놓고 만나면 설레니 그게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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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널A 인기 프로그램 ‘이영돈 PD의 운명, 논리로 풀다’가 책으로 나왔다. 사주, 궁합, 관상, 굿을 대하는 일반인과 역술인의 태도를 논리적으로 분석했다.
  • 많은 역술가를 인터뷰하고, 관찰 카메라와 뇌파 분석 등 과학적 실험도 병행했다. 이영돈 PD는 “직업적으로는 역술인들의 논리 모순을 찾아내려 애쓰지만,
  • 개인적으로 자기 운명을 걸고 역술인을 만날 땐 한없이 말려든다”고 털어놨다.
“점쟁이 못 믿겠다 해놓고 만나면 설레니 그게 내 운명”
채널A 이영돈(57) PD(제작담당 상무)는 사주가 평범하지 않을 것 같다. PD로는 드물게 연예인 못지않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직장도 여러 번 옮겼다. KBS에 입사했으나 그만두고 호주로 떠났다가 귀국해 SBS에 둥지를 트는가 싶더니 다시 KBS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금은 종합편성채널(종편) 채널A에서 제작담당 상무로 프로그램 제작을 책임지고 있다. 남이 무심코 받아들이는 것들에 의문을 갖고 파헤치는 프로그램들을 주로 만들어온 터라 많은 시청자의 지지를 받았지만 송사(訟事)에도 적잖이 시달렸다. 직급은 임원인데, 궁금하고 확인하고 싶은 게 많아 여전히 현장을 누비는 ‘못 말리는 PD’다.

“바쁘게 살 팔자래요. 그건 맞아요.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 직책에 상관없이 일을 만들어서 하니까.”

그는 인터뷰 이틀 전엔 전생(前生)을 알아보러 다녀왔고, 인터뷰 다음 날엔 프로포폴 투약을 체험해 볼 예정이며, 며칠째 간헐적 단식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모두 과학적으로 그 실체나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이 이용하고 의존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들이다. 이 PD는 이런 소재들을 파고들어 5월 20일부터 방송하는 ‘이영돈 PD, 논리로 풀다 시즌2’에 담아낸다.

‘이영돈 PD, 논리로 풀다’는 채널A 개국과 함께 전파를 타 화제를 모은 ‘이영돈 PD의 운명, 논리로 풀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운명이나 전생이 논리로 풀어서 풀릴 문제인가 싶지만, 그는 “그래서 더 논리로 풀어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논리로 잘 풀리지 않는 문제이기에 논리로 접근하면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그 과정이 재미있다”고 한다.

‘이영돈 PD의 운명, 논리로 풀다’는 5월 초 같은 제목으로 책까지 나왔다. 사람들이 역술인이나 무속인의 말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심리학적으로 접근하고, 긍정적인 예언보다 부정적인 예언이 듣는 사람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원인을 뇌과학에 근거해 설명한다. 사주가 정말 운명을 결정짓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주가 같은 사람들의 삶을 비교하고, 역술인들이 비명횡사한 이의 사주에서 그런 비운을 읽어낼 수 있는지 살펴본 내용도 흥미롭다.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부부의 궁합은 어땠을지, 개명이나 성형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는지, 작두 타기는 정말 접신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인지도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생에 세르반테스였다?

“점쟁이 못 믿겠다 해놓고 만나면 설레니 그게 내 운명”


▼ 운명이나 전생, 이런 소재는 종편이라 가능한 건가요.

“지상파도 할 수는 있죠. 그러나 좀 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건 (종편의) 분명한 특징이에요. 채널A 인지도가 개국 당시보다는 확실히 높아졌지만 인지도 높이기를 더 가속화할 필요가 있기에 이런 소재들을 다루는 거죠. 결론이 나지 않아도 과정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으니까.”

▼ 그래서 전생에 뭐였답니까.

“뇌파 측정을 하면서 최면을 걸고 전생을 알아보는데, 뭐가 보이냐고 묻기에 뭐가 보이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데, 일단 물어보는 대로 대답을 했더니 내가 전생에 일리야 세르반테스였대요. 실제로 그날 스페인어도 좀 했어요. 전쟁 장면도 나왔고. 그런데 뇌파 측정 결과를 보니까 내가 최면에 빠지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러면 1시간 넘게 내가 본 것은 뭔지. 그래서 다시 하기로 했는데, 의문이 남죠.”

▼ 세르반테스는 마음에 드나요.

“당신은 누구입니까 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우연히 떠오른 생각이 세르반테스였을 뿐이에요. 과거에 내가 본 책이나 뭐 그런 것들 중 하나겠죠. 그걸 가지고 내가 전생에 세르반테스였다고 한다면 과학적으로 납득이 안 되죠. 짧은 시간에 전생이 있다 없다 결론 내릴 수는 없지만, 누군가의 전생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뭔가 얽힌 것을 풀어서 지금의 트라우마를 없앨 수 있다면, 그래서 불안한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면 좋은 거죠.”

▼ 운명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자기 운명을 미리 알아봄으로써 그게 삶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면 좋은데.

“지금은 내가 일이 잘 안 풀리지만 내 전체 운은 좋다니까 걱정하지 말자 이렇게 되면 좋죠. 하지만 취재를 해보니까 좋은 사주팔자를 타고 난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아요. 사주가 좋다는 게 상대적인 의미이기도 하고요. 더군다나 사람 욕심은 끝이 없어서 고관대작이나 재벌총수라도 자기 사주팔자가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을 걸요. 전직 대통령은 어떤가요. 사람이 태어나 대통령이 된다는 건 그만큼 좋은 사주도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꼭 좋은 사주만은 아닌 것 같거든요. 그렇다고 시골에서 태어나 아들딸 낳고 아프지 않고 큰 걱정 없이 산 촌부의 사주가 좋은 거냐 하면, 역술인들은 그리 좋은 사주는 아니라고 얘기해요.”

▼ 기본적으로 운명, 팔자 이런 게 있다고 보는 겁니까.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운명이라는 건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을 어떻게 찾고, 어떻게 보느냐는 또 다른 문제지만요. 과거엔 집 떠나면 고생이니 역마살을 나쁘게만 봤고, 도화살도 기생 사주라며 흉으로 여겼지만, 지금으로 치면 가수 싸이는 역마살과 도화살 덕분에 잘 나가는 것 아니겠어요? 제가 파악하기로는 사주팔자 개념 자체는 ‘그릇’을 말하는 것 같아요. 돈이나 명예를 어느 정도 그릇 크기로 타고났느냐 하는 거죠. 그리고 하는 일이 적성에 맞느냐 하는 것과 전체적인 운의 흐름, 이 세 가지는 제대로 보는 사람이면 대체로 맞힐 수 있어요.”

연초는 물론 수시로 점을 보러 다닌다는 그는 경험에 비춰볼 때 이 세 가지 큰 틀에서가 벗어난 구체적인 결정을 역술인 판단에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이를테면, 아이의 완벽한 사주를 위해 언제 제왕절개를 할 것이냐, 어떤 주식에 투자할 것이냐, 부동산을 팔 것이냐 말 것이냐, 누구랑 결혼을 하느냐마느냐 같은 문제는 역술인 말이 맞을 때도 있지만 틀릴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설사 못 맞혔다 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 그래서 그는 “역술인은 한 개인에게 아주 중요한 얘기를 자기 마음대로 떠들고 책임은 지지 않으니 아주 끝내주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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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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