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호

“9·15 정전대란 때 예비력 잘 몰라 피해 커졌다”

전력거래소 전력수급 관리 구멍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13-05-23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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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0년간 과다한 예비력 탓 4조 원 낭비
    • 미국 전력회사(150만kW)보다 2.6배 큰 운전예비력 유지
    • 계통운영 기술조사위원회 결과 6월 초 발표
    • “9·15 순환정전 기술분석 자료 없다”
    • 전정희 의원 ‘전력계통운영 정보공개법’ 추진
    “9·15 정전대란 때 예비력 잘 몰라 피해 커졌다”

    전력거래소는 예비력을 지나치게 높여 관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2년 6월 19일의 전력공급현황판.

    전력수급 관리가 엉망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너무 다르다. 당국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스토리가 좀 길지만 하나씩 짚어보자.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거나 추워지면 어김없이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는 뉴스가 등장한다. 4월 23일에도 전력수급 경보 ‘준비’ 단계가 발령된 적이 있다. 신월성 원전 1호기가 고장으로 멈춰 선 데다 이상 저온으로 전력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전력 당국은 밝혔다. 전력거래소(이사장 남호기) 관계자는 “기온이 상승해 전력수요가 줄 것으로 예상하고 발전소들에 정비나 가동중단을 허락한 것도 한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는 전력시장 운영규칙에 따른 전력 운영예비력에 근거해서 이 같은 전력수급 경보단계를 발동한다. 운영예비력이란 전력계통에 연결된 전력과 2시간 이내(동·하계는 20분) 공급 가능한 전력의 합 가운데 사용되지 않은 여분의 전력 용량을 말한다. 이는 자동차로 보면 움직이지 않고 공회전을 하며 낭비하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이것이 500만kW 미만~400만kW 이상으로 20분간 이상 지속될 때 ‘준비’ 단계가 발동된다. 400만kW 미만~300만kW 이상은 ‘관심’, 300만kW 미만~200만kW 이상은 ‘주의’, 200만kW~100만kW 이상은 ‘경계’, 100만kW 미만은 ‘심각’ 단계다. 보통 100만kW 전력은 원전 1기가 가동될 때 생산하는 양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전체 전력 설비용량은 2013년 1월 현재 8229만kW, 공급능력은 8071만kW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11일엔 예비전력이 400만kW 밑으로 떨어질 때 발령되는 전력 경보가 3시간 넘게 이어졌다. 당시 언론에는 ‘전력 사용이 조금만 더 늘거나 발전소 1, 2기만 고장 나도 대정전(블랙아웃)이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라는 긴급보도도 나왔다. 당시 전력당국은 수요예측을 잘못해 곤욕을 치렀다.



    “대국민 사기극”

    그러나 전력거래소는 예비력이 떨어지는 것과 블랙아웃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예비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위기가 온다는 걸 반복해서 알리고 있다. 게다가 이 예비력 계산이 정확하지 않고, 지나치게 많은 예비력을 운영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에너지를 낭비하고 그 비용을 국민이 부담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난해 제기됐지만 아직껏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전력거래소는 이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전정희 의원을 중심으로 대한전기학회 등 일부 학자들의 주장은 강경하다. “대국민 사기극” 발언까지 나왔다. 전 의원 주장의 요지는 이렇다.

    “도대체 예비력 400만kW를 상시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예비력은 말 그대로 국민이 사용하고도 남아 예비로 쓸 수 있는 전력이다. 그런데 전기는 저장할 수가 없기 때문에 흘러가버리고 예비전력으로 확보한 400만kW 이상의 전력에도 고스란히 비용이 지불된다. 이렇게 쓰지도 않으면서 가동하는 비용으로 한 해 4000억 원 이상을 지급한다. 이 비용은 곧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되고 있다. 국민은 사용하지도 않는 전력 때문에 과다한 추가비용을 내야 한다. 또 절전으로 여름에는 비지땀을 흘려야 하고, 겨울에는 추위에 벌벌 떨어야 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전북매일신문’ 기고)

    “9·15 정전대란 때 예비력 잘 몰라 피해 커졌다”

    현행 전력수급 대책의 문제점

    전 의원에 따르면 전력당국이 2012년 전력수요 피크 기간인 하계(7, 8월)와 동계(12월, 2013년 1월) 때 각각 8조3000억 원, 8조5000억 원의 전력구매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 16조8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지난 하계 때는 기업체에 절전 대가로 지급한 보너스(절전보조금)가 1500억 원대. 전력수급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과다한 비용이 쓰이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전하진 의원이 산업부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력부하관리 비용으로 2012년 4046억 원이 쓰였다. 또 전력수요 피크 때 소비를 줄이면 기회비용을 보전해주는 수요조정제도에 따라 2011년의 경우 현대제철은 가장 많은 161억 원의 보조금을 받았고, 쌍용양회가 64억 원, 고려아연이 49억 원을 받았다. 2012년에는 8월 말 기준으로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은 곳이 현대제철(75억원), 고려아연(25억원) 순이었다.

    전력거래소는 하계 피크에는 수요관리로 수천억 원을 쓰고도 예비전력이 기준치(400만kW)를 훨씬 넘는 평균 760만kW였고, 동계 때는 690만kW를 유지했다. 2012년 6월 18일 새벽 시간의 운영예비력은 2000만kW를 넘었다.

    공급예비력에 대해서도 의문은 남는다. 5월 11일 전력거래소가 공개한 현황을 보면 저녁 9시45분 공급예비력은 1232만kW로 23.43%의 예비율을 유지했다. 12일 오전 10시45분엔 공급예비력이 1719만kW로 전국에서 즉시 생산가능하거나 생산 중인 전력의 36.74%가 여분인 셈이다. 이 가운데 어느 정도가 운영예비력인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관련 정보 없고 불안”

    “9·15 정전대란 때 예비력 잘 몰라 피해 커졌다”

    2012년 6월 18일 2000만 kW이상의 과도한 운전예비력이 유지됐음을 보여주는 전력거래소 내부자료.

    전정희 의원실이 전문가에게 의뢰해 분석한 동·하절기 최대전력 소비량과 운영예비력의 패턴 비교도 흥미롭다. 전 의원은 “동·하절기 최대전력 소비 패턴이 다르면 예비력 운영도 달리해야 하는데, 전력거래소는 과다한 예비력 때문에 발전소가 입찰하는 대로 발전기를 다 켜두는 방식으로 전력을 운용하고 있다”며 “EMS를 잘 운용하면 예비력을 소비 패턴에 따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연료비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낭비되는 전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서 경제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전 의원과 전문가들은 “거래소가 과다한 예비력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컴퓨터화한 전력계통운영 시스템 EMS(Energy Management System) 기기의 예비력 관리 프로그램, 수요예측 프로그램 등 핵심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 관련 정보가 없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EMS만 제대로 운용한다면 예비력을 훨씬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도 전력계통의 규모가 커지면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춰야 했다. 전체 발전기의 부하와 용량 등 계통 상태를 파악하는 ‘상태추정(state estimation)’과 탈락된 발전기나 송전선 사고 등을 감안해서 경제적으로 출력하는 ‘안전도 제약 경제 급전(給電)(SCED·Security Constrained Economic Dispatch)’을 위해 2001년 미국 알스톰사에 220억 원을 주고 EMS를 도입했다. 또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전력거래소가 민영화할 것으로 예단하고 경매입찰 시스템인 ABB사의 MOS(전력시장운영시스템·Market Operating System)도 들여왔다. 그런데 전력거래소는 2003년 민영화가 중단돼 MOS의 사용이 불필요해지자 EMS와 MOS를 연계해서 사용해왔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MOS의 5분 급전 기능이 뛰어나 연결시켰다고 한다.

    EMS 제대로 활용 못해

    그러나 기능이 서로 다른 기기를 연결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국회 토론회에서 김영창 아주대 교수는 “EMS와 MOS를 연결해 사용하는 것은 고속도로에서 한 대의 자동차에 운전자가 두 명 앉은 것처럼 비정상적이다”며 “이것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건중 충남대 교수도 “MOS는 도매경쟁시장이 개설됐을 때 필요한 것인데 우리는 이런 시장이 없기 때문에 불필요하다. MOS의 5분 경제급전을 억지로 EMS에 연계시켜 동기화되지 않아 EMS의 기능이 마비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 측은 “300억 원을 들인 시스템인데 버려둘 수 없어 연계해서 썼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답을 내놓았다.

    전력거래소는 EMS와 MOS를 연계시킨 뒤 EMS 내의 예비력관리 프로그램을 활용하지 않고, 급전원들이 발전소에 지시하는 형태의 수동급전으로 전력계통을 운용해왔을 가능성도 지적받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유재국 조사관(에너지학 박사)은 EMS 미활용의 추정 근거로 △2011년 9·15 정전사고 당시 급전원들의 예비력 계산 실패 △ 공학적 근거 부족 △주파수와 예비율의 불일치에 대한 소명 부족 등을 들었다. 3월 27일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국회 간담회에서 “9·15 정전사고 당시 예비력(운영예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시 전력거래소가 예비력을 정확히 알지 못해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허둥대다 순환정전을 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지난해 민주당 조경태 의원실 보좌관이 “EMS를 한번 꺼보면 어떻겠느냐?”고 하자 전력거래소 측은 “동계대책이 끝나고 나서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그간 전력거래소가 EMS를 활용하지 않고, 별도의 프로그램을 통해 전력계통운영을 해왔음을 자인한 것이다.

    그런데 전력거래소는 두 시스템의 연계에서 한걸음 나아가 기존 EMS 기능에 MOS 핵심기능을 통합한 단일통합형시스템인 ‘K-EMS(한국형 전력계통운영시스템)’를 2010년 10월 31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전력거래소가 전정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EMS 개발비용으로 352억 원이 들어갔으며, 2010년 개발이 완료된 뒤에도 여전히 시제품 상태로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후 전력거래소는 2011년 11월 ‘차세대 EMS’라는 이름으로 한전KDN과 개발비용 341억 원의 수의계약을 맺었고, ‘차세대 MOS’도 한전KDN 등에 238억 원의 개발과제를 발주했다. K-EMS의 연구를 기반으로 보완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전 의원의 주장이다.

    “2011년 9·15 순환정전 이후 정부는 400만kW의 예비력 확보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시 예비력(15일 오후 3시20분 기준 24만kW)이 남아 있었음에도 주파수가 하락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무조건 예비력 부족에 따른 계통운영의 불안 때문에 순환정전을 했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과다한 예비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과다한 예비력에 투입된 비용이 4조 원에 달한다. 이게 고스란히 전기요금으로 충당된 것이다.

    전력교류 이론에 따르면 예비력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기준 주파수(60Hz)는 일정하게 유지되며, 전력계통의 불안전성은 오지 않는다. 계통불안이 왔다는 것은 예비력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원인이 있었던 것인데 그것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전력난’ 의미 모호

    유재국 조사관은 현재 정부가 사용하고 있는 ‘전력난’이라는 용어가 얼마나 모호하고, 과장돼 있는지 꼬집었다. 과거에는 발전기 개수가 많지 않은 소규모 전력계통이어서 발전기 한 대가 고장 나면 안정도 문제로 인해 주파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전체 계통이 붕괴되는 사건(total blackout, 또는 system collapse)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1년 이러한 형태의 블랙아웃이 마지막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나라처럼 8000만kW 이상의 설비를 갖춘 대규모 계통에서는 그런 형태의 블랙아웃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게 유 박사의 주장이다. 발전기 한 대가 고장을 일으켜도 그 용량이 전체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일정한 운전 예비력만 확보해두면 발전기가 고장을 일으켜도 수초에서 수분 사이에 주파수가 회복된다는 것. 유 조사관은 EMS가 잘 운영될 경우 “예비력이 100만kW가 아닌 10만kW만 있어도 발전기가 탈락하지 않으면 주파수를 유지하는 데 공학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9·15 정전대란 때 예비력 잘 몰라 피해 커졌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 상황실에서 직원이 전력수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9·15 정전대란 때 예비력 잘 몰라 피해 커졌다”
    물론 예비력이 아무리 많아도 송전선이 끊어져 발전기가 연쇄적으로 고장을 일으키는 종속사고(cascading outage)에 의한 계통붕괴는 예방할 수 없다. 이런 형태의 블랙아웃은 2003년 미국 동북부나 2012년 인도에서 발생한 사고에서 나타난 바 있다. 당시 미국에선 상태추정을 하는 장치가 꺼져 있었기에 발빠른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조사관은 상태추정을 하지 못하면 비상시 정전을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대규모 계통에서 수요가 급증해 정전이 될 때는 부분정전(partial blackout, 또는 brownout)의 확률이 높은데, 위의 종속사고에 의한 블랙아웃과는 유형이 다르다. 다음은 유 조사관의 설명.

    “종속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안전도제약 경제급전이라는 공학적 기법이 동원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8000만kW 수준의 설비를 운용하고 있지만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운전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 IT 기술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는 EMS라는 거대한 장비가 있고, 이를 유지보수하고 한국형 모형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2000억 원을 투입했지만 예비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안전도제약 경제급전도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예비력이 부족한 가운데 발전기 고장이 예상되면 매뉴얼에 따른 직접부하관리나 정전 우선순위에 의해 부분 정전을 실시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구체적인 정전 우선순위가 없다. 예비력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되면 정전 우선순위를 정해 전체 수요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우선적으로 정전할 수 있는 곳을 정해 수급균형을 맞추면 된다.

    그런데 현재는 비상시에 누가 어느 시간대에 정전이 될지 예상할 수 없다. 감사원도 9·15 사고 이전인 2010년 말 정전 우선순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관리 전력용량이 한국과 비슷한 6500만kW인 미국 텍사스 주정부의 전기위원회(ERCOT)는 예비력으로 최대 발전소 1기(100만kW)의 2배 용량과 부하변동을 고려한 50만kW(부하 변동)의 여분을 합해 250만kW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이곳을 방문한 모 교수는 “ERCOT 관계자는 한국의 전력예비력 수준이 너무 높아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그렇게 운용된다면 소비자의 거센 비판이 일어날 것이며, 한국의 길거리 전광판에서처럼 1200만kW의 예비력을 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정희 의원과 국회입법조사처, 대한전기학회 등은 전력거래소에 EMS 운영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청했고, 면밀한 조사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그러나 전력거래소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산업부와 전력거래소는 윤상직 장관이 임명된 뒤인 올해 4월에야 EMS기술조사위원회(위원장 김건중 충남대 교수)를 가동키로 약속했다. 5월 13일 현재 이 위원회는 두 차례 회의를 했고, 6월 초에 조사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텍사스의 경우

    요약하면 지금까지 전력거래소의 계통운영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은 4가지다. △정부가 2001년 220억 원을 들여 미국에서 들여온 EMS 기기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는지 여부와 운영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 △931억 원을 투입해 개발한 K-EMS(한국형 EMS) 장비의 자금 집행 내역 △전력공급처가 전력거래소 한 곳뿐인 상황에서 공급처와 생산자가 다수인 경쟁시장 도입을 위해 430억 원을 주고 장비를 도입한 과정 △MOS 장비와 EMS를 결합한 ‘EMS+MOS’ 체제에서 기술적 호환이 잘되고 있는지 여부.

    전력거래소는 과연 이제까지 제기된 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조사위원회에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을까. ‘신동아’의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전력거래소는 “기술조사 후 개선사항이 도출되면 이를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그 상황이 될 때까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그동안 전력거래소는 수차 말바꾸기를 해왔다. 예컨대 국회입법조사처, 전정희 의원실 등에서 ‘실제로 5분 안전도제약경제급전(SCED)에 대한 자료가 있는가’라고 질문했을 때 처음에는 유사한 기능을 MOS가 5분 급전(FMD·Five Minute Dispatch)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가, 뒤에는 FMD가 SCED라고 바꿔 답했다.

    또 현재 전력거래소 남호기 이사장은 9·15 대정전 직후 취임해 정전사태 재발을 방지하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 왜 9·15와 같은 사태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기술 분석은 소홀히 하면서 수요예측이 잘못된 것만 탓하고 있는 듯하다. 이와 관련한 전력거래소 내부 분위기는 ‘신동아’가 기획재정부 등으로부터 파악한 4월 18일 정부 경영평가(기관장 평가) 실사 상황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이 실사장에는 이의영 군산대 교수 외 9명의 평가위원과 남호기 이사장 외 4명의 전력거래소 임직원이 참석했다.

    기관장 평가위원들의 지적

    평가위원 : 감사 지적사항에 보면 지금 말씀하신 EMS와 시장운영시스템 MOS 활용상태에 대해서 객관성 있는 외부기관의 자문을 받으라는 지적사항이 있었습니다. 이후에 조치는 어떻게 되었는지요.

    이사장 : 지난주에 정부 주관으로 위원 8명이 이 자리에 와서 ‘이것을 어떻게 점검할 것이냐?’ 하는 회의를 했습니다. 우리가 점검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외부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외부에 의뢰하니까 메이커(미국 알스톰사와 ABB를 지칭하는 듯)에서는 60억 원을 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2014년 전력거래소가 전남 나주로 이전하므로 내년까지 쓰고 말 것을 60억 원을 주기는 너무 아까워서 ‘우리 국내 기술자들로 해주십시오’라고 제가 부탁했습니다.

    위원 : 2012년에는 어떤 노력을 했는지요.

    이사장 : MOS나 EMS가 문제 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매일 점검하고 시스템에 문제가 있으면 바로 나타나기 때문에,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메이커에 부탁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큰 시스템을 실제로 점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옆에서 거래소 직원이 ‘전기학회에서는 할 수 있는 분이 있습니다’라고 조그맣게 얘기했다). 전기학회 교수님들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위원 : 그때 지적사항은 ‘외부기관의 점검을 한번 받아봐라’ 했는데, 지금 기관장님 하시는 말씀은 ‘우리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이사장 : 그건 아닙니다. 사실 메이커한테 받는 것이 가장 낫습니다. 그런데 돈을 워낙 많이 달라고 해요.

    위원 : 언론 등 외부 지적사항을 보면 시스템을 굉장히 부실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EMS가 기본적으로 작동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고, 과학적으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수동으로 급전하고, 이 체계를 감으로 잡아서 급전하고, 부하자료도 시스템에 의한 프로그램이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시점의 자료로….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입법조사처가 실제 부하가 얼마인지, 운전예비력이 얼마인지 파악할 수 없어 여기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말씀하신 것과 상반되는 것이고, 그다음에 시장에서 가격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것을 잘못해서 오히려 같은, 한전부터 아시다시피 그런 문제가 있고, 지금 말씀하신 것과 영 상반되는 이야기를 지금 입법조사처하고 한전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사장 : 거기에 대해서 사실 지금도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국회에서는 ‘그렇다’라고 이야기합니다.

    “9·15 정전대란 때 예비력 잘 몰라 피해 커졌다”

    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

    남호기 이사장은 이처럼 평가위원들의 지적에 변명하느라 급급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이들에게 가서 설명을 했다고 하지만 설명을 들은 전정희 의원 등은 설명에 일관성이 없고 명쾌하지도 않다는 반응이다.

    한편 전정희 의원은 최근 전력계통운영 자료 공개 등을 골자로 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9·15 전국 순환정전이 전력계통운용의 미숙함에서 비롯됐고 정전조사위원회가 계통운영의 불안정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자료 공개를 요청했으나 전력거래소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한 적이 있다. 이번 개정안은 전력계통의 안전 및 신뢰도를 확보하고, 전력계통을 경제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EMS 구축운영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정기감사를 통해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신동아’는 전력계통운용에 대한 이런 의혹들에 대해 전력거래소에 질의했으나 전력거래소 측은 “EMS에서는 예비력관리·상태추정·상정사고분석을, MOS에서는 상태추정·안전도제약경제급전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기술조사위원회는 전력거래소가 국회에 보고했을 당시에도 논쟁이 있었기 때문에 이 내용을 다시 조사위 질의서에 넣었다. 전력거래소가 국민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음을 감안할 때 이번 기회에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은 해소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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