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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함과 거짓말로 기부정신 훼손 진실에 눈감은 판결 억울하다”

부산大 305억 기부약정하고 곤욕 치르는 송금조 회장 부부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모함과 거짓말로 기부정신 훼손 진실에 눈감은 판결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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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부산대에 195억 현금 기부…110억 남아
  • ●“전임 김인세 총장 등이 기부 목적 어기고 유용”
  • ● 채무부존재 소송 패소…“부산대에 유리하고 조작된 증거만 채택”
  • ●“전임 총장, 기부자 추천서 도용해 건물공사 수의계약”
  • ● 신임 총장과 교수회 “전임 총장이 잘못…사과한다”
  • ●“부산대 진심 어린 공개 사과하면 남은 110억 원 낼 것”
  • ● 전임 총장 측 “법원 판단이 옳다, 기부자가 억지 주장”
“모함과 거짓말로 기부정신 훼손 진실에 눈감은 판결 억울하다”

송금조 태양그룹 회장(왼쪽)과 진애언 경암교육문화재단 상임이사.

한 편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황당한 일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부산대 기부사건’이다. 송금조(90) 태양그룹 회장과 부인 진애언(67) 경암교육문화재단 상임이사가 국내 개인 기부액 중 최고액인 305억 원을 부산대에 기부약정(195억 원 실제 지급)한 후 당시 김인세 부산대 총장이 이끌던 부산대와 기부금의 원래 사용목적과 그에 따른 기부금 전용 등을 두고 공방과 송사를 벌여온 사건이다.

이 사건의 진실을 알아보기 위해 5월 7일 부산 서면로터리 부근에 있는 경암교육문화재단 사무실을 찾아 송 회장 부부를 만났다.

경암교육문화재단은 2003년 10월 부산대에 기부약정을 한 후 이와 별도로 송 회장이 1300억 원의 기금을 출연해 만든 곳으로, 매년 5개 부문의 경암학술상 수상자를 선정해 국내 최고의 상금(각 부문당 2억 원)을 수여하고 각종 교육문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송 회장은 이 재단의 이사장이다. 그는 1985년 부산 경혜여고를 설립하기도 했다.

송 회장 부부는 인터뷰 도중 지난 일을 떠올릴 때마다 복받치는 감정 때문에 힘들어했다. 기부금의 사용목적, 기부금의 전용을 두고 공방을 벌인 김 전 총장과 그 측근들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는 끓어오르는 분노로 치를 떨었다. 10여 년 동안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책 몇 권 분량이 될 법하지만 송 회장 부부의 주장을 중심으로 사건의 경과를 정리해본다. 굵은 서체로 쓰인 부분에 나오는 단어나 표현들은 ‘신동아’의 주장이 아니라 송 회장 부부의 말과 표현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우리’는 송 회장 부부이며, ‘나’는 부인 진애언 이사를 가리킨다.

2003년 10월 15일(공식 기부금 출연식 기준) 우리는 김인세 당시 총장과 ‘부산대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으로 쓸 목적으로 305억 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하고, 2006년 8월까지 총 약정 기부금 305억 원 중 195억 원을 100억 원, 5억 원, 50억 원, 40억 원 등 4회에 걸쳐 현금으로 납입했다. 그런데 김인세 총장이 기부금 출연식이 있기 이틀 전인 10월 13일 기부목적 란에 ‘캠퍼스 건설 및 연구발전기금’이라고 쓰인 부산대 직인이 없는 임시(가짜) 약정서를 받아간 게 문제의 발단이 됐다. 약정 날짜도 빈 칸으로 써 온 뒤 김 총장 측이 ‘10월 8일’이라고 소급해서 써 넣었다. 우리 측 약정서에는 김 전 총장의 요청에 따라 송 회장이 10월 8일로 써 넣었다.



거짓말, 또 거짓말

나는 기부금 약정서의 내용을 대학 측이 일방적으로 써 온 점, 기부금 란의 기부목적이 ‘부산대 양산캠퍼스 부지 매입’이라고 쓰이지 않은 점, 변호사가 입회하지 않은 점을 들어 이의를 제기해 재작성을 요구했지만 김 총장은 “급한 일을 처리하는 데 필요하니 우선 서명해주면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으로 명시한 약정서를 언제든지 다시 가져오겠다. 믿어달라. 서명만 해주면 내가 아들 노릇을 하겠다, 맏상주가 되겠다”며 서명을 재촉했다. 내키지 않아 하던 우리는 동석한 김상훈 당시 부산일보 사장이 “내가 증인이 되겠다”고 해 임시 약정서에 서명을 해줬다.

우리는 비록 임시로 작성한 약정서이지만 기부목적 란에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이라고 쓰이지 않은 것이 못내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김 총장과 그 측근들은 우리가 의문을 가지고 궁금해 할 때마다 온갖 말을 지어내 안심을 시켰다. 2004년 11월(3월부터 제작)에는 부산대 본관 앞에 송금조 회장 동상을 세우고, 동판엔 ‘305억 원 기부금이 양산캠퍼스 부지 매입대금’이라고 써 넣으며 기부목적이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나의 계속된 의심에도 김 총장은 온갖 변명으로 회피하며 정식(진짜) 계약서를 써주지 않았다.

2007년 2월 말 참다못한 우리는 여러 통로를 통해 부산대 교수, 직원, 병원장 앞으로 우리가 낸 기부금이 기부목적과 다르게 쓰인다며 수차례 호소했다. “기부금을 유용하고 있다”는 김 총장 측근의 제보도 잇따랐고 양산캠퍼스 부지대금 납부기일이 돌아왔는데도 대금이 납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총장과 측근 교수들은 계속 이런 사실을 부인하다 대학 구성원들을 상대로 한 나와 일부 교수들의 의혹제기가 계속되자 3월 20일 기부목적을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으로 명시한 부산대학교의 로고와 직인이 찍힌 정식 약정서를 써줬다. 날짜도 임시 약정서와 동일하게 소급해 10월 8일로 썼다. 예우서도 정식으로 다시 작성했다. 이에 더해 “195억 원 중 다른 곳에 전용한 75억 원은 곧 채워놓은 후 9월 말까지 별도 계좌로 관리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약속했다.

5월 18일에는 김 총장의 측근 교수들로 구성된 부산대학교발전기금이사회 이사 10명이 만장일치로 ‘송 회장 부부의 기부금은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임을 확인한다. 이 기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된 점에 대해 도의적으로 적절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며,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의결서를 작성해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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