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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취재

소통의 공공외교로 서남아인의 마음을 사라!

한류 사각지대 긴급 프로젝트

  • 콜롬보(스리랑카)·다카(방글라데시)=하태원│동아일보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소통의 공공외교로 서남아인의 마음을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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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공공외교로 서남아인의 마음을 사라!

스리랑카 콜롬보,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열린 한류 공연은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스리랑카에서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가 울려 퍼지고 흥겨운 풍물패의 몸동작과 비트박스가 어우러진 아리랑에 관중이 하나가 됐고, 드디어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 공연장의 흥분은 최고조에 달했다. 비보이들은 관객 속으로 몸을 던졌다. 한국을 사랑하는 스리랑카의 팬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한국 문화 전령사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 사람들 중에는 스리랑카 대통령 부인 시란티 라자팍사 여사도 있었다. 귀빈석에 동행한 티사 비타라나 과학부 장관, 반둘라 구나와데나 교육부 장관, 와산타 에카나야케 문화예술부 차관, 말리카 사마라세케라 국세청장 등 정부 요인들도 공연 내내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스리랑카 대통령 부인이 이날 공연장을 찾은 것은 최종문(외무고시 17회) 주(駐)스리랑카 대사 부부와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4월 한국을 국빈 방문한 스리랑카 대통령 부부는 최 대사 부부와 친밀한 관계로 발전했다. 특히 최 대사 부인 박순주 씨와 라자팍사 여사는 매일 오전 같이 조깅을 하는 특별한 친구가 됐다.

사실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서남아 지역은 한류 열풍의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불모지에 가까웠다. 동남아 지역과 중동 지역이 일찌감치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와 사랑에 빠진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서남아 지역이 이른바 ‘발리우드’로 불리는 인도 영화산업의 영향권에 들어 있고 최상류층은 여전히 영국 등 유럽의 문화를 선호하는 탓에 상대적으로 한류의 진출이 힘들었다고 평가한다.

스리랑카 한류 열풍의 첨병은 역시 흥행보증수표 ‘대장금’ 이었다. 한국 대사관은 올해 초 스리랑카의 국영방송국 격인 루파바히니 방송국에 거의 공짜로 대장금의 방영권을 주되 수익이 날 경우 분배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고, 오후 6시반 황금시간대에 배정된 대장금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평균 90%라는 믿기지 않는 시청률을 기록해 이 시간이면 스리랑카 주부들이 거의 모두 일손을 멈추고 TV 앞에 앉았다는 말도 회자된다.



‘대장금’의 인기를 사극 ‘동이’가 그대로 이어받아 한국 드라마 열풍에 가세했다. 최종문 대사는 “역대 주스리랑카 대사 13명이 36년 동안 못한 일을 대장금이 단 1년 만에 해냈다”고 말했다.

4월 26일 방문한 현지 방송국에서 대장금 흥행의 또 다른 이유를 찾아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찾아온 필자를 위해 방송국 관계자들은 대장금과 동이의 더빙 과정을 재현해줬다. 서너 명의 성우가 변사(辯士)처럼 여러 배역을 소화하는 저개발국들의 일반적인 관행을 탈피해 전 배역에 대해 전담 성우를 맡길 정도로 성의를 다했다. 우리로 치면 배한성, 송도순 급의 특급 ‘더빙 아티스트’가 총망라됐다는 것이 아툴라 란시리랄 페레라 더빙국장의 설명. 문맹률 47.5%의 방글라데시가 대장금을 방영할 때 더빙이 아닌 자막 처리를 했고 그나마 영어자막을 사용해 흥행 참패를 맛본 뼈아픈 경험도 고려했다.

매스컴 활용한 한류 확산

서남아 최고의 인기 스포츠는 크리켓이다. 주재국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최고의 공공외교임을 잘 알고 있는 최종문 스리랑카 대사는 부임 직후 크리켓을 배웠고, 크리켓 경기장을 자주 찾고 최고의 크리켓 스타를 관저에 초청해 교분을 쌓는 등 현지인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 대사는 여러 나라의 도서관 한 곳을 할애해 만드는 ‘코리아 코너’나 ‘세종학당 개설’ 등의 방식보다는 미디어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한국을 알리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공공외교의 방식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국의 문화 공연단이 한 번 방문하면 최소 1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데 이틀 공연으로 2000명 정도의 현지인만 보고 끝나서는 안 된다는 지론이다.

한국대사관의 주선으로 진조크루와 퀸은 공연 전에 현지 주요 방송국과 인터뷰를 통해 공연 홍보를 했다. 유력 방송국 중 하나인 ‘ITN’은 행사 당일 공연실황을 자세히 전했고 일간지 ‘실론 투데이’는 2개면에 걸쳐 특집기사를 실었다. 국영방송 루파바히니는 5월 11일 오후 공연실황 전체를 다시 중계했다.

공연단은 성공적인 스리랑카 공연을 마치고 4월 28일 방글라데시 다카 공항에 내렸다. 나흘 전 발생한 의류공장 붕괴사고로 10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국가 재난급 손해를 입은 직후라 분위기는 무거웠다. 둘째 날 공연이 예정된 5월 2일에는 의류공장 붕괴 사고 등에 항의하는 야당 주도의 대규모 하탈(일종의 총파업 또는 동맹휴업 시위)이 예정돼 있다는 소식도 들렸다. 국가재난사태 때 국가가 분열돼서는 안 된다는 여야 합의로 하탈 계획은 막판에 취소됐다. 인구 1억6220만 명으로 세계 7위지만 국토면적 대비 인구밀도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나라답게 거리에서 보이는 것은 온통 사람뿐이었다.

이윤영(외무고시 21회) 주방글라데시 대사는 한국 외교가 지향하는 공공외교가 주재국의 실정에 맞게 맞춤형으로 가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문화는 단순히 문화 전파 차원에서만 보면 효과가 반감되고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상대방을 존중하고 문화의 교류 역시 쌍방향 흐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 이 대사는 대사관저에서 열리는 기업인 만찬 등 현지인들과 교류가 이뤄지는 현장에서는 방글라데시 전통의상인 ‘빤자비’를 즐겨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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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스리랑카)·다카(방글라데시)=하태원│동아일보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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