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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햇볕정책 아류? 거북하되 적절한 표현”

통일·외교·안보通 길정우의 ‘내가 본 박근혜와 북한’

  •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우리가 햇볕정책 아류? 거북하되 적절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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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朴 남북관계 비전은 킹 목사 ‘I have a dream’ 같은 것
  • ● 朴은 소명의식 가진 현실주의자
  • ● 北에 메신저, 특사 보내 朴 비전 알려야
  • ● ‘바깥의 힘’에 의해 朴 구상 휘둘릴까 걱정
  • ● 류길재 통일장관, 실력 발휘 30%도 못해
“우리가 햇볕정책 아류? 거북하되 적절한 표현”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박근혜 캠프 통일외교안보팀에서 활약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류길재 통일부 장관, 한기범 국가정보원 1차장, 백승주 국방부 차관, 홍영표 대통령통일비서관이 이 팀에 속했다. 최대석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이 좌장 혹은 간사 격이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기틀을 짰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4·11 총선 때 길 의원을 두고 “통일·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다. 꽉 막힌 남북 문제와 핵 문제를 풀려면 길 후보 같은 인물이 국회에 들어가 물꼬를 트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길 의원은 남북관계를 들여다보는 박 대통령의 시각,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실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몇 안 되는 인사 중 하나다. 국회의원 신분인 터라 장관, 차관을 맡은 이들보다 발언도 자유롭다. 5월 6일과 11일 길 의원을 만나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관(觀), 남북관계 현안 및 해법,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기조와 방향 등에 대해 들었다.

길 의원은 “박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소명의식을 가진 현실주의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박 대통령 본인의 비전”이라면서 “새로운 한반도 건설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 같은 것으로 박 대통령이 가슴 벅차게 이루고 싶어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의 선(先) 핵 포기를 전제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어떤 전제를 남북관계의 조건으로 삼아선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덧붙였다.

“시나리오別로 연습했던 것”

그는 또 “박 대통령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게 통일·안보 분야”라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차이는 남북관계의 장래에 대해 얼마나 깊은 고민을 했느냐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 강경 대(對) 강경 상황은 후보 시절부터 시나리오별(別)로 연습이 돼 있던 사안이다. 대화 국면에서 이니셔티브를 쥐는 방안과 관련해서도 고민을 상당히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햇볕정책의 아류’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거북하지만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명박 정부 식으로 북한을 몰아세워 굴복하게끔 하는 정책은 지금 상황에서는 위험한 데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 대통령의 신뢰를 받는,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가 북한에 가 남북관계와 관련한 대통령의 비전을 설명해줘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대화 채널이 없는 비정상적 상황이 이어지면 박 대통령의 비전, 구상이 바깥의 힘에 의해 휘둘릴 소지가 커진다”고 우려했다.

▼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월 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과 오찬회담을 열고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평양에 보냈습니다. 북한도 두 정상이 내놓을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웠을 텐데요. 유화책을 기대하던 평양이 실망했을 것도 같습니다.

“북한이 예상했던 수준이 아니었나 싶어요. 평양이 한미 양국의 자세에서 큰 전환을 기대했다면 그건 근거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은 꾸준히 위협 수위를 높여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미 정상이 만나 유화책으로 돌아선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일이죠. 평양은 ‘한미가 얼마나 강경한 어조로 나올까?’를 들여다봤겠죠. 보기 나름인데요. 언론은 ‘단호한 자세를 보였다’고 보도했지만, 이제껏 말해왔던 것처럼 ‘도발엔 강력히 대응하겠다. 다만, 대화의 기회는 항상 열려 있다’는 거였잖아요. 평양이 한미가 압박 수준을 더 높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지 않았겠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북한으로서도 크게 실망할 게 없는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 정부가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남측 인원을 철수시키는 ‘중대 조치’를 내놓은 것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박 대통령의 결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물론 제가 참모였다면 그렇게 권하진 않았겠지만요. 잘못된 결정은 아니라고 봅니다. 북한의 버릇을 고쳐준다든지 이런 의도에서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여성 대통령이라고 해서 나약한 지도자로 봐서는 안 된다는 시그널을 북한에 전해준 부분도 있고요. 북한도 중대 조치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메시지를 알아차렸을 거예요. 전기를 끊는다거나 물을 끊는다거나 하는 것까지는 가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개성공단 문제를 어떻게든 일단락을 지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그래야만 정상회담 때 나오는 메시지의 단호함이 살아나거든요. 실무자들이 그러한 계산도 했을 거라고 봐요. 또한 중대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갑자기 위기가 고조되지 않을 거라는 판단도 했겠죠.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는 본때를 보여주는 수단이면서도 리스크는 작은 것이었고요.”

▼ 개성공단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중대조치를 앞두고 북한이 내놓은 성명을 보면 대화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도 그간 위협을 고조시키면서 내놓은 성명보다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흥미롭더군요.

“북한이 이따금 그럴 때가 있어요. 좀 유치한 거 있잖아요. 이렇게 하면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진 거 같아요. 언론도 ‘북한이 위협 수준을 낮추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의 표현 아니냐’는 식으로 기사를 썼던데요. 평양 처지에서 보면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 하고 끝난 정상회담이 아니었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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