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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호남이 안철수 택하면 그날로 끝

민주당 붕괴론의 실체

  • 황장수│미래경영연구소 소장 pjbjp24@naver.com

호남이 안철수 택하면 그날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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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일각에서는 ‘안철수의 조기 원내진입이 박근혜 정부에 나쁠 게 없다’는 논리가 제기되고 있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새누리당 전략기획 회의에선 “일단 관망하면서 정치적으로 클 때까지 기다리자. 나중에 정치적 입지가 풍선처럼 빵빵하게 커졌을 때 (각종 검증으로) 한 방에 터뜨리는 전략을 구사하자”는 애기가 나왔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안철수 카드를 야권의 자중지란을 부추기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 안철수로 야권을 통제하겠다는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 같은 것이었다. 사실 안철수 씨가 새 정권 초기 비교적 수월하게 원내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의 대선 빚 갚기용 무공천뿐만 아니라 여권의 이 같은 ‘안철수 활용론’도 있었기 때문이다.

김한길 체제의 태생적 모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내부 분열을 극복하자고 역설하면서 계파주의 청산, 정책정당 면모 강화, 탕평인사를 내걸었다. ‘여야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협조할 것은 협조하겠다며 중도적 성격의 ‘선거에 이기는 강한 야당’을 표방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미묘한 당내 입지를 보여주는 해프닝이 취임 직후 일어났다. 김 대표는 5월 6일 신임 최고위원들과 국립현충원을 방문하면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엔 참배하지 않았다. ‘중도와 혁신을 주장하는 김한길 체제도 민주당의 교조적 강성 이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여론은 김 대표의 변화 메시지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김한길 체제의 출범은 5월 6일 주요 9개 조간 중 겨우 2곳에서만 1면 헤드라인 기사가 됐다.



친노 출신이 물러난 민주당 새 지도부엔 비주류, 중도, 실용파 인사들이 들어왔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계파 바꾸기, 자리 바꾸기에 머물 공산이 높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에서조차 김한길 체제의 미래에 대해 회의가 가득한 상황이다.

김한길 체제는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자체 모순을 가지고 있다. 강성 이념에서 아직 탈피하지 못했다는 점 외에 안철수 씨와의 관계 문제도 자체 모순에 해당한다. 지난 대선 무렵 김한길을 비롯한 당시 민주당 비주류와 안철수 씨의 관계는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더 깊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2일 이해찬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등 당시 민주당 지도부의 동반퇴진을 촉구하면서 자신이 2위로 당선된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그의 사퇴는 당 지도부의 기득권 포기와 안철수-문재인의 적극적 단일화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한길 대표는 “안철수를 공격하지 말라”고 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김 대표와 가까운 비주류 측 의원 18명은 지난해 11월 23일 국회에서 단일화 촉구 농성을 했다. 이들의 주장은 안철수 씨가 제시한 단일화 틀을 문재인이 받아들이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안 씨와 민주당 비주류 출신인 김한길 대표의 관계는 밀접하다.

문제는 김 대표가 민주당을 ‘선거에 이기는 정당’으로 만들어가면 안철수 바람은 소멸된다는 점이다. 반대로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안철수 바람이 거세게 불면 민주당 김한길 체제는 붕괴되고 만다. 김한길 체제는 이렇게 모순되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지난 대선에선 안철수-김한길이 서로 통했지만 이제는 한쪽이 살면 다른 한쪽이 죽는, 호남 패권을 둘러싼 제로섬 게임이 시작될 것이다. 일단 김한길 대표는 자기 체제의 중간 평가 시점을 가까운 10월 재보선이 아닌 내년 6월 지방선거로 미뤘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에서는 벌써 안철수 측과의 전략적 선거연대 구상이 나온다. 현재 민주당이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안철수 씨와의 관계는 ‘경쟁적 협조관계’다. 이 형용모순적인 말 속에 가까이 갈 수도 적으로 만들 수도 없는 민주당의 고민이 담겨 있다.

10월에 당 운명 갈린다

안철수 씨는 지난 대선 때 울먹이면서 후보를 사퇴한 뒤 이번 재보선 당선까지 절치부심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의 처지에서 보면 눈앞까지 다가온 청와대행 티켓을 후보 단일화 논의에 말리는 바람에 잡았다 놓친 기분이 들 것이다. 대체로 유력 대선주자였던 사람에게 나머지 정치적 입지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안 씨는 의원 활동을 포함해 향후 모든 정치 행보를 차기 대선 승리에 맞출 것이다. 이에 따라 안 씨와 민주당의 관계에선 그의 단일화 경험이 트라우마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안 씨의 처지에선 그의 편에 서서 활동했던 민주당 비주류 의원들조차 자신을 ‘단일화 틀’ 속에 끌어넣은 ‘미끼’라고 의심할 수도 있다. 이번 노원병 재보선에서 그가 민주당과의 단일화 논의에 나서지 않고 사실상 치킨게임 양상으로 밀어붙였던 것도 지난해의 뼈아픈 경험이 준 학습효과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안철수 측은 2017년 대선에서도 결국 민주당 측과의 야권 단일화 문제가 제기될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때 안 씨가 2012년 대선 때처럼 행동할 것 같지는 않다. 노원병 선거에서 확인됐듯이 현 안철수 지지 기반의 상당수는 현 민주당으로는 흡수가 거의 불가능한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이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 사퇴 뒤 안 후보 지지자의 20% 이상이 박근혜 후보로 이동했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안 씨는 민주당 입당 즉시 지지율이 추락할 수밖에 없고 대선 후보 반열에서 멀어지는 운명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안철수의 모순이다. 지지율을 유지하려면 민주당과 선을 긋고 있어야 하고, 대선 승리 확률이 높아지려면 민주당과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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