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5월 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등 4박 6일 동안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서울공항에서 전용기로 출국하고 있다.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에는 거의 예외 없이 순방에 동행한 경제인들과의 모임이 들어 있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처럼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동행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중소기업인들이 수행단을 꾸려 동행한다.
여비서의 대성통곡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 신흥국가 가운데 한 나라를 순방했을 때, 순방에 동행한 중소기업인 A씨가 자신의 여비서를 성추행해 물의를 빚은 일이 있다고 한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한 중견기업인은 “여비서가 대통령과 경제인의 조찬 행사 직전 행사장에서 대성통곡하는 바람에 기업인들과 청와대 직원이 여직원을 다독이느라 혼비백산했다”는 얘기를 들려 줬다. 그는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에 일이 벌어졌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대통령 참석 행사가 아수라장이 될 뻔했다”고 말했다. 한때 ‘세계 일류기업’에 선정되며 승승장구하던 A씨의 회사는 그 일이 있은 뒤부터 사세가 꺾였고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후반기, 한 선진국을 순방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만취한 기자 B씨가 여승무원의 몸을 더듬는 일이 벌어졌다. 주변 동료들이 만류했지만, 고주망태가 된 B씨는 막무가내였다. 승강이 끝에 동료들이 B씨를 비행기 뒷좌석으로 데려가 진정시킨 뒤에야 사태가 수습됐다. B씨의 행동에 격앙된 승무원은 “B씨를 고소하겠다”고 했으나 귀국 후 흐지부지됐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인사는 “숨가쁜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 비행기에 오르면 해방감에 긴장이 풀려 술을 한잔씩 한다”며 “폭음한 B씨가 그런 실수를 하는 통에 서울로 돌아올 때까지 기내 분위기가 싸늘했다”고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에는 경호원이 취재기자를 폭행했다. 김윤옥 여사를 근접 경호하던 C씨가 김 여사에게 가까이 다가가 취재하려는 기자를 제지하며 완력을 쓴 것. C씨는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외곽에서 지원했던 선진국민연대 출신으로 청와대 내부에서는 ‘연대 출신’으로 불렸다고 한다. 폭행당하는 광경을 본 다른 기자들이 거세게 항의했지만 C씨는 ‘내 할 일을 했다’는 투로 버티며 사과를 거부했다. 이에 기자단이 들고 일어나 ‘폭행사건’을 보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간다고 판단한 대변인실 K 행정관이 김 여사를 담당하는 제2부속실장에게 상황을 보고했고, 이후 C씨가 해당 기자에게 사과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됐다.
전대미문의 ‘윤창중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대통령 해외순방 과정에는 이처럼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크게 보도된 적은 없다. 사안이 경미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사고를 친 당사자가 공무를 수행 중인 공직자가 아니라는 점도 어느 정도 고려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알 만한’ 사람들이 대통령 해외순방길에 동행해서 사고를 치는 걸까.
선택된 소수, 순방 수행원
대통령 해외순방을 함께 한 이들은 “권력맛에 취해 자제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대통령 해외순방에 동행할 수 있는 인원은 소수에 국한되기 때문에 수행원이 되는 것 자체를 일종의 ‘특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청와대 직원 가운데 대통령 전용기에 탈 수 있는 이는 선택된 소수다. 300명 넘는 청와대 직원 중 해외순방에 동행하는 이는 20명 정도. 단순 경쟁률이 15대 1 수준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이 잡히면 청와대 직원들 사이에는 치열한 물밑경쟁이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