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대구시장선거에서 40.3%의 득표율을 올린 건 많은 사람에게 뜻밖의 일로 비쳤다. ‘호남의 이정현 vs 영남의 김부겸’이라는 ‘착한 대칭구도’가 세워졌다. 덕분에 김 전 의원은 전국적인 정치인이 됐다. 그는 지금 원외이지만 여러 언론은 그를 ‘내년 초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당권주자’로 꼽는다. 최근엔 위기의 새정치민주연합을 안정화할‘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요즘 부인 이유미 씨와 대구에서 산다. 2주에 한 번 정도 서울에 와 볼일을 본다고 한다. 추석 연휴 전인 9월 초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안 하면 안 되겠나” “아이고, 당 무너질까 겁나서…”라고 했다. 그의 격주 상경 관행에 따라 9월 13일 토요일 오후 서울에서 그를 만났다.
▼ 오랜만에 뵙네요.
(김 전 의원이 18대 민주통합당 의원이던 시절(2008~2012년), 기자는 서울 여의도 그의 단골 식당에서 몇 차례 저녁을 함께 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미간을 약간 찌푸린 진지한 표정으로 재미난 입담을 늘어놓으며 좌중을 즐겁게 하곤 했다. 그의 선거 참모이던 이송하 전 연합뉴스 기자는 “김부겸의 대중 연설은 눈부시다. 축구 천재 메시의 현란한 개인기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한 적 있다.)
“정말 반가워요.(두 번 악수하며)”
▼ 며칠 전 질의서를 e메일로 보냈는데, 받았나요?
“아니.”

▼ 어, 그 주소로 보냈는데….
“아마 e메일 제목이 눈에 안 들어와서 제가 그냥 흘렸나봐요.”
▼ (질의서를 건네주며) 지금이라도 보시죠. 원래 한번 쓱~ 보면 바로 답변이 정리되잖습니까.
“(안경을 벗고 질문 내용을 읽어 내려가더니) 아, 이 질문, ‘박영선 비대위 체제를 평가해주십시오’, 이거 좀 뺍시다.”
▼ 왜….
“평가하라고 하면 안 좋은 말도 해야 하고…. 그런데 그러고 싶지 않아요. 지금 박영선 원내대표마저 쫓아낸다고 하면 우린 완전히 콩가루 집안 됩니다. 그거 빼고는 다 물어봐도 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재·보선에서 참패하자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물러났다. 당 수습의 책임을 지고 박영선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국민공감혁신위원장)을 맡았으나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유족 반대→합의 파기 소동을 겪으며 내홍(內訌)이 격화됐다. 이 과정에서 당 지지율은 20% 미만으로 급락했다. 급기야 박 대표는 비대위원 출신인 중도보수 성향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새 비대위원장에 앉히려 했다. 그러나 이마저 “또 덜컥수”라는 당내 비난에 부딪혀 무산됐다. 당내 강경파 사이에선 박 대표가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 자리에서 모두 물러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진다는데요.
“민심을 많이 체험하고 있어요. 거기에 답이 있는 것 같아요.”
▼ 제1 야당을 향한 그 민심이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메신저(메시지를 전달하는 측) 거부’ 현상이죠. ‘메시지의 내용은 차치하고 그것을 전하는 너희들을 못 믿겠다’는 거죠. 당이 혐오 대상이 된 건데, 심각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