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호

“제가 예뻐져 놀랐나요? 저도 놀랐답니다”

성형 예찬론자들의 별난 세계

  • 김민지 |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4학년 pdccn@naver.com 채유연 | 고려대 컴퓨터학과 3학년 cy7812@naver.com

    입력2014-09-19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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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형 중독’에서 ‘성형 과시’로
    • 인터넷 커뮤니티에 성형 가슴까지 공개
    • 스타형, 도취형, 투시형
    “제가 예뻐져 놀랐나요? 저도 놀랐답니다”
    대한민국은 ‘성형 공화국’으로 통한다. 최근 미국 CNN 방송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10가지’ 중 하나로 ‘성형’을 꼽았다.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에 따르면, 한국인은 1000명 중 16명꼴로 성형수술을 받는다. 성형인구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라고 한다. ‘획일화한 강남 미인’은 TV 개그 프로그램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많은 젊은 여성이 성형에 집착한다. 여고생, 여대생, 직장인, 주부 할 것 없이.

    그런데 일부 성형 경험자들에 따르면, 최근엔 ‘성형 중독’에서 ‘성형 과시’로 넘어가는 경향마저 나타난다. 예전엔 자신이 성형한 사실을 숨겼으나 이젠 대중 앞에 당당하게 드러내고 자랑한다는 것이다.

    “거울아, 거울아~”

    우리는 뷰티뷰, 병·네·커, 여우야, 미스홀릭, 뷰티파우더룸 등 국내 5대 성형 커뮤니티에 회원으로 들어가 관련 내용을 취재했다. 인터넷엔 성형 관련 모임이 부지기수이지만 이들 5개 커뮤니티는 참여자 규모에서 대표급으로 통한다. 우리는 이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여러 성형 경험자를 인터뷰했다.

    그 결과, 성형 과시가 성형 문화의 새 트렌드라는 점이 발견됐다. 많은 여성이 성형 전후 자신의 얼굴이나 가슴 사진 등을 불특정 회원들에게 공개한다. 마치 동화 ‘백설공주’에 나오는 여왕이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묻듯이, 자신의 달라진 외모에 대해다른 이들의 찬사를 갈구한다.



    이들에게 성공적 수술은 1차 만족을 주고, 외부의 반응은 2차 만족을 주는 듯했다. 성형지상주의, 외모지상주의의 최신판처럼 보이기도 했다. 최근엔 성형수술을 받은 젊은 남성도 이 대열에 합류하는 양상이다.

    5개 성형 커뮤니티의 많은 회원이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외부에 드러내고 싶어 했다. 이들의 유형은 스타형, 도취형, 투시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스타형은 성형 이후의 자신을 연예인 급으로 자부하는 유형이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20대 성형 경험자 A씨의 글이다.



    “8개월 넘게 (제 사진과 글에) 후기 올리신 분들…반응이 너무 좋다보니까 저도 모르게 올리게 되는 것 같네요. 재수 없어도 좀 봐주세요.”



    A씨는 성형 후 8개월째 꾸준히 자신의 얼굴 사진을 게시판에 업그레이드해 올려왔다. 그러면 사람들은 A씨에게 “어머, 너무 아름다우세요” 같은 후기를 남긴다. A씨는 이런 후기를 보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팬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새로운 자기 사진을 올린다.

    다른 성형 경험자인 B씨는 수술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사진과 후기를 올린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성형 수술이 잘 돼 자신의 외모 수준이 연예인급으로 급상승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자신의 소소한 일상 모습까지 보여준다.

    “보라, 이 반전을!”

    이런 행위는 마치 연예인이 SNS로 자기 일상을 팬에게 공개하는 것과 유사하다. 연예인과의 차이점이라면 마지막에 꼭 성형 전 모습을 첨부한다는 점이다. ‘보아라, 엄청난 반전 아니냐’ ‘나는 이렇게 대단하게 변했다’라는 과시이고 이것이 사람들에게 먹히는 것이다. 댓글도 많이 달린다. 대중은 성형미인을 동경하고 성형미인은 그러한 동경을 즐기는 셈이다.

    도취형은 자신을 연예인급으로 생각하진 않지만 자신의 달라진 외모에 대해 칭찬과 자랑을 늘어놓는 유형이다. 성형 경험자 C씨는 커뮤니티에 사진과 함께 이런 말을 남겼다.



    “길에서 연락처 물어보는 남자들이 익숙해질 정도면 말 다했지요? (제가 예뻐져서) 놀라셨어요? 네, 저도 놀랐습니다.”



    도취형 성형 경험자들이 올린 수술 후 사진 중엔 얼굴에 아직 부기가 남아 있는 사진도 있다. 예뻐진 얼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얼굴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성형을 통해 외모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급상승했다고 말한다.

    이들 중 몇몇은 자기 얼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점검하면서 스타형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들은 자화자찬에 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마치 평론가가 객관적 시선으로 논평하듯, 자기 얼굴의 여기는 이래서 뛰어나고 저기는 저래서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성형 경험자 D씨는 커뮤니티에서 “고민 끝! 행복 시작! 귀엽다는 말보다 예쁘다는 말을 듣게 돼서 진짜 좋아요. 얼굴형이 매력 있게 여성스러워진 거 같아서 만족스러워요!”라고 했다.

    성형 경험자 E씨는 “거울을 볼 때마다 신기하다. 외모 고민으로 지샌 지난날을 생각하면 울컥 눈물이 나기도 한다”고 했다.

    투시형은 성형 전후 사진을 너무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유형이다. 붕대를 친친 감은 얼굴 사진 등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사진까지 서슴없이 올린다. ‘리얼리티’를 위해서라고 한다.

    피멍 들고 붕대 감았지만…

    성형 경험자 F씨는 성형 직후 군데군데 피멍이 들고 붕대와 부목으로 일부가 가려진 자기 얼굴을 찍어 커뮤니티에 올렸다. F씨는 “붕대 뒤 내 모습도 예뻐 보여. 제 모습이 놀랍고 사랑스럽네요”라고 했다.

    사실 성형 직후의 모습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F씨는 자신의 모습에 감격하며 일기를 쓰듯 하루하루를 기록해나갔다. “밋밋하던 눈에 쌍꺼풀이 생겼지 않느냐. 각 졌던 턱이 사라졌지 않느냐. 이런 사실이 무엇보다도 감격스럽다”고 적었다. 한 성형 커뮤니티 회원은 “이들은 상처뿐인 자기 얼굴에 무한긍정의 기대를 보인다. 성형 직후의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성형 커뮤니티의 실질적인 주축은 20~30대 여성이다. 커뮤니티를 즐겨 찾고 리뷰도 올린다. 10대는 외모 고민을 나누고 성형 사진을 보는 목적으로 커뮤니티를 활용한다. “졸업사진 어떡해?” “졸업선물로 쌍수(쌍꺼풀 수술) 해주세요. 엄마 효도할게요” 같은 말로 수다를 떤다.

    이들은 커뮤니티에 올라온 남들의 성형사진을 보고 또 본 끝에 드디어 언젠가 성형을 단행하기로 결심한다. 다음은 커뮤니티 회원 G씨가 성형수술을 받은 뒤 감격에 겨워 쓴 글이다.

    “사실 고등학생 때부터 여기 가입해서 이런저런 정보도 얻어두고 알바도 여러 개 뛰어보고 모아모아 저금도 하고… 그러다가 드디어 제 평생 천추의 한을 풀었어요. 우선 저는 안면윤곽(광대, 사각 턱), 눈(매몰, 뒤트임, 밑트임), 코(매부리, 콧대, 코끝) 이렇게 하게 되었어요.”

    성형 사진을 올린 회원에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인다. 댓글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정말 예쁘네요. 어느 병원, 어느 선생님이 해주셨나요?” “비용은 얼마나 들었나요?” 같은 질문 쪽지도 답지한다. 우리도 성형 사진을 올린 한 회원에게 성형 정보 제공을 부탁하는 쪽지를 보내봤다. 얼마 뒤 상세한 정보를 담은, 아래와 같은 답장이 왔다.

    “제가 예뻐져 놀랐나요? 저도 놀랐답니다”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안녕하세요. 후기 정보 요청하셔서 쪽지 보내드려요! 어떻게 수술했는지랑 비용 알려드리면 되죠? ○○ 성형외과 ○○ 원장님께 수술 받았어요! 저는 눈이랑 코 둘 다 재수술이고 입술 필러했고요. 현금으로 700만 원에 했습니다~!”

    성형 사진 공개는 이렇듯 성형 정보 공유로 이어진다. 이것이 성형 문화 확산에 기폭제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커뮤니티에 성형 사진을 올린 여성 H, I, J, K씨와 인터뷰했다. 이들 4명에게 e메일로 공통 질문을 보내 답변을 받는 식이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는 물론, 오프라인(실제 세계)에서도 거리낌 없이 성형 사실을 밝힌다”고 말했다.

    ▼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나요.

    “뭐 친한 친구들한테는 다 말했어요.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H씨)

    “처음에는 중·고등학교 친구들한테만 말했어요. 근데 이제는 그냥 말해요. 숨기려니 그것도 일이더라고요.”(I씨)

    “주변에 친한 사람들은 다 알아요. 회사 사람들도 저 성형한다고 휴가 쓴 거 알아요.”(J씨)

    “처음에는 수술한 거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얼굴이 너무 극적으로 변해서 말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굳이 숨길 필요가 있나요?”(K씨)

    ▼ 많은 사람이 보는 커뮤니티에 성형 사진이나 소감 글을 올리는 이유는.

    “얼굴 윤곽수술과 귀족수술을 받은 뒤 자랑하고 싶어졌어요.”(H씨)

    “코를 했어요. 잘못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결과가 너무 만족스러워 후기를 올렸어요.”(I씨)

    “달라진 내 얼굴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받아보고 싶어 올렸어요.”(J씨)

    J씨는 “복코 성형과 이마 지방이식 후 그냥 올렸는데 반응이 좋아 계속 올린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잘됐다’ ‘예뼈졌다’ 해주시니까 자꾸 올리게 된다. 댓글 보는 재미가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별도로 인터뷰한 남성 성형 경험자인 L씨는 “코 수술 후 얼굴 사진과 코 수술 관련 학술정보를 올렸다. 사람들이 ‘멋있어졌다’고 칭찬해줄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 커뮤니티에 많은 사람이 성형 사진을 올리니까 자신도 올리는 것 아닌가요.

    “그런 점도 있어요.”(H, I씨)

    “얼굴 공개하는 사람이 많아서 첨엔 놀랐어요. 그런데 사진 없이 글만 있으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안 보는 것 같아요. 차츰 적응이 돼 따라 올렸어요.”(J씨)

    성형외과 블랙리스트?

    “제가 예뻐져 놀랐나요? 저도 놀랐답니다”

    성형수술을 한 여성이 올린 성형 전후 모습. 당사자가 올린 원재 사진엔 모자이크 처리가 안 돼 있다.

    최근 일부 성형 커뮤니티 회원들은 성형한 얼굴 사진뿐 아니라 성형한 가슴 사진도 거리낌 없이 올린다. 매니저들이 골머리를 앓으며 포털 사이트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한다고 한다. “속옷, 의류를 착용한 사진만 올리라”는 공지사항을 대다수 커뮤니티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양은주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형 커뮤니티에 자기 모습을 공개하는 심리에 대해 “온라인 자기 개방과 관련된 현상 같다”고 설명했다.

    성형외과는 이러한 성형 커뮤니티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서울 강남 성형외과병원 소속 M 의사와 나눈 대화다.

    ▼ 성형 커뮤니티를 어떻게 봅니까

    “환자가 성형 커뮤니티로부터 얻는 정보는 두 종류예요. 의학적 정보와 병원이나 의사에 대한 평판 정보죠. 의학적 정보는 진료 때 오히려 장애가 됩니다. 한정된 지식을 전부로 오해하고 오기 때문이죠. 평판 정보도 대개 신뢰하기 힘들다고 봐야죠.”

    ▼ 성형 커뮤니티 때문에 피해를 보는 병원도 있나요.

    “익명성을 방패로 삼아 험담이나 근거 없는 소문으로 병원과 의사를 공격하고 이를 통해 쾌감을 느끼기도 하죠. 대부분의 경우 정신병적 행위로 생각됩니다.”

    M 의사는 “성형 커뮤니티의 힘이 막강해졌다. 특정 병원이나 의사를 영웅으로 만들기도 하고 아주 망가뜨려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형 커뮤니티에서 이뤄지는 성형 사진 공개와 성형 정보 제공에 비판적인 의사가 많았다. “브로커들의 놀이터”라며 “금전적 악용”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성형 커뮤니티 일부 회원들은 “성형외과 의사들이 소비자의 견제를 받지 않으려 한다. 실력이 있든 없든 기득권만 누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른바 ‘성형외과 블랙리스트(※ 성형수술을 잘 못하는 성형외과 명단)’를 얻으려는 회원들의 열정은 뜨겁다. 네티즌은 병원의 고소를 피하면서도 확실한 정보를 얻기 위해 발품을 판다. 서로 쪽지를 돌리고, 여러 루트를 걸치는 더 작은 커뮤니티에 가입한다. 커뮤니티 회원 N씨는 “얼굴과 생명이 달린 문제이므로 소비자가 의사 평판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범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의 성형문화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연예인의 성형 뉴스보다 일반인의 성형 뉴스에 더 영향을 받는다. 주변에서 너도나도 성형을 한다고 느끼면 자신도 편승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성형 전후 사진을 올리며 성형을 자랑하는 것은 매우 강한 전파력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몇몇 성형 경험자는 성형 사진 공개에 거부감을 보였다. 쌍꺼풀 수술과 코 수술을 한 엄모(23·여) 씨는 “성형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모(22·여) 씨는 “성형 사실을 공개하면 창피하지 않을까? ”라고 했다.

    자기 얼굴·가슴 사진까지 띄우면서 성형 사실을 대중에게 대놓고 자랑하는 데가 우리나라 외에 또 있을까. 우리나라의 성형 문화는 세계에서 가장 극성스러운 쪽으로 발전하는 것 같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미디어글쓰기’ 과목 수강생들이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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