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호

‘정치 예능무대’ 넘어 ‘정치 사관학교’로?

파워 업! 종편 시사토크

  • 정해윤│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입력2014-09-18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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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의 ‘상업적 소비’ 주도
    • 야심가의 공직 등용문 노릇
    • 쇼+토론 버무린 새 포맷 정착
    ‘정치 예능무대’ 넘어 ‘정치 사관학교’로?

    채널A ‘돌직구쇼’의 한 장면.

    채널A, TV조선, JTBC, MBN 등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개국한 지 4년째다. 길지 않은 역사지만 그 사이 종편에 대한 평가는 극단을 오갔다. 2009년 종편 탄생을 위한 미디어법은 여야 의원들의 격렬한 몸싸움 끝에 통과됐다. 그만큼 ‘보수 신문’이 방송에 진출하는 데 대한 야권의 위기감은 컸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종편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개국 초기 거액을 투자한 드라마들이 줄줄이 실패하면서 시청률은 0%대를 기록했다. 진보진영은 생각보다 미미한 종편의 영향력에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종편은 초기의 시행착오를 거친 뒤 자신의 활로를 찾았다는 평이 나온다.

    종편의 킬러콘텐츠

    종편이 찾아낸 킬러콘텐츠는 토크쇼라고 할 수 있다. ‘떼 토크’라고도 하는, 여러 패널이 등장하는 종편 토크쇼엔 반드시 한두 개 건질 장면이 등장한다고 한다. 드라마 등에 비해 제작 단가가 훨씬 낮다는 것도 방송사엔 매력이다.

    공중파 토크쇼는 연예인 신변잡기를 주로 다뤄왔다. 반면, 종편 토크쇼는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건강, 교육, 이혼 같은 생활 정보를 버무린다. 덕분에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이 자주 출연해 얼굴을 알린다. ‘황금알’ ‘동치미’ ‘엄지의 제왕’ 등 이런 포맷을 가장 먼저 장착한 MBN은 꽤 높은 시청률을 올렸다.



    그러나 종편만의 강력한 무기는 뭐니뭐니 해도 시사토크쇼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신중한 언사를 중시하는 동양사상의 영향으로 자유토론이나 언어유희가 발달하지 못했다. TV 토크쇼는 1989년 ‘자니윤 쇼’가 최초로 꼽힌다. 공중파에서 시사토론 프로그램은 ‘100분 토론’ ‘심야토론’ 등 극소수였다. 최근까지 공중파 방송에서는 가벼운 토크쇼와 무겁고 딱딱한 시사토론 프로그램이 뚜렷이 분리돼 있었다. 그러나 종편은 물과 기름 같던 두 장르를 적당히 버무려 새로운 포맷을 정착시켰다.

    채널A의 ‘쾌도난마’ ‘돌직구쇼’ ‘직언직설’, TV조선의 ‘시사토크 판’ ‘저격수다’ ‘강적들’, JTBC의 ‘썰전’은 공중파에서 유사한 프로를 찾아보기 어렵다. 종편의 박종진, 김진, 이언경, 최희준, 엄성섭 앵커는 공중파 앵커와 뚜렷이 구분되는 역할을 한다. 메인앵커와 토크쇼의 MC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썰전’을 진행하는 개그맨 김구라도 주목할 만하다. 공중파에서 유재석, 강호동 같은 스타MC가 연예 토크에 머무르는 동안 김구라는 종편에서 종횡무진한다. 특히 정치 관련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해 시청자의 귀에 감기는 감각적 언사를 내놓는다. 그러나 얼마 전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난 ‘보스와의 동침’은 ‘박원순 미화(美化)’ 내지 ‘박원순 변론’에 치우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에는 ‘종편 스타일’이 공중파로 역류한다. 공중파 뉴스에서도 게스트와 대담하는 코너나 부드러운 시사토크쇼가 생겨난 것이다. 뉴스와 시사토크의 결합은 종편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종편에서 전 방송으로 확산되는 새로운 조류라고 할 수 있다.

    종합편성채널은 말 그대로 드라마, 예능, 교양, 보도 등을 모두 포괄한다. 개국할 때 4개사의 사업계획서에는 보도물의 비중이 모두 25% 이하였다. 그러나 현재 이를 준수하는 곳은 거의 없다. 2013년 9월 기준으로 TV조선은 48.1%, 채널A는 46.2%, MBN은 40.4%를 보도 프로그램으로 채웠다.

    동양방송의 후신을 자처하는 JTBC는 종편 중 유일하게 드라마에서 성공했다. ‘밀회’는 6.6%의 시청률을 올리기도 했다. 또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손석희를 보도부문 사장으로 영입하며 외연 확장을 시도했다. 하지만 경영성과를 놓고 보면 JTBC의 선택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2014년 7월 평균 시청률에서 JTBC는 종편 4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공중파는 심심하고 딱딱”

    종편 보도 프로그램의 위력은 낮 시간대에 여실히 드러난다. 공중파 방송의 평균 시청률이 1%인 반면 종편은 2%에 근접한다. 점심시간에 식당을 가면 전부 종편을 튼다는 증언이 많다. 그만큼 종편 시사토크가 생활에 안착됐다는 의미다. 일부 방송전문가들은 “공중파의 뉴스가 심심하고 딱딱한 반면 종편의 뉴스 · 토크쇼는 화끈하고 맛깔난다”고 말한다.

    종편이 시사토크를 돌파구로 찾아낸 데엔 2012년 총선과 대선이 한몫을 톡톡히 했다. 이해에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지면서 종편의 ‘온종일 시사토크’는 시청자 사이에서 명분을 얻었다. 당연히 주목도도 올라갔다.

    이에 부응해 종편은 전례 없던 새로운 집단을 등장시켰다. 바로 정치평론가들이다. 워낙 많은 시간을 정치 관련 주제에 할애하다보니 패널에 대한 종편의 수요가 폭증했다. 인터넷이 논객의 전성시대를 열었다면 종편은 정치평론가의 전성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종편의 정치평론가들 가운데는 공중파 토론 프로그램에서부터 낯이 익은 인물도 있다. 예컨대 고성국과 신율은 정치평론가라는 단어가 희소하던 시절부터 정치평론가로 활동했다. 종편이 이들을 놔둘 리 없다. 신율은 종편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프로까지 진행한다.

    다른 상당수는 종편을 통해 데뷔했다. 먼저 전직 정치인이 정치평론가로 변신한 경우가 많다. 강용석, 장성민, 진성호 전 의원은 종편의 특정 토크쇼에 고정 출연한다. 사안별로 전직 의원이 패널로 자주 등장한다. 변희재, 박성현, 김성욱 등은 보수성향 인터넷 논객에서 종편 평론가로 넘어온 경우다. 홍성걸, 노동일 등 대학 교수들도 자주 등장한다

    일각에선 “종편이 보수에 치우쳤다”고 비판하지만 진보적 색채가 뚜렷한 평론가도 종편에서 활발히 활동한다. 오마이뉴스에서 활약하던 유창선,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철희, ‘종편의 진중권’으로 불리는 김갑수가 대표적이다. CBS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이종훈은 중도 진보로 꼽힌다. 균형과 중립 유지는 방송의 생명과 같기에 종편은 진보성향 평론가들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종편을 통해 유명해진 인물 중 황태순, 황장수는 정통파 평론가로, 이봉규는 정치만담가로 평가된다. 황태순과 황장수는 사례나 근거를 풍부하게 대며 설명하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황장수가 우파의 주장을 공격적으로 옹호하는 것으로 비친다.

    종편의 처지에서, 이렇게 다양한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그 많은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뉴스는 정통파 평론가를 통해 먼저 쉽게 풀어낸다. 이어 만담가형 평론가들이 또 한 번 우려낸다. 이런 식으로 하면 정치 얘기로 하루 종일 보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정치 예능무대’ 넘어 ‘정치 사관학교’로?

    왼쪽부터 고성국, 진성호, 이철희, 강용석 씨.

    보수에 치우쳤다?

    이렇게 정치가 상업적으로 소비되면서 ‘종편이 정치를 예능화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정치의 예능화는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출사표를 던진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같은 정치인에게 일차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이 옳을지 모른다. 또 정치의 예능화는 일찍이 나꼼수가 앞장서서 대문을 열어젖힌 측면이 있다. 종편의 일부 시사토크는 나꼼수의 포맷을 차용했다. 따라서 종편에 정치의 상업적 소비, 정치적 갈등의 확산 책임을 모두 떠넘기는 것은 무리한 면이 있다.

    종편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은 정치적 편향성에 관한 것이다. 종편은 보수 성향 신문을 모기업으로 뒀다. 편향돼 있다는 진보진영의 비판을 면하긴 힘들다. 하지만 종편이 실제로 보수에 치우치는지에 대해선 다른 평가도 나온다. 종편에 대한 보수진영의 반응이 이를 반증한다. 조갑제는 8월 “종편을 보다가 KBS를 틀면 오히려 KBS가 공정하게 보인다”고 했다. “종편이 보수 논조에서 곧잘 일탈한다”는 비난은 조갑제닷컴뿐 아니라 뉴데일리 같은 우파 매체, 일간베스트 같은 보수 커뮤니티에서 매우 자주 발견된다.

    심지어 JTBC는 손석희 영입 후 진보진영의 방송 해방구 노릇을 톡톡히 한다. 새누리당도, 새정치민주연합도 JTBC 뉴스가 진보 편향적이라는 데 별 이의를 대지 않는다. MBN의 모기업인 매일경제는 김대중 정권에 꽤 우호적이었다.

    개별 프로그램으로 들어가서 볼 때, 보수와 진보로 패널의 균형을 맞춘 토론식 프로에는 편향성 논란의 여지가 없다. ‘썰전’의 강용석과 이철희, ‘강적들’의 이봉규와 김갑수는 각각 보수와 진보를 대변하지만 마치 만담 콤비처럼 보는 재미를 준다.

    ‘정치 예능무대’ 넘어 ‘정치 사관학교’로?

    JTBC의 ‘썰전’

    문제는 보수성향의 패널들만 나와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저격수다’와 같은 프로그램이다. ‘저격수다’는 기본적으로 종편 버전의 나꼼수로 비친다. 보수진영이 나꼼수를 문제 삼았듯, 진보진영이 ‘저격수다’를 문제 삼는 것은 타당한 면이 있다. 그러나 방송의 편향성은 출연자의 막연한 성향이 아니라 방송된 내용에 의해 규정될 수밖에 없다. 출연자들이 외부에 꼬투리 잡히지 않게 사실에 근거해 합당하게 비판하면 뭐라고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종편에서 진보 인사들이 진행한 프로그램들은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다. 2013년 2월 JTBC는 진보진영 내에서 유명인사로 급부상한 표창원에게 ‘시사 돌직구’의 진행을 맡겼다. 2회에 뜨거운 감자가 된 일간베스트를 비판하며 진보성향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저조한 시청률로 불과 8회 만에 종영됐다. 세월호 사고 당시 손석희는 직접 진도에 내려가 ‘뉴스9’을 진행했다. 시청률이 반짝 올랐지만 다이빙벨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면서 공신력에 타격을 입었다. 지금은 방송계 일각에서 손석희 영입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종편을 즐겨 보는 시청자 중 상당수는 진보성향 인사가 종편에서 자신의 편향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프로그램을 이끌려고 할 때 더 큰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시청자는 종편과 진보성향 진행자 사이에서 인지부조화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현재의 야권도 종편의 편향성 논란에 자유로울 수 없다. 2012년 대선까지 야권은 종편에 출연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러다 종편 출연금지가 대선 패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2013년 봄에야 출연금지가 해제됐다.

    그러나 조국, 강준만, 진중권 등 야당·진보성향 지식인들은 여전히 종편에 나오지 않는다. 공지영은 종편 개국 때 김연아가 축하인사를 남겼다는 이유로 트위터에 비난성 멘트를 올렸다. 이들 일단의 지식인들에겐 종편 출연이 여전히 암묵적 금기다. 진보진영 전체가 종편 출연자의 좌우불균형을 자초한 면이 있다.

    ‘옐로 채널’

    종편에 대해 사람들이 진정으로 감시해야 할 부분은 선정성 문제다. 종이신문은 전통 매체로서의 책임감을 쉽게 방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 종이신문을 모기업으로 한 종편은 종종 ‘옐로 채널’로 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권위와 전통은 종이신문이 맡고 욕먹더라도 수익은 종편에서 내겠다는 계산? 실제로 종이신문에는 게재될 수 없는 기사가 종편에서 버젓이 방송된다. 채널A와 TV조선의 ‘북한군 특수부대, 5·18 개입설’ 보도는 본전도 못 건진 경우다. 세월호 사건 때 다이빙벨 기사는 JTBC 뉴스에서만 등장했다. 당시 JTBC 앵커들은 진행 도중 눈물 쇼를 벌이며 선정성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MBN은 자신을 전문 잠수사라고 속인 허언증 환자에게 마이크를 맡겨 검증되지 않은 유언비어를 뉴스에 내보냈다. 이 역시 모기업 신문이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 중용되는 점도 종편의 선정성을 보여주는 한 측면이다. 대표적인 예가 강용석이다. 그는 정치인의 예능인화 전략에 선구적인 업적을 남겼다. 그가 여성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위기에 몰렸을 때 탈출 전략을 제시한 사람은 고등학교 동창인 방송인이었다고 한다. 방송가에서 물의를 일으킨 인물들이 재기하는 과정을 들어 안티팬과 극성팬은 비례한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고 한다. 강용석은 박원순과 안철수를 다방면으로 공격했고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했다. 이 과정에서 부정적인 평판도 높아졌고 동시에 인지도도 높아졌다. 강용석이 2012년 총선에 낙선하자 종편은 그에게 러브콜을 던졌다. 결국 그는 방송인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주목해야 할 인물은 의사 함익병이다. 그는 공중파 방송에서 ‘국민사위’로 불리며 인기를 끌다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독재정권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이유로 급작스레 하차했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자숙 시간을 갖는 것과는 달리 그는 거의 시차 없이 종편에 데뷔했다. 최근 TV조선 ‘강적들’의 패널로 선택되면서 정치토크에서의 활약을 예고한다. 학력위조사건으로 파문을 일으킨 신정아가 ‘강적들’의 패널로 선정됐다가 비난 여론으로 철회되기도 했다. 종편 시사토크 일각에선 이처럼 시청률을 높일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풍조가 역력하다.

    종편 시사토크가 하나의 방송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평론가로 이름을 알린 이들이 선출직이나 지명직 공직자로 변신해 출세가도를 달리는 현상도 나타난다. 박근혜 정권 초기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던 윤창중과 김행은 모두 종편의 단골 출연진이었다. 특히 윤창중은 채널A ‘쾌도난마’에서 열혈 보수논객으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가 대변인 낙점을 받는 데엔 이런 활약상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쉽게 짐작된다.

    ‘종편 출연→공직 진출’ 공식

    3월엔 종편에 자주 출연한 정치평론가 이석우가 총리실 공보실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최근 총리비서실장으로 영전했다. 그는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종북 발언으로 방송에서 하차한 전력이 있다. 보기에 따라서 박근혜 정권은 꽤나 전투적인 우파 논객을 중용하는 것처럼 비친다. 이런 점은 현재 활동 중인 우파 정치평론가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다.

    7·30 재·보궐선거에서 정미경과 김용남은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 둘도 종편 덕을 톡톡히 봤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재선인 정미경은 여성으로선 드물게 종편에서 패널로 활약했다. 그가 2012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고 종편에 얼굴을 드러냈을 때 “강용석을 따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정치 신인으로서 거물 손학규를 꺾은 검사 출신 김용남도 종편 출연으로 지명도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이들을 공천할 때 종편 출연으로 인한 이들의 대중적 인지도 상승을 어느 정도 고려했을 것이다.

    이런 여러 사례를 보건대, 앞으로 ‘종편 출연→인지도 상승→공직 진출’이라는 패턴이 정착될 수 있다. 여기엔 긍정적 면과 부정적 면이 공존한다. 야심이 있는 인물은 너나없이 종편으로 달려갈지 모른다. 여론조사 결과가 공천의 절대 기준이 되는 현실에서 방송활동을 정치적 발판으로 삼으려는 시도는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진보진영은 종편을 미국의 폭스뉴스에 곧잘 비교한다. 폭스뉴스는 미국 보수진영과 공화당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방송이다. 진보진영은 종편 시사토크의 논조가 결국 폭스뉴스의 논조와 비슷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폭스뉴스는 지금 미국에서 지상파 3사와 CNN을 제치고 시청률이 가장 높은 뉴스채널이 됐다. 종편도 이렇게 높은 시청률을 올릴지 모른다는 게 진보진영의 또 다른 우려다.

    종편이 스스로 긴장해야 하는 점도 바로 사회에 미치는 자신의 영향력이 점점 커진다는 점이다. 종편의 주요 시청자 층이 노장년층이라는 점은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오프라 윈프리는 성공한 흑인여성의 상징이 됐지만 그가 진행한 토크쇼는 연금으로 생활하면서 TV 앞에만 붙어 있는 흑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인식됐다.

    종편은 보수성향 노장년층을 낮 시간에 붙들어두는 데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인다. 그런데 이런 노장년층 인구가 점점 증가한다는 점에서 이 한계가 성장 가능성으로 바뀔 수도 있는 셈이다.

    ‘엔터테이너 정치인’ 산실

    선진국이 공통적으로 겪는 리더십의 위기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언론자유가 발전한 나라에서는 또 다른 고민이 발생한다. 미국에선 영화배우 출신이 대통령이나 주지사가 된다. 이탈리아에선 포르노 배우가 국회의원이 된다. 이른바 엔터테이너형 정치인이 언론 덕에 곧잘 득세한다. 극우정치인으로 알려진 일본의 하시모토 도루 유신회 대표도 엔터테이너형 정치인의 전형이다.

    종편 시사토크의 만개로 우리 사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조짐이다. 강용석은 곧장 서울시장으로 가겠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한다. 이런 추세라면 미디어가 정치인을 만드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 같다. 종편은 이미 ‘정치 사관학교’ 구실을 하는 것처럼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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