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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5·24 제재 조치 풀 수 있지만 북한 사과 선행돼야”

정종욱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5·24 제재 조치 풀 수 있지만 북한 사과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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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헌장 만들 TF 구성

▼ 8월 13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중 통일 청사진을 담은 통일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밑그림을 그리나.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데.

“8월 7일 대통령을 모시고 통준위 제1차 회의를 열기 전 앞으로 통준위가 뭘 할 것인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기회를 가졌다. 분과위별로 만나고 통준위 외부의 원로와 전문가들도 만나 자문을 구했다. 그때 가장 고심한 게 통일헌장 부분이다. 통일 청사진을 새로 짜는데 핵심이 통일헌장이기 때문이다. 그에 관해 위원들과 외부 인사들 사이에 찬반양론이 갈렸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통일문제를 둘러싸고 이른바 남남갈등이 심했듯, 통일헌장에 담을 내용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숨어 있던 상처를 다시 한 번 드러낼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우려도 있었다.

한편으론 갈등을 드러내는 것 자체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의 미래상을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통일을 준비하겠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통일 청사진과 통일헌장부터 만들어놓고 그에 따라 통일 준비 로드맵과 액션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1989년 노태우 정권 때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란 게 나왔는데, 벌써 25년 전이다. 이후 지금까지 통일에 대한 청사진조차 없었다. 그 사이 남북한 내에서 제각기 엄청난 변화가 이뤄졌기에 이젠 그런 변화를 반영한 통일의 기본 방향을 만들려고 한다. 그게 통일헌장이다.

일단 통일 청사진과 통일헌장을 만들기 위한 태스크포스(TF)는 만들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정치·법제도 분과위 강인섭 위원을 통일 청사진 및 통일헌장 TF장(長)으로 모시기로 했다. 국회의원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분으로 정무적 감각을 갖춰 통준위 내 진보-보수 인사와 여야 정책위의장 등의 다양한 목소리를 녹여 하나의 통일 청사진과 통일헌장을 만들어내는 데 적임자다.



다른 TF도 구성 중이다. 이를테면 통준위 내에 생태환경녹화사업팀이 있는데, 그건 고건 전 국무총리가 주도해 TF를 구성할 것이다. 고 전 총리가 북한 나무 심기에 관심이 많은데, 좀 더 외연을 넓혀 생태환경 전반에 걸친 TF를 만든다. 또한 북한과 본격적인 경제협력을 하려면 기본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산발적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체계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북한개발종합데이터베이스(DB)라고 해서, 국토교통부나 국토연구원이 보유한 북한 관련 공간정보, 다른 기관들이 가진 북한 사회·경제·문화에 대한 각종 정보를 모두 합쳐 북한에 대한 통합된 종합DB를 만들려고 한다. 이를 위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국가정보원 차장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주일본대사 등을 지낸 라종일 위원(외교안보분과위)이 TF장을 맡기로 했다.

박 대통령이 내년 분단 70주년을 계기로 남북 공동 문화행사를 추진해보자는 취지의 말씀을 해서 이를 위한 작업 팀도통준위 내에 만들었다. 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드레스덴 선언’의 연장선에서 ‘환경·민생·문화의 통로를 만들자’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그걸 김대중 정부에서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내고 김대중도서관장을 했던 김성재 사회문화 분과위원장(연세대 석좌교수)에게 맡겼다.”

통일은 왜 ‘대박’인가

▼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포괄적 대북제재인 5·24조치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통준위 위원들은 기본적으론 정부 정책 현안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공유한다. 하지만 실제 사정은 좀 다를 수 있다. 통준위엔 위원 30명, 전문위원 31명이 있는데, 그중엔 대학교수나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일하는 북한 전문가도 많다. 그들은 민간인 신분이라 남북관계나 통일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한다. 현안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통제할 수 없다. 비록 5·24조치가 풀리지 않으면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힘들지 않겠느냐고까진 안 해도 남북관계가 좀 바뀌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와 그에 대한 공감대는 있다.

박 대통령은 1차 회의 때 현안 관련 주문도 좀 했다. 드레스덴 선언 때 나온 인도주의 어젠다, 민생경제 어젠다, 통합 어젠다 등에 따른 남북협력 사업들이 제시됐는데, 이를 구체화하라는 것이다. 북한은 드레스덴 선언을 흡수통일 획책이라고 비난하며 거부했고, 한국 내에서도 일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남북이 공존, 윈-윈 할 수 있는 게 많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통준위가 드레스덴 선언에서 나온 그런 아이디어를 액션 플랜으로 만들어달라고 했다.

통일대박론에 대해서도 일각에선 통일이 ‘대박’이란 걸 좀체 실감하기 힘들다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통일을 경제와 결부해 생각하면, 편익이 비용 부담보다 훨씬 크다. 현재 대한민국이 선진국 문턱에서 경제적으로 고전 중인데, 궁극적으로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려면 통일이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다. 통일이 돼 남북이 하나의 경제협력권이 되고 동북아, 나아가 유럽까지 이어나가는 21세기판 경제 실크로드가 실현될 때야말로 본격적인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통일은 대박’이라는 표현을 내놓은 거다. 그건 통일에 대한 발상전환이다. 통일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경제 대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5·24조치란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전면 불허, 남북교역 중단, 방북 불허, 대북 신규 투자 불허, 대북지원 사업 원천적 보류 등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한 것을 말한다. 북한은 5·24조치 해제 없인 남북대화가 불가능하다는 방침이다.

“5·24 제재 조치 풀 수 있지만 북한 사과 선행돼야”

박근혜 대통령이 8월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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