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1개 엔진(단발)’파와 ‘2개 엔진(쌍발)’파의 충돌이 있었다. 쌍발은 공군과 이 전투기 개발을 제안한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ADD)가, 단발은 이 전투기를 제작할 (주)한국항공과 국방 싱크탱크인 국방연구원(KIDA)이 주장했다. 공군과 한국항공은 날카롭게 맞섰다. 공군은 “우리 후배들이 탈 전투기는 안전해야 하니 두 개의 엔진을 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항공은 “쌍발이 더 안전하다는 것은 옛날얘기다. 수출을 염두에 둔다면 저렴한 단발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 싸움은 7월 18일 합동참모본부(합참)의 결정으로 어느 정도 결론이 났다. 합참은 새로 개발할 무기에 대해 ‘이러이러한 성능을 갖춰야 한다’고 요구하는데, 이를 ‘작전요구성능(ROC)’이라고 한다. 합참은 KFX가 갖춰야 할 작전요구성능 중의 하나로 쌍발 엔진 탑재를 결정했다. 이로써 단-쌍발 논쟁은 막을 내린 듯하지만, 이면을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다음의 는 KFX를 단발과 쌍발로 개발할 때의 개발비, 이를 120대 생산하는 데 필요한 양산비, 이 120대를 30년간 운용할 때 들어가는 정비 비용 등을 더한 ‘운용유지비’를 비교한 것이다. 개발비는 국방연구원, 양산비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운영유지비는 공군이 계산했는데, 모든 항목에서 쌍발기가 높게 나왔다. 총액으로는 쌍발기가 4조8000억 원 더 든다.
그러나 이 수치는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업을 하고자 하는 기관은 ‘시작 예산’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사업을 승인하거나 검증하는 기획재정부(기재부), 국회, 언론 등의 시비를 피해갈 수 있다. 일단 시작한 다음 ‘설계 변경’ 등을 통해 사업비를 늘려간다.
이런 식이다 보니 일부 사업은 졸속으로 계획해, 돈은 계속 들어가는데 그만두지 못하고, 완료한 다음에도 흑자를 자신하지 못하기도 한다.
돈 먹는 하마 될 것인가
그리하여 ‘돈 먹는 하마’가 되면 세상은 시끄러워진다. 사업 추진 기관은 물론이고 예산을 승인한 기관도 언론과 국회의 질타를 받게 된다. 에서처럼 지금은 KFX를 쌍발로 개발하는 데 8조5000억 원이 들어간다고 본다. 그런데 직전까지는 단발 개발비 6조7000억 원보다 적은 6조400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았다. 그렇다면 이 6조4000억 원은 ‘시작 예산’을 줄여 일단 사업을 시작하려는 편법으로 볼 수도 있는데, 지금 이에 대해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애초 정부(기재부)는 “KFX 개발비의 절반을 댈 테니 나머지는 한국항공처럼 KFX 개발에 참여할 국내외 업체와 공동개발에 참여할 다른 나라 정부가 대게 하라”고 했다. 업체 등에 개발비를 부담시킨 것은 이 사업이 ‘돈 먹는 하마’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생산자들도 돈을 대게 해야 설계 변경 등으로 개발비를 늘려가는 편법을 막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기재부는 쌍발의 KFX 개발비가 8조5000억 원으로 제시된 것도 유사한 편법으로 보기에, 애초 거론된 6조4000억 원만 인정하려 한다. 그래서 6조4000억 원의 절반인 3조2000억 원만 대는데, 여기에도 편법으로 증액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수 있기에 타당성을 조사해보고 문제가 없으면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그 때문에 국방연구원에 3조2000억 원을 집행해도 되는지에 대한 조사를 맡겼다.
기재부의 이런 태도 때문에 KFX 사업은 합참이 작전요구성능을 확정했음에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