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와 반대로 일본에서는 2001년부터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레옹족’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중년 남성을 타깃으로 한 패션 잡지 ‘레옹’에서 유래한 용어로, 자신을 가꾸는 데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 중년 남성을 일컫는다. 비슷한 의미로 ‘골든 파파’가 있다. 과거 중년 남성이 자신보다는 가족과 미래에 투자를 많이 했다면, 레옹족은 자신의 미용, 패션 등에 투자하는 것을 넘어서 기호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것에 관심을 갖는 중년 남성을 뜻한다.
일본과는 달리 한국의 중년 남성은 아직 패션과 미용으로 자신을 꾸미는 것을 어려워한다. 사회의 암묵적인 분위기가 그런 면을 터부시하는 경향도 있고, 중년 남성 스스로도 자신을 꾸미는 데 투자하는 것에 대해 주위 시선이 곱지 않거나 나이에 맞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여전히 중년 남성은 앞서 언급한 스타일을 고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근무 환경 변화를 위해 비즈니스 캐주얼을 차츰 도입하면서 직장인들이 틀에 박힌 듯 입던 정장에서 자유 복장을 입게 됨에 따라 중년 남성에게 스타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됐다.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보지 않은 중년 남성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쇼핑을 할 때마다, 옷을 입을 때마다 아내나 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고, 생전 읽지도 않던 패션 잡지를 들춰볼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옷을 잘 입는다는 것, 스타일을 만든다는 것은 어렵고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다. 처음부터 잘 입으려 하기보다는 한 아이템씩 차근차근 도전하면서 기본기를 다져나간다고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모두에게 호감을 받을 수 있는 스타일을 연출하게 된다. 모두에게 호감 받는 스타일로 변하다보면 아저씨에서 오빠가 되는 극적인 변화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렇다면 스타일은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까. 아이템별로 해야 할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정리하고 이들을 합치면 꽤 좋은 조합이 탄생할 것이다. 이제부터 아이템 하나씩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살펴보자.

내의가 비치는 셔츠, 배 위까지 올라오는 통 넓은 팬츠는 ‘아저씨’의 상징이다.
중년 남성에게 가장 먼저 꺼내야 할 아이템은 재킷이다.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은 부분을 타인에게 노출시키는 옷이면서, 조금만 신경을 기울이면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재킷을 선택할 때 꼭 고려해야 할 사항 중 첫 번째는 어깨 사이즈다. 1980년대에 오버 사이즈가 유행하면서 정장 재킷이나 캐주얼 재킷 가릴 것 없이 모두 사이즈가 조금 큰 것을 입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났음에도 중년 남성의 재킷 어깨는 여전히 넘쳐흐른다. 재킷이든 코트든 셔츠든 가장 먼저 어깨 사이즈가 자신에게 딱 맞는지 체크하자. 품, 소매 정도는 수선을 해도 옷의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지만 어깨를 손대는 순간 무너질 수 있다. 특히 디자인 측면에서 어깨 수선은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재킷을 선택할 때고려할 우선순위는 어깨 부분이다.
어깨 사이즈가 맞다면 소매나 품이 맞는지 확인해보자. 가끔 소매가 길어 자신의 손등을 덮어도 그냥 입는 남성이 있는데 이는 적절한 기장이 아니다. 소매 끝이 손목에서 끝나도록, 기장은 엉덩이를 살짝 덮는 수준으로 한다. 품은 셔츠를 입었을 때 살짝 여유가 있게끔 수선하는 게 좋다. 젊어 보이기 위해 허리 부분을 잘록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허리가 굵은 편이라면 굳이 줄일 필요는 없다. 자연스러움이 가장 멋스러운 아이템이 재킷이다.
수선을 하지 않는 게 옷 본연의 모양을 유지하는 최고의 방법이지만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수선이 필요하다. 가장 멋진 옷은 값비싼 원단으로 만든 옷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잘 맞게 만들어진 옷이다. 핏(FIT)에 대해서는 많이 입어보면서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어떤 브랜드의 옷이 자신에게 잘 맞는지도 발품을 팔면서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