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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예뻐져 놀랐나요? 저도 놀랐답니다”

성형 예찬론자들의 별난 세계

  • 김민지 |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4학년 pdccn@naver.com 채유연 | 고려대 컴퓨터학과 3학년 cy7812@naver.com

“제가 예뻐져 놀랐나요? 저도 놀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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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성형 중독’에서 ‘성형 과시’로
  • ● 인터넷 커뮤니티에 성형 가슴까지 공개
  • ● 스타형, 도취형, 투시형
“제가 예뻐져 놀랐나요? 저도 놀랐답니다”
대한민국은 ‘성형 공화국’으로 통한다. 최근 미국 CNN 방송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10가지’ 중 하나로 ‘성형’을 꼽았다.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에 따르면, 한국인은 1000명 중 16명꼴로 성형수술을 받는다. 성형인구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라고 한다. ‘획일화한 강남 미인’은 TV 개그 프로그램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많은 젊은 여성이 성형에 집착한다. 여고생, 여대생, 직장인, 주부 할 것 없이.

그런데 일부 성형 경험자들에 따르면, 최근엔 ‘성형 중독’에서 ‘성형 과시’로 넘어가는 경향마저 나타난다. 예전엔 자신이 성형한 사실을 숨겼으나 이젠 대중 앞에 당당하게 드러내고 자랑한다는 것이다.

“거울아, 거울아~”

우리는 뷰티뷰, 병·네·커, 여우야, 미스홀릭, 뷰티파우더룸 등 국내 5대 성형 커뮤니티에 회원으로 들어가 관련 내용을 취재했다. 인터넷엔 성형 관련 모임이 부지기수이지만 이들 5개 커뮤니티는 참여자 규모에서 대표급으로 통한다. 우리는 이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여러 성형 경험자를 인터뷰했다.

그 결과, 성형 과시가 성형 문화의 새 트렌드라는 점이 발견됐다. 많은 여성이 성형 전후 자신의 얼굴이나 가슴 사진 등을 불특정 회원들에게 공개한다. 마치 동화 ‘백설공주’에 나오는 여왕이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묻듯이, 자신의 달라진 외모에 대해다른 이들의 찬사를 갈구한다.



이들에게 성공적 수술은 1차 만족을 주고, 외부의 반응은 2차 만족을 주는 듯했다. 성형지상주의, 외모지상주의의 최신판처럼 보이기도 했다. 최근엔 성형수술을 받은 젊은 남성도 이 대열에 합류하는 양상이다.

5개 성형 커뮤니티의 많은 회원이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외부에 드러내고 싶어 했다. 이들의 유형은 스타형, 도취형, 투시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스타형은 성형 이후의 자신을 연예인 급으로 자부하는 유형이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20대 성형 경험자 A씨의 글이다.



“8개월 넘게 (제 사진과 글에) 후기 올리신 분들…반응이 너무 좋다보니까 저도 모르게 올리게 되는 것 같네요. 재수 없어도 좀 봐주세요.”



A씨는 성형 후 8개월째 꾸준히 자신의 얼굴 사진을 게시판에 업그레이드해 올려왔다. 그러면 사람들은 A씨에게 “어머, 너무 아름다우세요” 같은 후기를 남긴다. A씨는 이런 후기를 보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팬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새로운 자기 사진을 올린다.

다른 성형 경험자인 B씨는 수술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사진과 후기를 올린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성형 수술이 잘 돼 자신의 외모 수준이 연예인급으로 급상승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자신의 소소한 일상 모습까지 보여준다.

“보라, 이 반전을!”

이런 행위는 마치 연예인이 SNS로 자기 일상을 팬에게 공개하는 것과 유사하다. 연예인과의 차이점이라면 마지막에 꼭 성형 전 모습을 첨부한다는 점이다. ‘보아라, 엄청난 반전 아니냐’ ‘나는 이렇게 대단하게 변했다’라는 과시이고 이것이 사람들에게 먹히는 것이다. 댓글도 많이 달린다. 대중은 성형미인을 동경하고 성형미인은 그러한 동경을 즐기는 셈이다.

도취형은 자신을 연예인급으로 생각하진 않지만 자신의 달라진 외모에 대해 칭찬과 자랑을 늘어놓는 유형이다. 성형 경험자 C씨는 커뮤니티에 사진과 함께 이런 말을 남겼다.



“길에서 연락처 물어보는 남자들이 익숙해질 정도면 말 다했지요? (제가 예뻐져서) 놀라셨어요? 네, 저도 놀랐습니다.”



도취형 성형 경험자들이 올린 수술 후 사진 중엔 얼굴에 아직 부기가 남아 있는 사진도 있다. 예뻐진 얼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얼굴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성형을 통해 외모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급상승했다고 말한다.

이들 중 몇몇은 자기 얼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점검하면서 스타형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들은 자화자찬에 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마치 평론가가 객관적 시선으로 논평하듯, 자기 얼굴의 여기는 이래서 뛰어나고 저기는 저래서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성형 경험자 D씨는 커뮤니티에서 “고민 끝! 행복 시작! 귀엽다는 말보다 예쁘다는 말을 듣게 돼서 진짜 좋아요. 얼굴형이 매력 있게 여성스러워진 거 같아서 만족스러워요!”라고 했다.

성형 경험자 E씨는 “거울을 볼 때마다 신기하다. 외모 고민으로 지샌 지난날을 생각하면 울컥 눈물이 나기도 한다”고 했다.

투시형은 성형 전후 사진을 너무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유형이다. 붕대를 친친 감은 얼굴 사진 등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사진까지 서슴없이 올린다. ‘리얼리티’를 위해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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