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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사회가 불교 걱정하는 현실 안타깝다”

조계종 종책모임 삼화도량 회장 영담스님

  • 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사회가 불교 걱정하는 현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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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시아경기대회 북한 응원단 파견 계속 추진
  • ● 朴정부 대북정책, 원칙만 있고 융통성 없다
  • ● 총무원장 직선제는 불교 발전 위한 최소한의 원칙
  • ● 도박·폭행·돈선거 의혹 반성하고 용서 빌어야
  • ● 세월호 사건의 본질은 불신…결국 정부가 나서야
“사회가 불교 걱정하는 현실 안타깝다”
영담스님(61)은 여러 직책을 가졌다. 불교방송 이사장을 역임한 그는 현재 석왕사(경기도 부천) 주지,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남북공동응원단 추진본부 대표, 학교법인 영남학원 이사장, 비영리 국제구호단체 하얀코끼리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우리민족서로돕기 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를 맡는 등 오랫동안 인도적 대북 지원사업을 했으며 조계종 종책모임인 삼화도량 회장으로 활동한다. 불교계를 대표하는 원로이면서 사회활동가다.

9월 4일 서울 종로구 백상정사에서 영담스님을 만나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세월호 사건이 가져온 사회 혼란, 국민적 불안감, 고질적 위험요소인 남북관계, 지난해부터 불거진 불교계 내부의 크고 작은 문제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영담스님은 “사회 정화를 책임져야 할 불교계가 오히려 사회의 걱정거리가 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北 제안 통 크게 받았어야”

▼ 남북공동응원단 얘기부터 해주시죠. 북한이 결국 응원단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체육교류는 인종, 종교, 사상을 초월하는 행사입니다. 더구나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의 슬로건은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입니다. 한민족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때입니다. 북한이 선수단을 파견한 건 의미 있는 조치라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응원단이 오지 못하게 된 건 정말 아쉽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포기하지 않고 민간 차원의 북한 응원단 파견을 계속 추진하려 합니다. 단 하루만이라도 북한 응원단이 아시아경기대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 북한 응원단 파견이 무산된 이유가 뭐라고 봅니까.

“꼭 누구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우리 정부가 북한의 제안을 통크게 받았어야 한다고 봐요. 경제적으로 앞선 우리가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노력했어야 해요. 선수단에 대해서야 국제 관례를 따라야겠지만, 응원단에 대해서는 융통성 있는 방안을 모색했어야죠. 물론 북한도 문제가 있죠. 대화를 하다말고 회담장을 박차고 나간 건 성급했어요. 남북이 조금씩만 양보하면 될 일이었는데, 서로 파워게임 하듯 접근하다 보니….”

▼ 응원단 같은 논의엔 정부보다 민간기구가 나섰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도 제가 대표를 맡은 민간기구에서 북측에 남북공동응원단을 제안했어요.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찬성하고 북한도 동의해 성사 단계까지 갔죠. 베이징에서 만나 같은 비행기를 타고 남아공으로 가기로 합의가 됐어요. 그런데 그때도 정부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아 결국은 무산됐습니다. 성사됐다면 남북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됐을 텐데. 정부가 나서서 될 일이 있고 정부가 나서지 말아야 할 일이 있는데, 그걸 잘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 정부보다 민간의 힘이 더 클 때가 있죠.

“정부는 언제나 원칙을 갖고 대응해야 합니다. 그러나 민간은 달라요. 융통성이 있죠. ‘외교는 딱딱한 회의실에서 하지 말라’는 말도 있잖아요. 잔디를 걸으며 대화하면 안 될 것도 된다고요. 응원단 같은 문제는 정부가 민간에 맡겼어야 합니다. 그랬다면 우리가 스스로 기금을 조성해 성사시켰을 겁니다. 북한 응원단 방문 같은 큰 이벤트가 경비 문제 때문에 무산된 건 정말 아쉬워요.”

원칙보다 중요한 것

▼ 최근의 남북관계를 평가한다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극한으로 치달았잖아요. 서로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꾸 문제가 생겼죠. 그러다보니 이제는 신냉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져요. 미국과 중국이 핑퐁외교로 냉전을 무너뜨린 것에서 교훈을 얻어야 해요. 이번 아시아경기대회는 남북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방향은 좋지만 아직은 부족한 게 많다고 봅니다.”

▼ 인도적 대북 지원사업을 오랫동안 해왔는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봅니까.

“일단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잘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대가 커요. 그리고 원칙을 지키며 잘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너무 원칙만 강조하는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때로는 원칙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도 알았으면 합니다. 박 대통령은 늘 북한의 취약계층, 특히 영유아에 대한 민간의 지원사업은 적극 추진하라고 해요.

그런데 문제는 통일부입니다. 도대체 움직이질 않아요. 언젠가 인명진 목사도 그런 말씀을 하더라고요. ‘이 나라 통일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통일부이고, 장관은 어느 나라 장관이냐’고. 대통령의 말과 내각의 생각이 너무 달라 보인다는 거죠. 저는 이게 다 소통 부재가 낳은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 북한은 줄곧 자신들의 존엄을 남측이 훼손한다고 주장하는데요.

“북한 처지도 이해는 돼요. 자꾸 자존심을 건드리니까 이제는 영유아 지원, 취약계층 지원도 안 받겠다는 것 아닙니까. 북한은 ‘고작 그거 지원하면서 (남한이) 유세를 떤다’고 생각할 겁니다. 먹을 거 가지고 장난치는 게 제일 치사한 겁니다.(웃음) 준다 만다 해가면서 자존심을 건드리니까 일이 틀어지는 거죠. 줄 때는 그냥 줘야 합니다. 기분이 좀 안 좋아도 화끈하게 줘야 해요. 우리 정부는 그런 게 좀 부족해 보입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줄다리기를 해도 돈은 돈대로 들어갑니다.”

북한이 응원단 파견 철회를 발표한 뒤인 9월 초, 영담스님이 대표를 맡은 남북공동응원단 측 관계자는 중국 선양에서 북한 민화협 측 인사와 접촉했다. 민간 차원의 응원단 파견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민화협 관계자는 “남한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없는 한 북한에서 응원단을 파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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