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9월 3일) 사부대중연대회의 이름으로 기자간담회를 했는데, 모임의 성격과 내용을 소개한다면.
“사부대중연대회의는 조계종 총무원장을 직선으로 뽑는 제도를 마련하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스님들의 모임입니다. 어제 행사는 모임의 발족을 알리고 취지를 설명하는 자리였어요. 조계종 호계원장을 지낸 법등스님, 중앙총회 의장을 지낸 보선스님, 현 중앙종회 의장인 향적 스님, 봉은사 주지를 지낸 명진 스님, 전국 비구니회 부회장 성총스님 등이 참여합니다.”
▼ 조계종 총무원장 직선제를 주장했는데.
“지금은 300여 명의 대의원이 투표를 통해 총무원장을 선출해요. 이걸 직선제로 바꾸자는 건 1994년 종단개혁 당시부터 제기됐던 과제이고, 지난해 치러진 총무원장 선거 때도 자승 총무원장을 포함해 모든 후보가 내건 공약입니다. 물론 구체적인 안은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 수렴을 거친 뒤 만들어야겠죠. 제 생각엔 승랍 10년 이상의 스님에게는 모두 투표권을 주는 게 어떨까 싶어요. 요즘은 세속에서도 만 19세가 되면 부모 동의 없이 혼례를 치르는 등 성인으로서 모든 결정을 할 수 있잖아요. 불교 집안도 출가 10년이 지나면 도제, 세속으로 말하면 아들을 둘 수 있거든요. 그 정도 승랍이 되는 분들에겐 종단 대표를 뽑을 수 있는 투표권을 주자는 겁니다.”
▼ 공약사항이라면 총무원에서 실무작업을 하지 않나요.
“올해 초 총무원에서 승랍 20년 이상의 모든 스님에게 투표권을 주는 안을 내놓았어요. 그런데 사회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조계종 종회의원의 출마 기준이 승납 15년 이상으로 돼 있어요. 승랍 20년을 총무원장 선거권 기준으로 한다면 종회의원 중에도 총무원장 투표권이 없는 사람이 나올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총무원이 내놓은 안은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어요. 총무원 측도 뒤늦게 문제를 인식했는지 그 안을 스스로 철회했고요.”
▼ 직선제로 총무원장을 뽑아야 하는 이유는.
“첫째, 안으로는 전 종도가 참여함으로써 정말로 종단 내 대표성 있는 지도자를 뽑자는 겁니다. 그래야 밖으로도 한국 불교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총무원장이 공신력 있는 종교지도자가 될 겁니다. 다수 대중이 참여하면 300여 명이 선거에 참여했을 때와 달리 기득권·세력보다는 도덕성이나 수행력 등이 핵심 이슈가 될 것입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아 우리 스님들도 종도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아닙니까.
둘째, 사회에서도 많이 지적돼 온 돈선거 문제입니다. 사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적은 숫자로 선거를 치르다보니 그간 조계종에선 돈선거, 부정선거 의혹이 끊이질 않았어요. 돈의 힘이 너무 크게 작용한 탓에 역대 총무원장의 권위가 많이 훼손되기도 했고, 종단의 사회적 신뢰도도 추락했습니다. 이제는 그런 상황을 개선할 때가 됐어요.”
▼ 선거의 투명성을 위해 직선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선거가 종책 중심으로 치러질 수 있습니다. 불교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죠.”
처벌, 반성, 용서의 문화

“부끄러운 일이죠. 저도 한때 종단 집행부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고개를 들 수 없을 지경입니다. 하지만 감춘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에요. 지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과감히 도려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종단이 발전할 수 있어요. 그런 모든 문제는 어느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죠. 그래서 삼화도량이라는 종책모임도 만들게 된 거고요. 일각에서는 삼화도량을 ‘조계종의 야당’이라 표현하는데, 그보다는 종단의 자정(自淨)을 바라는 모임이라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 같습니다. 종단 내부에서 우리 스스로의 문제를 지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발생했다고 생각해 만든 모임입니다. 저도 출가 수행자로서 밥값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참여했습니다.”
▼ 현 총무원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삼화도량의 정신은 ‘법과 제도가 문제면 법과 제도를 바꾸자’ ‘우리 의식이 잘못됐다면 우리 의식을 바꾸자’는 겁니다. 그 어떤 조직보다 도덕적이어야 할 불교 종단에서 도박, 폭행 같은 일이 또 벌어져선 안 된다는 거예요. 잘못이 있다면 반성하고 처벌받고 또 용서하자는 겁니다. 총무원장 스님도 저희의 이런 문제 제기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봐요.”
▼ 종단 집행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네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새롭게 출발하면 될 일입니다. 예를 들어 모 사찰의 주지스님은 미국에서 결혼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았습니다. 청정승가를 표명하는 비구종단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인데도 유야무야 지나갔어요. 우리의 정체성을 흔드는 일입니다. 그러고서야 후대 제자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도박 문제를 제기했던 장주스님은 조계종 최고형인 멸빈(滅?·승단에서 추방) 처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도박을 했다는 의혹을 받은 사람들은 버젓이 돌아다녀요. 지난해 조계종 관계자들에게 폭행을 당한 스님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법과 제도가 아무리 좋으면 뭘 해요. 어떻게 지키느냐가 중요한 거죠. 게다가 도박 파문의 경우 최근 법원이 조계종 승려들의 도박 사실을 사실상 인정하는 판결을 했어요. 그렇다면 우리 종단에서도 내부 법으로 투명하고 철저히 조사해서 결과를 발표하고 용서를 빌어야죠. 그래야 사람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죠. 잘못을 반성하고 처벌하고 또 용서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종단이 발전한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