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는 모건 박사와 프랑스 경찰인 델리오 경사의 도움을 받아 프랑스 파리로 먼저 떠난 세 명의 마약운반책을 붙잡는다. 미스터 장은 프랑스로 따라와 약물을 탈취하려 한다. 미스터 장의 부하들과 경찰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진다. 그동안 루시는 모건 박사 일행이 보는 앞에서 약물을 모두 흡수한 뒤 뇌를 100% 활용하게 된다. 그녀는 우주의 비밀을 캐냈고, 실험실 컴퓨터에 자기 스스로를 접속했다. 이어 모건 박사에게 중요 자료를 담은 USB를 건네고 사라진다.
미스터 장이 죽은 후, 모건 박사와 델리오 경사는 루시의 행방을 궁금해한다. 이때 델리오의 휴대전화에 “나는 모든 곳에 있다”라는 루시의 문자가 뜬다.
영화는 모건 박사의 말을 빌려 생명의 비밀, 유전을 통한 지식의 전수에 대해 논한다. 또 철학자 하이데거처럼 존재와 시간의 관계를 언급한다. 이어 인간이 권력과 이익에 집착해왔음을 한탄한다. 이와 관련해 모건 박사와 루시는 지적인 미덕을 지닌 인물로, 미스터 장은 탐욕에 사로잡힌 잔인한 인물로 묘사된다.
“나는 모든 곳에 있다”는 루시의 문자는 오시이 마모루의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1995)의 마지막 대사와 유사하다. ‘공각기동대’에서 구사나기 모토코 소좌는 사이버 세계와 일체화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비슷한 말을 내뱉는다. ‘루시’와 ‘공각기동대’는 디지털 세계로 변해가는 현실 세계에서의 실존(實存)을 고민한다. 다만 ‘루시’에서 여성은 디지털 시대의 약자에서 절대자로 변화한다. 이는 여성성을 문제의 해결자로 제시해온 뤽 베송의 궤적과 맞닿는다.
최민식과 ‘공각기동대’
사실 뤽 베송이 ‘공각기동대’ 장면을 따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제5원소’(1997)에서 생체재생술에 의해 살아난 외계인 리루(밀라 요보비치)는 실험실에서 탈출하기 위해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린다. 이 장면도 ‘공각기동대’에서 모토코가 마천루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차용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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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은 ‘레옹’과 ‘제5원소’에 출연한 게리 올드만과 비교되곤 했다. 미스터 장이 호텔 객실에서 시체를 절단하다가 서서히 걸어 나오는 모습, 부하들에게 신경질적으로 명령을 내리는 모습은 게리 올드만이 ‘레옹’에서 보여준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미스터 장은 게리 올드만만큼 복합적 성격을 담고 있진 않다. 미스터 장은 독특한 내면의 성격을 보여주기보단 그저 짧은 시간 동안 카리스마적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아마 뤽 베송은 최민식의 연기력보다는 그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데 더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형이상학적 실존 문제와 아시아적 특성들을 함께 버무리기엔 90분이라는 상영시간은 너무 짧았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