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된 콘돌리사 라이스 박사(46)다. 국가안보보좌관이라는 직급은 국무장관이나 국방장관보다 아래다. 이 자리는 외교안보담당부서간의 조정역을 맡고 있다. 그러나 그 진정한 힘은 매일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고 중요한 외교 현안을 논의하고 조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래 유럽전문가였던 그녀도 미국의 강력한 안보태세를 강조하는 보수주의자다.
이 가운데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인맥과, 한반도문제를 보는 시각이다. 먼저 한반도 전문가 인맥. 이 인맥은 자연스럽게 차기 주한 미국대사 후보자로 연결된다. 부시 당선자의 인맥 가운데 한반도 문제를 아는 최측근은 아버지 부시의 사람인 해군 4성장군 출신 다니엘 머피(Daniel. J, Murphy)다. 그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레이건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할 때, 부시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머피는 원스타였을 때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보좌관을 하면서 한반도 문제를 연구한 경력이 있고, 평양을 두 번 방문하기도 했다. 머피 전 제독과 부시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부시가 해군 파이로트였던 시절 맺어졌다. 당시 부시 전대통령은 중위였고, 머피는 영관급 장교였다.
이후 부시가 대위로 예편할 때 머피는 이미 제독이 되어 있었다. 머피는 70년대 초 조지 부시가 CIA 국장을 할 때 그의 비서실장을 했다. 이후 그는 줄곧 조지 부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조지 부시가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을 때 그는 바깥에서 선거본부장을 맡았다. 당선된 뒤에는 정부 외곽에서 중국과 한반도 문제에 깊숙이 개입했다. 평양을 두 번 방문한 것은 이 때문이다.
두 번째로 들 수 있는 인물은 앤드류 앤티파스(Andrew F, Antippas)다. 그는 다니엘 머피가 해군 대장 재임시 그의 보좌관을 한 인물로, 다니엘의 측근이자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인맥으로 볼 수 있다. 그는 1992년∼96년까지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총영사를 4년 동안 역임한 경력이 있다. 앤드류 앤티파스 또한 평양을 방문한 경력이 있다.
또 다른 인물은 제임스 줌왈트(James Zumwalt Junior) 제독이다. 해군 투스타 출신인 그는 한국을 수십 차례 방문한 경력이 있다. 주한미국대사보다는 국무부나 국방부에 들어가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부시 당선자의 한반도 인맥 중에 이처럼 해군 출신이 많은 것은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해군 파이로트 출신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담 내용이 궁금하다
또 주한 미국 대사로 거론되는 인물은 헤리티지재단의 에드윈 퓰러(Edwin Fuller) 박사다. 퓰러 박사는 레이건 대통령 당시 미국 국내 문제 보좌관과, 세금개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부시 당선자의 외교안보팀이 그에게 어떤 보직을 원하느냐고 질문하니, 외국 대사를 원한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사 임기가 다한 한국과 일본의 미국대사관에 부임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사람은 아시아태평양정책연구소의 더글러스 폴(Douglas A Pall) 소장이다. 그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당시 국가안보위원회(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경력이 있다. 폴 소장은 한반도 정책 강경파다. 2000년 3월 미 하원에서 페리보고서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을 때, 그는 “클린턴의 대한반도 정책과 페리보고서는 매우 회의적이고 엉터리며, 혼선을 빚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그리고 꼽을 수 있는 인물이 찰스 카트만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 토마스 허바드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 스티븐 솔라즈 전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동아태소위 위원장 등이다.
한국 언론에 많이 보도된 리처드 앨런(Richard Allen)이 부임할 가능성도 있다. 앨런 연구소장인 그는 레이건 대통령 초기에 안보보좌관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80년대 초 레이건과 전두환을 만나도록 하고, 당시 사형선고를 받고 복역중이던 DJ를 미국으로 망명시키는 데 막후 조정역을 한 당사자다. 말하자면 DJ를 풀어주는 대가로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에 전두환 대통령이 참석할 수 있도록 주선한 것이다.
다음은 한반도 문제를 보는 시각이다.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부시 당선자의 외교안보팀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 순안비행장에 도착한 DJ와 김정일이 자동차 안에서 40분동안 벌인 회담 내용이다. 미국은 두 정상의 대화 내용을 세 가지 정도로 보고 있는데 그 중 두 가지는 이미 풀었다는 것이다. 그 첫째는 김정일 위원장이 DJ에게 한 부탁이다. 이 부탁은 DJ가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주선해달라는 것이었는데, 무산되었다. 두 번째는 일본의 모리 총리가 평양을 방문하도록 노력하자는 것이었는데, 이 또한 성사되지 않고 있다. 클린턴과 모리 총리의 방북은 둘 다 공화당 반대로 수포로 돌아갔다. 공화당이 이를 반대하고 나선 것은 북한의 미사일과 핵위협을 확실하게 제거하기 전에는 방문할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었다.
미국은 자동차 회담의 마지막 논의를 주한미군 문제로 보고 있다. 따라서 부시 당선자의 외교안보팀은 김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할 때 주한미군과 관련해서 중대 발표를 할 것으로 보고있다.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불발된 이후 대북 문제를 다루는 주도권은 부시 진영으로 넘어갔다. 부시 행정부에서 새롭게 등용된 국무부, 국방부의 최고위급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군사안보 전문가들이다. 리처드 아미티지, 폴 월포위츠(국방부 부장관 지명), 제임스 켈리, 로버트 메닝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민주당 집권 8년 동안 대학과 연구소, 의회 등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연구와 분석을 계속했다. 그래서 때로는 외회보고를 통해, 때로는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하여 끊임없이 민주당의 외교정책을 문제삼았다.
부시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은 아마 2∼3개월 뒤면 구체적으로 나올 것이다. 이는 아마 김대중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할 즈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방문과 관련해서 DJ는 연두기자회견에서 3월쯤 미국을 방문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아직 부시 행정부에서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부시 행정부는 아직 한국 정부 문제를 우선 순위에 놓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현재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분야는 러시아와 북한이다. 이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영광을 되찾자며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도 곧 러시아를 방문할 계획이다. 물론 과거 냉전시대처럼 북한과 러시아가 동맹을 맺어 미국과 일본에 대항하는 축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새로 출발하는 부시 행정부로서는 눈에 거슬리는 움직임이다. 그래서 부시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앞서 언급한 대로, 과거 옐친 시대부터 있었던 대러시아 경제지원을 끊을 가능성이 크다. 돈줄을 끊어 푸틴의 발목을 잡겠다는 계획인데, 이를 가시화하는 방법은 미 정부의 대외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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