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호

부실회계 근절을 위한 투명성 확보 방안

<회계제도>

  • 김일섭 (한국회계연구원장)

    입력2005-04-15 1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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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계·자금의 투명성이 결여된 기업에 대하여 불이익이 돌아가고 기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시장압력이 작동해야 한다.
    지난 1997년에 있었던 한보철강과 기아자동차의 부실회계 사건에 이어 회계분식에서 세계기록을 경신한 대우그룹 12개 계열사의 분식회계금액은 1999년 8월 현재 총 22조9000억으로 판명되었다.

    동아건설이 1998년에 정리한 과거 10년간의 회계분식 금액 역시 7140억원에 달했다. 1999년 말 현재 금융권의 잠재적인 부실채권 규모도 정부가 발표한 91조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의 추정금액 간에는 20조원에서 60조원까지 차이가 난다.

    금융기관마다 부실채권의 판정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국가채무의 규모와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IMF기준 국가채무 간에도 무려 288조원에서 470조원까지 차이가 난다. 4대 책임준비금 부족액 200조원이나 국가보증채무 98조원 등에 대한 회계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 정부가 제정하던 기업회계기준의 신뢰도도 비슷한 처지다.

    외화평가손익의 회계처리방법은 1974년 이후 1998년까지 일곱번 변경됐으며 유가증권의 평가방법 역시 열한 번이나 바뀌었다. 또한 1997년 말에 기업회계기준을 변경하여 이연한 약 20조원에 달하는 환차손을 1999년 결산시 자산재평가적립금과 상계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기업들의 성과가 과대포장돼 경기회복의 평가에 착시현상을 일으켰다. 당연히 우리나라는 회계정보의 투명성이 극히 낮은 사회로 평가되었고 그 결과 국가신용도와 기업들의 주가에서 상당한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렇게 대형 부실회계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사회현상은 일반적으로 환경의 자극에 대한 개체들의 반응이 집합되어 형성된다. 우리나라 회계의 수준 역시 회계 정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수요에 공급이 어울려 만들어진 결과다. 우리나라는 신뢰성 있는 회계정보에 대한 진정한 수요가 거의 없었던 사회다.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지배하고 경영의 전권을 행사하는 대주주는 기업의 내부정보를 독점하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신뢰성 있는 회계정보가 필요 없었다.



    이러한 대주주의 권세에 눌려 무력감에 빠진 소액주주들은 단기이익에만 집착하여 거짓이라도 좋으니 많은 이익을 보고받기를 원했다.

    기관투자가들의 투자결정 역시 회계정보의 신뢰성을 판단기준으로 하지 않았고 금융기관의 대출결정도 기업의 재무건전성이나 상환 능력의 평가보다는 담보나 청탁 압력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소위 관계대출이나 이름대출이 주를 이루다 보니 기업의 실상이 담긴 재무제표가 반가울 리 없었고 그럴듯하게 포장된 재무제표만이 필요했다.

    부실회계의 원인

    정부 역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세금을 기대치보다 적게 내면 세무조사를 하였고 국고가 모자라면 기업체별로 세금을 할당하기도 했다. 주주의 의뢰를 받아 외부의 이용자들을 위하여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확인하는 것이 외부감사인의 역할인데 회계정보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이렇다 보니 엄격하고 철저한 감사를 하는 감사인일수록 환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부실회계의 직접적인 원인은 몇 가지 요인으로 구성된다.

    첫째, 기업회계기준의 제정권이 정부에 있다 보니 정부의 정책목적에 따라 국제적 정합성이 없는 회계기준이 양산되고 빈번한 기준의 변경을 통하여 기준 자체의 신뢰성과 유용성이 훼손됐다.

    둘째, 재무제표를 직접 작성하는 상당수의 기업들도 기업회계기준을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의도적으로 부실과 부정을 은폐하고 조작하기도 했다.

    셋째, 외부감사인도 감사인의 임면에 대한 경영진의 절대적인 영향력, 감사인 간의 과다한 수임 경쟁, 그리고 감사인 내부의 위험관리와 품질관리시스템의 미비에 따라 제대로 감시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외부감사인의 기능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극히 낮았던 환경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회계감사의 실무 수준이 회계감사기준의 수준과 점점 괴리되었고 기업회계기준 역시 기준과 실무의 격차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벌어졌다.

    넷째, 고품질 회계정보의 외부품질관리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와 윤리기능, 금융감독기구의 감리와 징계기능, 금융기관을 비롯한 시장의 평가기능, 회계정보의 이용자에 의한 소송기능 등이 미흡하여 기업과 외부감사인에 대한 외부의 감시와 견제 기능도 작동되지 않았다.

    회계의 신뢰도 제고의 기본방향

    우리나라 기업들의 회계의 신뢰도와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선의 기본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의 경영성과에 관계없이 전년대비 일정률 이상의 납부세액 증가나 일정금액 이상의 납세액을 무조건 강조하는 과세당국의 자세, 손실이 나면 무조건 대출을 회수하거나 신규여신을 중단하려는 금융기관의 후진적인 여신관행 및 비자금에 대한 수요가 상존하는 기업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

    둘째, 기업지배구조의 개혁을 통하여 기업내부에서 경영진의 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셋째, 회계·자금과 관련된 부정·비리·범죄에 대한 법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 기업에 팽배한 비자금, 이중장부, 허위서류와 증빙, 가짜영수증, 허위계약, 허위거래, 재무제표 분식을 포함한 허위정보 공시 등은 기업환경의 개혁 없이 일시에 없어질 수는 없겠지만 이들 행위 자체를 중대한 범죄행위로 보는 시각이 관련제도와 법률에 반영되어야 한다.

    넷째,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외부에서 감시하는 역할이 맡겨져 있는 외부감사인들이 독립적·전문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환경과 구조가 구축돼야 한다. 여기에는 직업윤리규정, 직업윤리교육, 감사인의 자체 품질관리시스템 및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직업윤리준수 감시활동의 강화 등이 포함된다.

    또한 외부감사인의 선임과정에서 경영진의 영향력이나 외부의 압력이 행사될 수 없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며 자신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감사인들이 감사인 선임이나 변경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다섯째, 회계·자금의 투명성이 결여된 기업에 대하여 불이익이 돌아가고 기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시장압력이 작동해야 한다. 손해배상 소송의 증가, 소액주주의 활동 강화, 채권자와 금융기관의 신용조사와 평가기능 강화, 기관투자자들의 투자기준 강화 및 사법부의 판결기준의 변화 등이 요구된다.

    기업회계기준의 국제화는 한국회계연구원·회계기준위원회의 출범으로 본격화되어 2002년 말까지는 기업회계기준의 국제화가 일차적으로 완성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기업회계기준에 관한 한 이제 남은 과제는 기업회계기준의 충실한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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