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향(芳香) 식물에서 추출한 오일을 코로 맡거나 피부에 바르면 질병치료 효과가 있다는 아로마요법(향기요법). 이 분야 선두주자인 영국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권 사람들 사이에 최근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는 자연의학이다. 국내에서도 정신과·이비인후과·산부인과·성형외과 등의 개업의들이 환자 치료용으로 채택할 정도로 뛰어난 효과가 있다 한다. 국내외 아로마테라피스트(아로마 치료사)들을 직접 만나 그 허실을 살펴보았다.
1928년 처음으로 현대의학적 치료개념으로서의 아로마테라피(Aroma Therapy, 아로마요법 혹은 향기요법)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 여성 화학자는 라벤더 꽃에서 추출한 오일이 화상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확인한 후 일생을 천연오일의 치료효과 연구에 바쳤다. 그 결과 각종 방향성(芳香性) 식물의 잎, 꽃, 줄기, 뿌리, 씨앗 등에서 추출한 오일을 증류법(distillation)으로 걸러낸 순수 오일(essential oil, 정유)의 경우 소독, 살균, 진정, 소염 등의 효능이 있음이 밝혀졌다. 그래서 이름도 ‘아로마(방향)+테라피(치료)’라고 붙여졌다.
물론 민간요법으로서의 향기요법은 고대 이집트왕조 시기까지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2000년경에 제작된 파피루스엔 “좋은 정유와 훌륭한 향수, 그리고 사원의 향내, 이것들을 신들이 매우 즐긴다”고 씌어 있고 아로마 오일을 추출하는 장면과 이집트 왕인 파라오가 향기요법을 즐기는 장면을 묘사한 벽화들도 발견된 바 있다. 고대 인도와 중국에서도 유물과 문헌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아마도 고대인들은 식물에서 추출한 오일의 효능을 경험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역사가 오래된 아로마요법은 14세기경 유럽지역에 창궐한 페스트의 전염을 억제하는 데 널리 사용되기도 했는데, 21세기 미국에서 발생한 세균테러 방지에도 이 요법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지는, 최근 미국의 조지타운대 메디컬센터의 해리 프로스(Harry G. Preuss) 박사에 의해 피자 맛을 살리기 위해 쓰이는 오레가노(Oregano) 오일이 탄저병균 등 생화학적 무기로 사용되는 세균에 강력한 효과가 있음이 쥐실험을 통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오레가노는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독미나리의 독을 중화시켜주는 해독약으로 사용돼 왔으며, 강장·이뇨·식욕증진·살균작용 등도 있다고 알려져 차나 목욕제 등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가장 오래된 전통요법 중 하나인 아로마요법이 21세기 첨단의학이 세상을 석권한 요즘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기술 이전
아로마테라피의 발전사를 살펴보면 또다른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현대 치료의학적 개념의 아로마요법은 프랑스가 종주국이지만, 현재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아로마요법 치료기술면에서는 영국이 선두주자라는 것이다. 영국 아로마스쿨(The Academy of Aromatherapy and Massa-ge) 교장이자 국제적 아로마테라피스트(아로마요법 치료사) 조직인 ISPA(The International Society of Professional Aromatherapists) 집행위원인 앵거스 윌리엄슨(Angus Williamson)의 말.
“프랑스에서는 의사만이 아로마테라피스트가 될 수 있고 여러 오일들을 먹는 약으로 처방하다보니 아로마요법이 널리 전파되지 못했다. 반면 아로마요법 개발자인 모리스 여사가 영국에 아로마요법을 보급할 때는 코로 흡입하는 법, 마사지로 피부에 흡수시켜 주는 법 등을 알려줌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당시 일부 의사들은 피부에 그런 흡수성이 있다면 비가 올 때마다 우리 몸은 물로 가득차 버릴 것이라면서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임상을 해보면 마사지에 의한 아로마요법이 다른 방법보다 효과가 크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그러다보니 영국이 아로마요법 기술면에서는 앞서갈 수 있었다.”
말하자면 아로마요법의 전법(傳法)제자는 프랑스가 아닌 영국이라는 주장. 실제로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채택되고 있는 아로마요법 치료기술은 영국 방식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 9월 하순 영연방국가인 호주 브리즈번을 방문한 길에 영국식 아로마요법을 가르치고 있는 칼리지(단과대학)를 찾아가 보았다. 1975년에 설립돼 26년의 역사를 가진 ACNM(The Australian College of Natural Medicine)대학이 바로 그곳. 브리즈번뿐만 아니라 골드코스트, 멜버른, 복스힐 등 4곳에 캠퍼스를 갖춘 ACNM은 호주에서 가장 뛰어난 자연의학대학이라고 현지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 대학은 이미 자연의학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들에게도 꽤 알려진 듯했다. 아로마요법을 배우고 싶어하는 한국인 유학생들을 ACNM에 연결시켜주는 브리즈번의 코아교육정보(CORE education service, www.coreedu.ce.ro) 김성재 과장은 “지금까지 수십 명의 한국 학생들이 이곳에서 아로마테라피스트가 되기 위해 코스를 밟았고, 지금도 3명의 한국인들이 유학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에서 아로마요법을 공부한 뒤 아로마테라피스트가 된 김영채(39)씨의 말.
“2년 과정의 디플로마(diploma)를 마치면 자동적으로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 아로마테라피협회에 등록돼 아로마테라피스트로 인정받는다. 아로마테라피스트도 등급이 있는데, 영국이 주관하고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이 이를 따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아무튼 이 대학에서는 아로마요법뿐만 아니라 침요법, 동종요법, 약초&영양요법, 마사지요법, 운동요법 등 서구에서 개발된 다양한 자연의학요법 과정이 개설돼 있다. 이 대학에서 아로마요법을 강의하고 있는 교수이자 아로마테라피스트인 트레시 윌슨(Therese Wilson) 여사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 호주 사람들은 아로마테라피를 비롯해 마사지, 침, 동종요법 등 자연의학 요법에 매년 10억 호주달러(약 6000억원)를 쓰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그 규모는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이중 아로마요법은 비정상적이라 할 정도로 붐이 일고 있다. 이는 아로마 오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가 코로 오일 향을 맡거나 목욕탕 물에다 아로마 오일을 몇방울 떨어뜨려 사용하는 등으로 집에서도 손쉽게 요법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로마요법 부작용도 있다
그러나 트레시 윌슨 교수는 무분별하게 아로마요법을 사용하면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증상을 병원에서 정확하게 진단받은 뒤 아로마테라피스트와 상의해 질환에 맞는 아로마 오일을 처방받아야 한다. 그런 절차 없이 머리가 아프니까 어떤 오일이 맞을 것이라고 스스로 결정하고서는 아로마숍에서 오일을 구해 사용했다가는 알레르기나 경련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호주의 경우 여러 아로마 오일을 패키지로 사용하려 할 때는 아로마테라피스트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한 오일만 낱병으로 살 때는 아무런 규제가 없어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면서 그녀는 기자에게 한국의 경우는 어떠냐고 물었다. 한국에서는 아로마 오일이 화장품 같은 개념으로 취급돼 사용하는 데 아무런 규제나 제재가 없다고 대답했더니, 그녀는 깜짝 놀라면서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들려주었다.
얼마전 ACNM에서 아로마테라피 디플로마 과정을 밟고 있는 여학생이 있었다. 각각의 아로마 오일과 그 효능을 교과서를 통해 익힌 그 여학생은 남자를 사귈 목적으로 남성을 유혹하는 효능이 있다는 오일을 몸에 몰래 바르고 다녔다. 그러나 남성의 이목을 끌지 못하자 그녀는 오일이 약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나름대로 여러가지 오일을 섞어가며 양을 갈수록 늘려갔다. 기숙사 방에다 오일향이 나는 초를 늘 켜두고, 시시때때로 오일 목욕을 하고, 또 몸에 바르고 다녔다. 그래도 남성을 사귀지 못하자 그녀는 우울증과 오일 중독증에 걸려버렸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트레시 윌슨 교수가 그 여학생의 기숙사 방을 찾았더니 오일향이 얼마나 강했던지 머리가 핑 돌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 여학생이 사용하던 모든 오일을 수거하고, 3∼4일 깨끗한 공기를 마시면서 지내게 했더니 증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 여학생의 경우 여러가지 오일 성분을 섞을 경우 어떤 효과와 부작용 등이 생길 수 있는지에 대한 응용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트레시 윌슨 교수의 이어지는 말.
“일반인들로서는 오일 향을 맡거나 오일을 몸에 바른다고 해서 무슨 큰 효과가 있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고, 또 아로마테라피를 향 냄새 맡는 법 정도로 이해해 화장품처럼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그러나 여러 임상을 거친 결과 오일의 효과가 인체에 상당히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나므로 의학적, 치료적 관점에서 아로마요법을 대해야 한다.”
이를테면 아로마 오일 효과 가운데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상처를 아물게 하는 힘이다. 카렌둘라나 라벤더 오일은 그 효과가 매우 강력하므로 바르기 전에 상처가 난 피부를 깨끗이 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여 상처 속을 제대로 소독하지 않고 오일을 바르면 이물질이 든 상태에서 상처가 아물 정도로 뛰어난 치유력을 발휘하기 때문.
그렇다면 아로마 오일은 어떻게 인체에 작용하는 것일까. 아로마 전문가들은 오일이 인체에 작용하는 면을 대체로 3가지로 분류해 설명한다. 오일이 인체에 흡수돼 호르몬 또는 효소계통 등과 반응해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약리학적 작용, 오일이 인체에 작용해 진정 또는 상승을 일으키는 생리학적 작용, 그리고 오일을 후각적으로 흡입했을 경우 그 향에 반응을 나타내는 심리학적 작용이 그것이다.
또 아로마요법에 사용되는 오일은 증류법을 거친 정유 즉, 에센셜 오일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고 한다. ▲입자가 매우 미세해 체내 화학계통과 직접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방에 잘 용해되므로 각종 지방질을 통해 체내에 잘 흡수돼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고 ▲때때로 중추신경계와 같은 지방이 풍부한 조직으로 쉽게 도달, 뇌의 특정영역을 자극해 치료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풀이하자면 아로마 오일은 향취라는 후각적 자극이나 마사지처럼 피부에 바르면 바로 침투해 인체 전체나 특정 기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아로마요법 연구가인 영국의 존 스틸 박사는 흥미로운 실험을 한 바 있다. 뇌파를 이용하여 아로마 향기 치료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오렌지·재스민·장미 등의 향은 뇌를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며, 로즈메리·후추 등의 향은 뇌를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아로마 에센셜 오일은 일반 화학약품에 비해 몸에 축적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정상인의 경우 평균 3∼6시간, 비만한 사람이나 환자의 경우 14시간 정도면 오일이 배출되므로 매우 안정성이 있다는 것이다. 트레시 윌슨 교수의 말.
“오일의 이런 특성 때문에 아로마요법은 꾸준히 장기적으로 사용할 때 목적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사실 몸에 통증이 있을 때 아로마 오일보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항생제를 한 알 먹는 게 통증을 가라앉히는 데는 더 빠르다. 그러나 항생제는 몸의 통증을 없애주는 효과는 있으나 인체 면역력 저하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 반면 아로마요법에서는 특정 부위의 통증이라 하더라도 인체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고 몸의 균형 상태를 바로잡아 면역력을 강화시켜줌으로써 인체 스스로가 통증 등 질환을 물리칠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치료 목표를 두고 있다. 따라서 이 요법을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몸의 면역력이 강화돼 질병을 막을 수 있으므로 예방의학적 측면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ACNM 출신의 아로마테라피스트로서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박진희씨 역시 비슷한 얘기를 펼친다.
“아로마요법은 본격적인 질병 치료 개념보다는 질병 치료의 보조적 요법 혹은 예방의학적 요법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아로마요법을 병행할 경우 한쪽만 받는 것보다 그 치료 효과가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또 지속적으로 아로마 오일을 사용하다보면 질병 예방 효과가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뉴질랜드에서도 아로마테라피를 가르치는 대학이 몇 군데 있는데, 이곳 사람들도 아로마요법 등 자연의학에 매우 관심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아로마요법을 병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안정성 있고 부드러운 치료법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박진희씨는 아로마요법이 아직도 발전 단계에 있는 자연의학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질병에 따라 아로마 오일 처방을 다룬 교과서들이 많지만 교과서에 기재한 대로 처방해 보면 30% 정도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는 것. 그만큼 아로마 오일 치료법은 아직도 많은 임상자료를 축적해야 하는 단계에 있다는 뜻이다.
원산지마다 오일 효능 차이 있다
또 같은 질환이라도 사람에 따라 처방을 달리 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아로마테라피스트의 전문적 지식과 자질도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참고로 박씨는 자신의 임상경험을 한국인들과 나눠갖기 위해 인터넷(www.xpert.co.kr) 동영상 강의를 하고 있다 한다.
내친김에 기자는 브리즈번에서 자동차로 3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바이런베이(Byron Bay)의 아로마 오일 제조공장을 들러보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인 바이런베이 해변을 중심으로 서너곳의 오일제조 회사들이 있었다. 이중 호주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로 아로마 오일을 수출한다는 선스피리트(Sunspirit)사를 방문했다. 마치 단독주택처럼 꾸며진 아담한 공장 내부로 들어섰더니 아로마 오일 향이 코를 찔러왔다. 공장을 안내한 회사 관계자는 아로마요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에센셜 오일의 질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아로마 오일 재료의 원산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라벤더(Laven-der)는 호주 남동부의 섬 태즈메이니아산(産)이나 프랑스산을 제일로 치고, 로즈(Rose)는 불가리아산이 제일 좋아 값도 무척 비싸다. 샌달우드(Sandalwood)는 인도산을 우선으로 꼽는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국내산보다 품질이 좋은 아로마의 경우 그 원액을 수입해 이곳에서 증류해 오일을 생산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는 또 호주에 아로마제조 공장이 많은 것은 질좋은 아로마 오일이 호주에 많기 때문이라고 나라 자랑도 덧붙였다. 이를테면 라벤더뿐 아니라 2차세계대전 때 군용 소독약으로 널리 쓰인 티트리(Tea Tree),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인 코알라의 주식인 유칼립투스(Eucalyptus)는 오직 호주에서만 생산되는 대표적인 아로마 오일이라는 것이다.
아로마 오일은 원산지뿐만 아니라 순수성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아로마 오일 업계에서는 오일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경제적 이익만을 노린 사람들이 순수하지 않은 오일을 판매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다. 문제는 순수하지 못한 오일을 사용할 경우 그 치료효과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에센셜 오일 시장은 식품업계와 화장품업계, 향료업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업계의 경우 오로지 맛, 성분, 냄새가 주목적이므로 이 요건만 충족되면 오일의 순도를 따지지 않고 값싼 오일을 찾게 마련. 따라서 이들 업계에 오일을 공급하는 회사들 중 일부는 비싼 오일에다 비슷한 냄새와 색깔을 가진 싸구려 오일을 첨가하거나 오일 속에 잔류성분을 일부러 많이 남겨 부피를 늘리는 방법으로 값싼 오일을 납품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당연히 이들 제품이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아로마테라피 쪽으로 유입될 경우 사용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각광받는 국내 향기산업
이 부분은 비단 먼나라의 얘기만은 아닌 것 같았다. 이미 한국에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아로마 오일을 파는 숍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고, 검증되지 않은 오일들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화장품 등 미용개념으로 접근한 아로마 오일 제품들에 이어 아파트에 천연 향기발생시스템을 설치한 ‘향기나는 아파트’와 ‘향기나는 금속’까지 선보일 정도로 향기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의학적 치료개념으로서의 아로마요법이라고는 볼 수 없다.
대신 몇몇 의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아로마학회가 치료면에서의 아로마요법 대중화를 이끌고 있고, 영국 캐나다 일본 등 해외의 아로마요법 단체들과 연계한 국내 사설단체들이 소규모로 이 요법을 보급하고 있는 중이다.
의료권 의사들이 이끄는 학회로는 한국아로마테라피협회(회장 오홍근), 한국아로마협회(회장 김삼), 바이오벨아로마테라피학회(회장 손영호), 대한향기의학회(회장 조성준) 등을 꼽을 수 있고 한의사들의 모임인 한의자연요법학회(회장 손숙영)도 아로마테라피를 보급하고 있다.
이들 학회에서는 아로마요법을 통한 임상 논문을 지속적으로 발표, 치료개념으로서의 아로마요법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한다. 가장 최근의 논문으로는 김삼 박사(김삼성형외과 원장·한국아로마협회장)가 지난 11월 중순 일본에서 열린 국제아로마대체요법 학술세미나에서 발표한 임상실험 논문을 꼽을 수 있다.
김박사는 경희대 의대 생화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실험한 결과 사이프러스(Cypress), 파인(Pine), 로즈메리(Rosem ary), 제라늄(Geranium), 오렌지(Orange) 같은 에센셜 오일이 과산화수소수로 인한 산화스트레스(활성산소, 유해산소)를 감소, 억제하는 기능이 있음이 밝혀졌다고 말한다.
산화스트레스는 인체내 세포를 파괴해 다양한 피부질환 및 노화의 원인이 되었다는 게 최신 현대의학의 이론이고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물질들을 찾기 위해 의사들이 부심하고 있다. 그러니 아로마 오일이 그것을 방지하는, 항산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세계 처음으로 밝혀냄으로써 김박사는 일본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세계 아로마테라피스트들로부터 커다란 주목을 받을 수박에 없었다.
김박사는 아로마 오일이 21세기 신산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 ‘아베쎄나(Avecena)’라는 아로마테라피 화장품을 이미 개발, 바이오 벤처기업인 샘즈바이오(대표 이계웅)를 통해 국내 및 선진국으로 수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한다(www.koreaaroma.org).
이외에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산부인과 박지현 교수팀은 최근 초산모 100명을 대상으로 아로마 ‘향 분만법’을 시도한 결과 평균 분만시간을 6시간으로, 일반분만에 비해 1시간30분 정도 줄였다고 밝혔다. 또 44%의 산모가 “진통 경감효과가 있다”고 답했으며 83%가 “다음 출산에도 향 분만을 하겠다”고 답해 그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로마요법에 대한 활발한 임상연구와 함께 여러 종류의 아로마 오일을 독특한 비법으로 제조해 환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의사도 있다. 정형외과 전문의 손영호 박사(바이오벨아로마테라피학회장, 02-720-5409)가 그 주인공.
“전세계적으로 아로마 오일의 성분 분석 결과 질병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교과서대로 처방한 아로마테라피 제품들이 엄청나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환자 임상치료에서는 만족스러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이 때문에 아로마요법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도 적잖다.
그래서 지난 5년간 이런 단점들을 연구하고 분석해본 결과 각종의 오일에 대한 배합비율이 관건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 학회에서는 나름대로 독특한 처방법을 연구해 환자 치료에 적용해본 결과 뛰어난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었고, 현재 완제품까지도 내놓았다.”
바이오벨학회 측에서 개발한 아로마테라피 제품을 사용해본 환자들의 반응은 실제로 어떠한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손박사팀이 제조한 ‘엘리사’라는 아로마오일을 사용해본 이모(25·여성)씨의 체험담.
“나는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해 몸이 거의 망가진 상태였다. 식사를 거의 하지 않고 하루에 7시간 이상 운동을 한 결과 몸무게가 38kg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심한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여성으로서 매우 중요한 생리가 완전히 멎어버렸고, 음식을 소화시키지도 못하고, 잠도 오지 않아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다. 1년 동안 생리가 전혀 없어 산부인과 병원을 찾아갔더니 검사 결과 평생 동안 임신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엄청난 결과도 나왔다.
병원에서는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해서 고민하고 있던 차에 손박사의 아로마 오일이 생리 현상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을 듣고 제품을 구입해 사용해 보았다. ‘엘리사’라는 오일을 하복부에 골고루 발라주는 식으로 아로마요법을 꾸준히 한 결과 얼마 지나지 않아 멈췄던 생리가 시작됐다. 그후 자신감을 얻어 꾸준히 치료를 받았다. 지금은 몸무게가 50kg이나 되고 몸 상태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씨가 사용한 ‘엘리사’라는 오일 제품은 월경 불규칙, 생리 불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임의 치료제로 개발한 것이라고 손박사는 밝혔다.
장영이비인후과의 장영 원장은 손박사팀이 개발한 ‘에피젠’이라는 아로마 오일을 초등학생 환자에게 투여한 결과 놀랄 만한 효과를 거두었다고 밝힌다. 에피젠은 피부 상처, 당뇨성 족부궤양, 수술 상처 등에 바를 경우 빠른 치유효과를 거둘 수 있는 오일이라고 한다. 장원장의 말.
“우리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 중에 싸우다가 고막이 파열된 초등학생이 있었다. 8개월간 온갖 방법을 시도해도 파열된 고막이 아물지를 않았다. 학회에서 만난 손박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상처 치유 오일이 있으며 부작용은 전혀 없다는 말을 들었다. 즉시 손박사로부터 그 오일제품을 구해 환자에게 투여해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단 3~4일 만에 환자의 고막이 아물기 시작하면서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외에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오일 치유 체험담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성의 눈가에 생긴 주름살을 제거해준다는 ‘핑크드럽’ 오일을 사용해본 이모(38·교사)씨는 눈가 주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말했고, 그 남편은 부인이 효과를 거두는 것을 보고 ‘젠스’라는 남성 주름살 제거 오일을 사용하고 있었다. 여드름 치료제로 개발된 ‘마리안니’ 오일을 사용한 이현경(25)씨는 어떤 연고제로도 잘 듣지 않던 여드름이 깨끗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갱년기 증후군을 앓아온 유명희(51·여)씨는 ‘페이스 쿨’이라는 오일 제품을 사용해 효과를 거두자 자신의 지병인 가슴앓이를 없애주는 ‘평온의 샘’이라는 오일도 사용해 거의 완치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작 놀라운 효과를 거두는 아로마 오일 제품을 개발한 손영호 박사는 아로마 오일은 매우 주의깊게 다뤄야 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로마 오일이 일반 의약품으로 잘 낫지 않은 질환을 치료해 낸다는 것은 그만큼 그 위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일반인들이 멋모르고 함부로 사용했다가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정도의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아로마 전문가와 상의한 뒤에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예를 들어 기억력 및 정신집중에 도움을 준다는 페퍼민트(Peppermint)는 산모가 수유할 때는 절대 피해야 할 오일이고, 파인이나 로즈메리는 고혈압이 있는 환자들이 사용해서는 안되는 등 특정질환의 환자들이 사용했다가는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손박사는 에센셜 오일은 고농도로 농축된 것이기 때문에 코로 향기를 맡는 용도를 제외하고 피부에 바를 때는 캐리어 오일(carrier oil)과 섞어서 사용해야 하는 등 꼭 지켜야 할 점이 있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이렇게 주의할 점을 지키고 오일을 사용할 경우 매우 만족할 만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영연방권과 국내의 아로마 전문가들을 만나본 결과 아로마테라피가 21세기 새로운 대안의학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그러면서도 너무 빨리 ‘아로마 열풍’이 부는 게 아닌지 하는 걱정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