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속기공의 열네 가지 동작을 천천히 취하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두 시간. 시원한 계곡에서 수련했는데도 끝나고 나니 이마와 온몸에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하지만 숨은 전혀 가쁘지 않았다. 온몸을 구석구석 틀어주어서 그런지 개운했다.
일본 아사히TV가 기공과 관련해서 굳이 한국을 찾은 것은 일본에는 양씨만한 고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양씨는 국내 방송가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다. 방송 3사의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장풍을 여러 차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방송 PD들이 기와 관련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면 으레 그를 출연시켜 ‘양PD’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그는 국내 단체나 기업체에 출강해서 기공을 가르쳤다. 그에게 기공지도를 받은 유명인사는 이종찬 전국정원장, 박봉환 전동자부장관, 정호선 국회의원, 윤병철 전하나은행장, 김현종 WTO법률자문관, 표재순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국악인 김영동씨, 가수 장사익·이선희씨 등 수없이 많다.
양씨는 1992년 기공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TV에 출연해서 운기방사(장풍) 공개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이때 그는 세 명의 중국 기공사를 만나 대결을 벌였는데 양씨가 세 명을 한번에 넘어뜨리자 중국인들은 그를 ‘기공대사’라 칭했다.
양씨는 기공 말고 무술에도 일가견이 있다. 18세 때 무술을 연마하기 위해 입산한 후, 공인받은 무술만 태권도 5단, 불무도 7단, 활기도 7단, 합기도 7단, 십팔기 5단, 쿵푸 4단 등 총 35단이다. 그러나 22세에 만난 스승 무신 스님이 “하늘에 대고 발차기를 하면 뭐하고 손으로 바위를 부순들 어디에 쓰겠느냐. 호흡이나 잘 다스려라”고 하는 말을 듣고부터는 기공과 명상에 전념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수십 년의 수련을 거치던 중 농부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토속기공을 창안했다.
농부들은 하루종일 벼를 베고 도리깨질을 해도 지칠 줄 모른다. 양씨는 이는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천천히 일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팔, 다리, 허리 운동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천천히 호흡만 맞추면 그 자체가 완벽한 기공이다. 이를테면 도리깨질 동작은 변비와 몸통 군살제거, 물레 돌리기는 어깨군살 제거, 노 젓기는 간기능 강화와 요통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실제로 양씨는 KBS ‘제3지대’를 통해 밥을 마음껏 먹으면서도 출연자들의 살을 4일 만에 4kg씩 빼주어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지난 8월5일 기자는 소문난 장풍도사 양운하씨의 기공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강원도 정선군을 찾았다. 양씨는 현재 강원도 정선군 남면 유평2리 190번지에 있는 기림산방(氣林山房, 033-591-5469, 9093)에서 김종수 소장과 함께 교육생을 가르치고 있다. 양운하씨가 기림산방의 김종수 소장을 만난 것은 1999년으로, 만난 자리에서 두 사람은 의형제를 맺었다. 한마디로 의기투합한 것이다. 두 사람이 통할 수 있었던 것은 두한족열(頭寒足熱: 머리는 차갑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한다)이라는 건강법을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종수 소장은 몸이 차가워지는 원인과 몸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양운하씨는 기공을 가르친다. 정규교육 일정은 4박5일인데, 이 기간 동안 교육생들은 한여름에도 더운물만 마셔야 한다.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기림산방의 김종수 소장은 사람이 병 들고 죽음에 이르는 근본 원인을 몸이 차가워지는 데 있다고 본다. 그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머리를 차갑게 하는 것이 건강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즉 몸이 따뜻하면 기운이 있어 순환이 잘 되고, 또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것이다. 암환자들의 몸은 차갑다. 정신질환자, 치매, 중풍환자도 마찬가지다. 노인들은 더운 여름에도 몸이 차가워서 두꺼운 이불을 찾는다. 즉 병들고 늙어가는 사람들은 모두 몸이 차갑다. 특히 아랫배가 순환되지 않고 차갑게 굳어 있다. 그러나 김소장은 몸이 따뜻한 사람들은 기운이 있고 나이보다 젊게 보이고 인생을 고통없이 깨끗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김소장이 교육생들에게 더운물을 권하는 것은 배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다. 배가 따뜻해지면, 자연히 발이 따뜻해지고, 하체가 따뜻해지면 머리는 저절로 차가워진다는 것이다.
이 기림산방은 서울에서는 기차로 가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오전 10시에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오후 2시께 증산역에서 내려 간이열차로 갈아타고 별어곡역에서 내리면 된다. 해발 800m 정도의 산중턱에 있는 기림산방은 별어곡역에서 3km 정도 떨어져 있다.
30℃가 넘는 폭염 속에 산길을 1시간30분쯤 오르니 첩첩산중에 화전민 집이 서너 채 눈에 들어왔다. 공기는 드맑았다. 구슬같이 맑은 계곡물이 졸졸졸 흐르고, 산비탈 밭에는 고추, 호박, 토마토, 옥수수, 배추 등 갖은 작물이 뜨거운 태양 아래 무럭무럭 자라는 곳. 기림산방이었다.
흐르는 땀을 얼음같이 찬 계곡물로 씻은 뒤, 계곡에 걸쳐 지은 원두막에 올라섰다. 기공을 배우러 온 고려대 민용태 교수 일행과 양운하씨, 김종수 소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뙤약볕에 1시간30분 가량 산행을 한 취재팀에게 김종수 소장은 더운물과 삶은 감자를 권했다. 더위를 식혀 줄 시원한 얼음물을 기대했건만 삼복더위에 더운물이라니. 하지만 그런 대로 먹을 만했다. 가쁜 숨이 잦아든 뒤, 계속해서 더운물을 마셨다. 몸이 따뜻해져왔다. 그런데 더워서 땀을 흘리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뱃속에서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순환이 잘 되는 기분이었다. 김소장은 더운물을 마실 때 두 손으로 마시라고 주문했다. 다도(茶道)에서 찻잔을 두 손으로 들게 한다. 두 손으로 마시면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면서 기운이 뱃속에 찬다는 설명이었다. 한 손으로 마시다가 두 손으로 잔을 잡고 마시니, 과연 그랬다. 두 손으로 잡으니 배꼽 밑에 힘이 단단하게 들어가는 것이었다.
기자와 함께 기공 수련을 받을 사람은 고려대 민용태 교수 일행이었다. 민용태 교수는 6개월 전부터 양운하씨의 토속기공에 심취해 있다. 양운하씨를 만나기 전 기공에 관심이 많던 민교수는 태권도 사범으로 11년 동안 스페인에서 지냈는데, 이때부터 기공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민교수의 기공 사랑은 무엇보다 삶과 인생에 대한 그의 철학 때문이다. 그는 바람직한 삶이란 장수하며 재미있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무겁고 어렵게 사는 것에 반대한다. 인간으로서 가장 영웅적인 행위가 웃고 사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어차피 얼굴과 몸은 심각하고 무거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가볍게 웃고 인생을 즐기는 것이 영웅적인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웃고 가벼운 것. 이것이야말로 민교수가 추구하는 삶의 지향점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웃고 가볍게 살기 위해 그는 연예인인지 대학교수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방송 출연이 잦다. 즐겁게 살기 위해 술도 많이 마신다. 그러다 보니 피로가 쌓였다. 웃고 즐겁게 살려고 즐거운 일을 계속했는데, 피로하고 힘들어지더라는 것이다. 그 해결책으로 민교수가 택한 것이 바로 기공이다. 자신을 스스로 다스리고 피로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즐거운 것이고, 그래야만 자신의 최고 장기인 웃음을 항상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몸이 피곤한데 웃는 얼굴을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민교수는 토속기공을 시작하면서부터 피로가 사라졌다고 한다. 과음한 뒤 숙취에 시달릴 때는 토속기공의 ‘곰세(곰 모양을 취하는 자세)’를 취하고 나면 온몸에 땀이 나면서 숙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래서 양운하씨를 만난 뒤부터는 아침마다 집 근처인 고덕동 뒷산에 올라가 토속기공을 한다. 기공을 하고 나면 사지에 기운이 통하면서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기분이 좋으니 자연히 웃을 수밖에.
이날 저녁부터 기자와 민교수 일행은 양운하씨의 토속기공 수련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몸풀기였다. 먼저 목을 풀어주는 경공. 양 발을 십일자를 만들어 어깨 너비보다 약간 넓게 벌린 뒤, 발끝을 약간 안으로 모으고,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고 버티면 다리 안쪽에 기운이 들어간다. 이 발자세는 모든 기공의 기본자세다. 고개를 완전히 앞으로 숙이고 왼쪽 어깨에 바짝 붙여서 뒤로 돌리다가 180도 지점에 이르렀을 때, 뒤로 젖힌 고개를 정면에 격파물이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툭 떨어뜨린다. 이때 호흡은 코로 천천히 들이마시다가, 툭 떨어뜨리는 순간 한꺼번에 내뱉는다. 왼쪽으로 돌린 뒤 다시 오른쪽으로 돌리고 몇 차례 반복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마지막 툭 떨어뜨리는 동작 이외에는 모든 동작을 최대한 천천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기공의 동작이 이처럼 천천히 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호흡도 마찬가지다.
다음은 어깨를 풀어주는 견공이었다. 발 자세는 이전과 똑같고, 엉덩이 꼬리뼈를 안으로 말아올리는 기분으로 자세를 취한다. 그 다음 오른손을 왼쪽 갈비뼈 끝나는 부분에 대고, 왼손을 오른쪽 어깨로 넘겨 오른팔 어깻죽지를 세게 친다. 이 동작이 끝나면 뒤꿈치를 들썩들썩하며 반동을 주어 팔을 바꾸어 오른손으로 왼쪽 어깻죽지를 치고 왼손은 오른쪽 갈비뼈 끝에 댄다. 이 동작을 몇 차례 하니 굳어 있던 어깨가 시원하게 풀리는 듯했다.
몸풀기 동작
다음은 행공으로 척추를 틀어준다. 발자세는 그대로 하고,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왼손을 오른쪽 엉덩이에 대고 몸통을 왼쪽으로 틀면서 시선은 오른발 뒤꿈치를 바라본다. 호흡은 코로 하며 동작을 시작하기 전 최대한 들이마셨다가 숨을 멈추고 천천히 동작하다가, 끝나면 푸 하고 내쉰다. 한 동작이 끝나면 반대편으로 옮겨 동작을 몇 차례 반복한다. 이 동작이 끝나면 허리가 시원해지고 부드러워진다.
다음은 고타공으로 손바닥에 힘을 빼고 온몸을 살살 두드려준다. 가슴을 두드리고 배를 두드리고, 허리를 숙여 정강이뼈와 장딴지, 무릎 앞뒤, 허벅지를 차례로 두드린다. 허리를 펴고 아랫배, 배꼽, 가슴, 양팔, 어깨, 손, 머리와 얼굴을 골고루 두드린다.
마지막은 연동공이다. 발 자세는 그대로 하고 무릎을 약간 구부려 오장육부가 흔들리도록 흔들어준다. 이때 몸속의 찌꺼기를 털어버린다고 생각한다.
몸풀기를 마친 뒤 토속기공과 오형기공 수련에 들어갔다. 기자와 민교수 일행은 2박3일 동안 집중적으로 오형기공 다섯동작과 토속기공 열네동작을 수련했다.
오형기공은 곰과 산양, 학, 범, 매 다섯 동물의 자세를 동작으로 취한다. 먼저 곰세. 이 동작은 흐르는 강물에서 곰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노리고 있는 모양을 본떠 만든 동작이다. 몸풀기와 똑같은 발 자세를 취하고, 척추 꼬리뼈를 말아올리듯이 위로 바짝 올리고, 팔을 어깨 뒤로 완전히 젖히고 ㄴ자를 만든다. 이때 옆구리와 상박은 90도가 되어야 하고, 손바닥은 바깥을 향한 채 자연스레 늘어뜨린다. 눈을 감고 이 자세로 버티면서 천천히 코로 호흡을 하는데 들이마실 때는 손바닥으로 기가 들어온다는 생각을 하고, 내쉴 때는 발가락 끝으로 기가 나간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산양세다. 왼발은 앞으로 내밀어 구부리고 오른발은 완전히 편다. 이때 앞발과 뒷발을 한일자가 되게 한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두 팔을 뻗어 어깨 뒤로 최대한 젖혀 위로 치켜든다. 팔을 귀에 붙이고 몸통과 일직선이 되도록 위로 뻗으면 좋다. 이 상태에서 눈을 감고 천천히 코로 호흡한다. 들숨보다 날숨을 길고 천천히 내뱉는다. 기공의 모든 숨쉬기는 들숨보다 날숨이 길어야 한다.
다음은 학세다. 쿵푸영화에서 많이 나온 자세로 팔을 학 날개처럼 양옆으로 활짝 펼쳐 든다. 그리고 한쪽 다리를 구부려 들고 다른 다리로 서서 버틴다. 중심이 잡히면 눈을 감고 버티며 호흡을 한다.
범세는 먹이를 포착한 범이 목표물에 달려들기 전에 노리는 자세를 형상화한 것. 발은 차려자세로 바짝 붙이고 손은 깍지를 끼어 머리 위로 올렸다가 천천히 밑으로 움직여 발등까지 내린다. 이때 고개는 계속 전방을 주시한다. 손바닥을 발 앞에다 붙이고 엉덩이는 뒤로 쭉 빼고(척추가 밀린다) 고개를 계속 들고 버티며 코로 호흡한다. 역시 들숨보다 날숨을 길고 천천히 해야 한다. 이렇게 호흡하면 남자의 경우 고환 밑까지 산소가 공급되어 정력이 강화된다.
매세는 매가 하강하는 형상이다. 한 발을 들어 최대한 뒤로 들어올린다. 허리를 펴고 몸을 최대한 앞으로 구부린다. 이때 버티는 다리는 자연스럽게 구부린다. 팔의 상박은 옆으로 크게 벌리고 하박은 앞으로 향하며 손바닥도 자연스럽게 앞을 향한다. 이 자세로 버티며 코로 호흡한다. 이 다섯 가지 동작을 취하고 나니, 얼굴과 손, 발에 혈액 순환이 되는 느낌이 확연했다. 더구나 몸이 날아갈 듯이 가뿐해졌다.
오형기공을 끝낸 뒤 양운하씨는 장심호흡명상법을 설명했다.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자세에서 다리를 앞으로 느슨하게 뻗는다. 자연스럽게 구부린 자세다.
손은 무릎 위에 놓고 손바닥은 위로 향하게 한다. 그리고 눈을 감고 정신을 통일하고 호흡을 한다. 코로 호흡하는데 들이마실 때는 손바닥으로 기운을 빨아들인다고 생각하고 내쉴 때는 손가락 끝으로 기운을 내뱉는다고 생각한다. 역시 들숨보다 날숨을 길게 한다. 이 모든 운동을 마치고 나서는 반드시 더운물을 마신다.
오형기공을 끝낸 뒤 배운 토속기공은 물레방아 돌리기, 접시 돌리기, 거름 붓기, 이삭 줍기, 항아리 안고 돌리기, 태산보기, 상모 돌리기, 보리밭 다지기, 방아 찧기, 멍석 말기, 거북이 호흡, 쟁기 호흡, 장심호흡명상, 안기공 등 열네 가지 동작이었다. 토속기공은 우리 민족의 전통 민속놀이와 농사짓는 동작을 기공의 핵심과 접붙여서 우리 몸에 가장 적합한 한국적 기공으로 만든 것이다.
양운하씨는 옛 선조들이 논이나 밭에서 농사일 하면서 보리 베고, 이삭 줍고, 도리깨질 하고, 맷돌 돌리고, 떡메 치고, 거름 붓던 동작을 응용해서 토속기공의 동작을 만들었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가무를 즐겨왔다. 그래서 다양하고 풍부한 민속놀이가 전해온다. 이런 우리 민족 고유의 동작들은 혈액 순환 장애와 운동부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근육을 강화하고, 체력을 증진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운동이다. 특히 인체의 특정부위만 일방적으로 사용하는 서양 스포츠와 달리 신체의 모든 근육부위를 골고루 사용하는 종합 운동이라는 장점이 있다.
가장 한국적인 토속기공
토속기공의 첫 번째 자세는 물레방아 돌리기다. 발자세는 역시 십일자 자세를 취하고 팔은 자연스레 늘어뜨린다. 고개를 들어 전방을 보며 그대로 허리를 구부리며 내려간다. 시선은 여전히 전방이다. 머리가 발등 바로 위까지 내려가면 고개를 숙여 목젖에 붙을 정도로 바짝 당긴다. 이렇게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원상태로 올라온다. 이때 호흡이 중요한데 내려갈 때는 코로 최대한 들이마시고, 최대한 내려갔을 때 호흡을 멈춰 천천히 올라와서 원래 자세에서 고개를 들고 푸 하고 한꺼번에 내쉰다. 물레방아 돌리기는 목과 등 허리, 꼬리뼈 등 척추를 네번 구부려준다.
접시 돌리기는 손바닥에 돌을 올리고 떨어지지 않게 온몸을 비틀어서 돌린다. 이때 시선은 손끝을 향한다. 접시 돌리기는 퇴화된 근육인지근을 집중적으로 단련시켜 준다. 동작을 느리게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동작을 취하면 팔만 비틀리는 것이 아니라 여섯 경락을 골고루 비틀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퇴화한 근육에 산소가 공급되며 지방을 태운다. 이럴 경우 어깨와 팔, 손가락 살까지 빠진다.
거름 붓기는 지게에 거름을 진 농부가 지게를 옆으로 숙여 거름을 쏟는 형상이다. 양팔을 위로 뻗었다 앞으로 돌려 뒤로 쭉 내뻗는다. 지게를 연상하면 된다. 그런 다음 몸통을 옆으로 틀어 거름을 옆으로 쏟는다. 이 동작을 천천히 하면 얼굴과 목, 어깨, 어깻죽지, 옆구리, 허벅지, 종아리의 퇴화한 근육이 집중적으로 발달한다. 당연히 이 부위의 군살도 빠진다.
이삭 줍기는 다리를 약간 벌려 선 뒤 왼손으로 오른쪽 가슴 밑을 잡은 뒤, 왼다리를 펴고 오른다리를 구부리면서 몸통을 왼쪽으로 완전히 구부리고 오른손으로 왼발 끝을 잡는다. 이 동작을 하면 얼굴, 목, 어깨, 옆구리, 둔부, 허벅지, 종아리 근육에 산소가 공급되며 지방을 태운다.
항아리 안고 돌리기는 다리를 어깨 너비보다 넓게 벌린 뒤 팔은 항아리를 안은 자세를 취한다. 이 자세에서 그대로 왼쪽으로 몸통을 틀어 돌린다. 양다리는 자연스레 구부리고 몸통을 따라가는데 발끝도 돌릴 수 있는 데까지 왼쪽으로 돌린다.
태산 보기는 팔을 앞으로 뻗어 양손의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붙여 삼각형을 만든 뒤 시선을 이 삼각형 안에 둔다. 그런 다음 몸통을 앞으로 숙인다. 시선은 처음과 변함이 없다. 끝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온다. 이 자세는 여성의 자궁과 복부, 하체를 단련할 수 있다.
보리밭 다지기는 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 팔을 앞으로 나란히 뻗은 채 앉는다. 그리고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붙여 삼각형을 만든다. 이렇게 앉은 자세에서 엉덩이를 좌우로 들썩들썩하면서 앞으로 전진한다. 이때 무릎을 구부려서는 안 되고 엉덩이만 들썩거려 전진한다. 옆구리, 아랫배, 둔부, 허벅지, 종아리 살이 빠진다.
토속기공의 열네 가지 동작을 천천히 다 취하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두 시간. 시원한 계곡에서 이 동작을 수련했는데도 마치고 나니 이마와 온몸에서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하지만 숨은 전혀 가쁘지 않았다. 온몸을 구석구석까지 틀어주어서 그런지 개운했다. 토속기공은 운동 효과와 다이어트 효과도 뛰어나지만, 여러 달 묵은 피로를 깨끗이 씻어주는 것 같았다.
양씨는 이러한 기공 수련을 현대의학으로 설명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 몸은 크게 중추신경의 조절을 받는 수의근과 자율신경의 조절을 받는 불수의근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의근은 다시 운동 등 빠른 동작을 할 때 작용하는 속근, 평상시 움직일 때 사용하는 중간근, 그리고 거의 퇴화하다시피한 지근으로 구성되어 있다. 양운하씨의 토속기공을 하면 땀이 비오듯이 흘러도 숨이 차지 않는다. 이는 바로 느린 동작에서 사용하는 지근을 단련하기 때문이다. 빠른 동작의 운동을 하면 숨이 차며 활성 산소가 다량 배출되어 세포를 노화시키는 경우가 많지만, 기공은 퇴화한 근육에 산소를 공급하며 인체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기공 수련을 마친 뒤 양운하씨는 기자와 민교수 일행을 상대로 운기방사 실험을 하겠다고 했다. 그의 소문난 운기방사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양씨는 기자와 다른 수련생을 부채꼴로 벌려 세웠다. 그는 우리에게 눈을 감고 몸에 힘을 빼라고 주문했다. 수련생들이 자세를 취하자, 그는 두 손을 앞으로 뻗어 정신을 쓰기 시작했다. 잠시 후 온몸을 휘감는 어떤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물론 억지로 힘을 주고 버틸 수는 있었지만, 양씨의 주문은 버티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몸 가는 대로 내버려두기로 했다. 오른쪽 무릎이 저절로 꺾이고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왼팔이 들리고, 허리가 뒤로 꺾여 넘어갈 것 같았다. 다시 왼쪽 무릎이 꺾이자, 몸은 엉거주춤 앉은 자세가 되었다. 곧 허리가 뒤로 꺾여 결국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다시 몸이 왼쪽으로 쏠려 왼팔을 땅바닥에 뻗은 채 그 자세에서 옆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 눈은 감고 있었지만 최면 상태는 아니었다. 새소리도 계곡 물 흐르는 소리도 그대로 들렸다. 잠시후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세요”라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니 수련생 일곱명 가운데 기자를 포함한 두 명이 땅바닥에 넘어져 있고, 나머지 다섯 명도 제각각 뒤틀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기의 교감을 직접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주화입마
기(氣)는 굉장히 광범한 개념이지만 토속기공에서 말하는 기를 간단히 정의하면 모든 생명체에 존재하는 생명력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기공은 기의 순환을 원활히 하는 것이 기본 원리다. 기는 때로는 물과 같이, 때로는 불과 같이 우리 몸 속의 경락을 타고 흐른다. 수도관이 틀어지면, 물이 새 나가고 아예 꽉 막히기도 한다. 기도 마찬가지다. 우리 신체의 경직된 근육과 변형된 척추로는 기가 원활히 순환할 수 없다.
그래서 올바로 기공을 수련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 바로 인체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토속기공은 생물학적 인간을 하나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인체를 논하지 않고서는 올바른 기공이 될 수 없다. 토속기공은 경직된 근육과 변형된 척추를 바르게 하여 건강을 회복시켜 주는 자연치유기공요법이다.
토속기공은 의념(意念: 생각) 위주의 기공이 아니라 행공과 조신(調身), 즉 육체수련 위주의 기공이다. 자의적이고 의도적인 운기수련(運氣修練)이 아니라 몸과 정신의 정체된 기운이 자연스럽게 느슨해지면서 기가 저절로 운기되므로 누구나 기를 체험할 수 있다. 수련 역시 효과적이다.
또 토속기공은 단전호흡과 명상이 하나의 동작 안에서 이루어진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인다는 말은 어제 오늘 말이 아니다. 잘못된 행공법과 타율적인 생각 위주의 기공을 하다 보면 오랜 수련에도 단전이 아니라 머리가 뜨거워지는 상기병(上氣病)이나 주화입마(走火入魔)에 걸릴 수도 있다.
즉 잘못된 행공(行功)으로 연공(練功)을 계속 강행하면 마침내는 돌이킬 수 없는 난처한 현상이 나타나 건강 증진이나 병치료는 고사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 이와 같은 최악의 부작용을 가리켜 ‘편차’라고 한다. 편차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주화(走火)요, 또 하나는 입마(入魔)다. 주화란 글자 그대로 ‘불이 난다’, ‘불이 붙는다’는 뜻인데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동작이 난폭해진다. 사람의 몸놀림은 각기 다르지만, 동작이 일정한 범위 에서 온화하게 율동적으로 이뤄지면 위험할 것이 없다. 그러나 동작이 격렬해 터무니없이 커지거나, 와들와들 떨거나, 껑충껑충 뛰거나, 제자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내닫거나 하면 위험하다.
토속기공 비만해소에 효과
둘째, 동작이 멈추지 않는다. 몸놀림이 난폭해지는 것도 문제이기는 하나, 온화한 몸놀림이라 할지라도 멈추지 않고 장시간 계속되면 더욱 곤란해진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대뇌피질에 일종의 조건반사가 일어나 교정하기가 쉽지 않고 극심한 체력 소모로 기진맥진해진다.
입마는 ‘귀신 들다’, ‘귀신 씌운다’는 뜻으로 정신이상 증세를 가리키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극도의 정서불안으로 초조와 불안 속에서 안절부절못하고 강박관념에 시달리기도 한다. 벌컥 화를 내는가 하면 금세 풀이 죽어 침울해지기도 하고, 소리내 울거나 깔깔 웃어대기도 한다.
둘째, 환시(幻視), 환각(幻覺), 환청(幻聽), 환상(幻像) 등 온갖 허깨비 현상에 시달린다. 대체로 평상시의 잠재의식이나 잠재욕망과 관계 있다. 증세가 아주 심하면 정신병 환자에 준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렇게 기공을 잘못 수련해 생기는 부작용을 기공병(氣功病)이라고 한다. 양운하씨는 토속기공은 이런 악성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안심하고 수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속기공을 하다 보면 비온 뒤 갠 하늘처럼 정신이 맑아진다는 것이다.
토속기공은 인체의 전반적인 기능을 조율해 두통, 요통, 변비, 견비통, 관절염, 불면증, 생리불순 등의 만성 질환을 예방, 치유하고, 척추를 중심으로 목, 허리, 골반, 팔, 다리관절, 근육, 인대, 골격을 부드럽게 해준다. 또 호흡을 조절해 결관운동반사가 왕성하게 일어나 기혈 순환이 촉진되며 신진대사가 원활해져 각종 성인병과 내과질환을 예방해준다. 마음을 조절해 신경운동반사가 왕성하게 일어나 신경계통이 순화되어 정서적 안정감을 찾게 된다. 항상 머리가 맑고 몸이 가뿐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생활에 활력을 찾게 된다. 또 성생활의 여러 문제가 해결된다.
토속기공의 여러 동작은 특히 비만 해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여러 성인병과 만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속기공의 첫 단계는 피로원인 물질을 제거하는 데 있다. 피로원인 물질을 기공체조를 통해 배출하고, 나아가 호르몬 분비 정상화, 기혈순환 촉진, 내장기능 활성화해 피로에 젖어 있는 현대인의 기력을 북돋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