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호

하청도 성과급? 반도체 호황이 불러온 N% 성과급 시대

[기획 | 노란봉투법 그 후 100일] ‘삼전’ 영업이익 대비 성과급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른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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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6-06-23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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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부문별 성과급 100배 차에 불만 확산

    • 파운드리, 성과급 탓에 흑자전환 늦어질 가능성↑

    • 성과급 기준 ‘초과이익분배금’ 제도 만든 삼전

    • 영업이익 10.5% 지급에 타사도 성과급 분쟁 시작

    • 하청 노조 “원청과 성과급 차별 중단!” 동일 대우 주장

    삼성전자 비반도체, DX 부문 직원 중심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의 조합원들이 5월 26일 수원지방법원에서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비반도체, DX 부문 직원 중심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의 조합원들이 5월 26일 수원지방법원에서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반도체 초호황 사이클에 들어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성과급의 여파가 국내 산업계 전체로 퍼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 삼성전자는 10.5%를 성과급으로 내놨다. 직원 한 명당 수억 원의 성과급이 지급되자 HD현대중공업, 카카오, LG유플러스 등 다른 대기업은 물론 하청업체까지 성과급으로 영업이익을 나누자고 나서고 있다. 하청업체 노동조합까지 본격적으로 쟁의에 나서면 산업계 노동쟁의는 여름을 넘어 가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올해 3월 본격 시행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있다. 시행 전에는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문제로만 노동쟁의를 벌일 수 있었다. 비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성과급이 근로조건인지 아니면 경영상의 결정인지를 두고 논쟁의 여지가 있었다. 법 시행 이후에는 근로조건 외에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의 결정에 대해서도 노동쟁의를 벌일 수 있게 됐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사관계의 정의에도 변화가 생겼다. 당초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만 노사관계로 인정했지만 법 시행 이후에는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해서도 노동쟁의를 벌일 수 있다. 즉 하청업체도 원청에 성과급 등을 목적으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내에서도 100배 차 나자 불만 확산

    성과급이 불러온 역대급 노동쟁의 현장에 재계는 물론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표정도 좋지 않다. 성과급을 둘러싸고 분란이 일어나는 경우도 적잖다. 특히 파업까지 불사하며 성과급 협상에 나섰던 삼성전자는 내홍이 크다. 성과급의 주 대상인 DS부문(반도체) 메모리사업부와 다른 사업부 간의 성과급 격차가 최대 100배에 달한다. 메모리사업부의 경우 평균 6억 원에 육박하는 자사주를 받지만 DX부문(스마트폰 및 가전) 임직원은 600만 원 상당을 받는 데 그친다. 

    삼성전자 직원 A씨는 “과거 스마트폰 실적이 좋았을 때는 DX부문이 삼성전자 실적을 견인했는데 영업이익의 일부를 달라는 주장은 못했다”며 “신설 성과급의 지급 기준이 DS부문의 경우 매년(2026~2028) 영업이익 200조 원 달성인데, 같은 기준이 DX에도 적용된다면 당분간 성과급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괜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것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대 수혜처인 DS부문 내에서도 잡음은 흘러나온다. 메모리사업부가 최대 6억 원을 받는 반면, 비메모리 사업부는 약 2억 원 수준에 그쳐 성과급 격차가 3배에 달하면서 내부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사업부와 반도체연구소 등 핵심 연구부서의 반감이 크다. 이들은 삼성전자를 메모리 시장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개발과 메모리 사업 회복 과정에 기여한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직원 B씨는 “학력이 사람의 능력을 결정하진 않겠지만, 박사급 연구원과 고졸 사원 중 누가 회사의 발전과 이익에 더 크게 기여했겠나”라며 “성과급 액수가 불만인 것이 아니라 메모리사업부에 보상이 집중되는 것에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메모리사업부에서는 비메모리 사업부의 불만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2023년부터 줄곧 적자를 기록해 온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가 성과급을 받는 데다가, 향후 흑자전환에 성공하면 또다시 성과급을 챙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직원 C씨는 “적자 사업부인데 성과급을 받는 것은 물론 흑자전환에 성공하면 또 성과급을 받게 될 텐데 (불만을 갖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시작으로 봇물 터진 대기업 성과급 요구

    사측도 부담은 크다. 적자가 계속되던 파운드리사업부는 흑자전환이 늦어질 전망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최근 임직원 대상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기존 성과급 체계 기준으로는 2027년 흑자전환이 확실했지만, 새로 도입된 특별성과급을 반영하면 내년에도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며 “파운드리 사업의 장기 흑자전환은 2028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쟁은 재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가 한국 대기업 성과급 체계를 표준화한 곳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삼성전자는 ‘초과이익분배금’ 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이 연초에 설정한 이익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때 그 초과분의 일부를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이후 대부분의 대기업은 이 제도를 바탕으로 성과급을 책정했다. 

    삼성전자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기 시작하자 다른 기업 노조들도 영업이익 대비 성과급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 카카오, LG유플러스 등 일부 대기업 노조는 이미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요구안을 사측에 제시한 상태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6월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일대에서 사측의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등 보상 체계를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카카오 노조의 파업은 2006년 카카오 전신인 ‘아이위랩’ 설립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뉴스1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6월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일대에서 사측의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등 보상 체계를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카카오 노조의 파업은 2006년 카카오 전신인 ‘아이위랩’ 설립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뉴스1

    재계의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경우 2000년대 초반 회사가 어려운 시절 노조가 임금을 동결해 가며 버텨준 역사가 있어 영업이익 일정 비율 성과급 지급의 명분이 있다”며 “반면 삼성전자는 지속적으로 이익이 나는 사업부에는 임금인상과 성과급을 지급해 왔는데도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자 다른 회사 노조들도 성과급 투쟁을 시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과급 요구 분위기는 대기업의 하청업체로도 확산해 원청에 성과급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부품을 운반하는 하청업체 피앤에스로지스 노조는 원청을 대상으로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초과 이익분에 대해 협력사 직원을 대상으로 인당 500만~600만 원을 지급하는 상생장려금 제도를 시행해 왔다. 하지만 원청과 성과급의 차이가 커지자 SK하이닉스에 성과급 차별을 중단하라며 4월 30일 직접교섭 요구안을 전달했다. 

    피앤에스로지스 노조를 제외하고는 아직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성과급을 요구한 사례는 없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대기업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끝나면 하청업체의 성과급 요구도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하청 노조는 원청과의 동등한 대우를 주장하는데, 대기업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하청 노조도 성과급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이 같은 요구가 무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원청 기업이 천문학적 이익을 낸 배경에는 하청 업체 근로자들의 기여가 있다”며 “노란봉투법을 계기로 하청업체 근로자들도 원청에 직접 성과급이나 이익 배분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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