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동양 이미지에 감성 액션 결합

최민식 출연 화제작 ‘루시’

동양 이미지에 감성 액션 결합

1/2
동양 이미지에 감성 액션 결합
뤽 베송은 영화 ‘마지막 전투’(1983)를 연출하면서 영화계에 등장했다. 그 후 ‘서브웨이’(1985)에 이어 우리나라 관객에게도 친숙한 ‘그랑 블루’(1988)를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 ‘디바’(1981), ‘베티 블루’(1986)를 만든 장 자크 베넥스와 더불어 ‘누벨 이마주(Nouvelle Image) 세대’로 불렸다. 이전 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영상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얻었다. 1980년대 미국에선 뮤직비디오가 등장했고,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유명세를 탔다. 이 시기 프랑스에서 뤽 베송은 스크린에 새로운 영상 감각을 펼쳐 보인 셈이다.

우리나라 관객은 뤽 베송의 영화 중 특히 ‘니키타’(1990)에 주목했다. 니키타라는 어린 여성을 주인공으로 둔 액션 스파이 스릴러물인 이 영화는 나중에 할리우드에서 ‘니나’(존 배드햄, 1993)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됐고 텔레비전 시리즈로도 만들어졌다. 당시 여성이 액션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아시아에서 양쯔충(楊紫瓊)이 주연을 맡은 홍콩의 ‘예스 마담’시리즈가 인기를 끌던 정도였다. 서양의 여성 총격 액션물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이후 뤽 베송은 ‘레옹’(1994), ‘제5원소’(1997), ‘메신저’(1999)처럼 할리우드와는 다른 감성을 지닌 대중영화를 연달아 내놓는다. 특히 ‘레옹’은 1980년대와 1990년대 할리우드의 실베스터 스탤런, 아널드 슈워제네거, 브루스 윌리스 같은 근육질 남성이 등장하는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와 달리,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내는 새로운 액션영화였다.

‘니키타’이래 뤽 베송의 액션영화들은 주로 남성이 아닌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한다. 그래서 ‘감성적 액션’을 지향한다. 여성이 극한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을 중심으로 영화를 전개한다. ‘레옹’의 경우 레옹(장 르노)과 마틸다(나탈리 포트만)의 부녀 같기도 하고 연인 같기도 한 관계가 섬세한 감정을 잘 표현한다.

홍콩 무술과 접목



뤽 베송은 2000년대 들어 영화 연출보다 영화 제작에 치중한다. 그가 제작한 영화들은 홍콩의 쿵푸 액션을 도입해 동작의 화려함과 속도를 강조한다. ‘택시’ 시리즈, ‘트랜스포터’ 시리즈, 그리고 이연걸이 주연을 맡은 ‘키스 오브 드래곤’(2001)이 대표적이다. 이는 미국의 ‘매트릭스’ 시리즈가 홍콩 무술영화의 와이어 액션과 ‘영웅본색’ 유의 총격 액션을 도입한 것에 비견될 만하다. ‘니키타’의 어둠과 적막에서 ‘택시’의 스릴과 속도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루시’는 뤽 베송이 영화 제작에 전념하다 다시 연출을 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전체적인 뼈대에선 ‘니키타’의 연장선에 있다. 거기에 최민식이라는 걸출한 아시아 배우를 끌어들인 것이다.

세계화의 흐름은 동양 영화뿐 아니라 서양 영화에도 영향을 끼친다. 최근 서양 영화들은 아시아적인 특성을 현저하게 반영한다. 즉 빈번하게 아시아 지역을 영화의 배경 공간으로 삼고, 아시아 배우에게 중요 역할을 맡기며, 아시아 연출가나 기술자를 고용한다. ‘루시’에서 한국 배우 최민식이 악역을 맡은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다 뤽 베송의 감성적 터치와 최민식의 캐릭터가 잘 맞아떨어지는 면도 있다. 또한 아시아 지역인 타이완의 타이베이는 이 영화의 주요 공간 배경으로 등장한다.

‘루시’는 뇌세포 연구 전문가인 노먼 박사(모건 프리먼)가 파리의 한 대학에서 생물과 진화에 관해 특강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후 영화 중반까지 노먼 박사의 강연과 타이베이에서 벌어진 사건이 교차 편집된다. 이러한 교차편집은 같은 시간대 지구 반대편에서 각기 벌어지는 두 사건의 논리적 연결성을 암시한다. 동시에 각 장면에 나오는 동물들의 행동이 주요 인물들의 행동을 설명한다.

노먼 박사가 강연하는 시간에 타이베이에서 학교를 다니는 루시 밀러(스칼렛 조핸슨)는 한 호텔에 들어간다. 지난밤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자의 부탁으로 이 호텔의 VIP룸에 투숙한 미스터 장(최민식)에게 서류가방을 전달해주기 위해서였다.

“나는 모든 곳에 있다”

그러나 루시는 호텔 프런트에서 미스터 장의 부하에게 납치된다. 이후 그녀는 미스터 장의 잔인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두려움에 떤다. 미스터 장은 가방 안에 든 물건이 자기가 원하던 파란색 약물임을 확인한다. 이 약물은 중독성 마약이다. 미스터 장은 루시와 그 이전에 잡혀온 프랑스인, 독일인, 이탈리아인의 배에 파란색 약물 비닐 팩을 넣어 운반책으로 활용하려 한다.

1/2
노광우 │영화 칼럼니스트 nkw88@hotmail.com
목록 닫기

동양 이미지에 감성 액션 결합

댓글 창 닫기

2023/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