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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예능무대’ 넘어 ‘정치 사관학교’로?

파워 업! 종편 시사토크

‘정치 예능무대’ 넘어 ‘정치 사관학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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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정치의 ‘상업적 소비’ 주도
  • ● 야심가의 공직 등용문 노릇
  • ● 쇼+토론 버무린 새 포맷 정착
‘정치 예능무대’ 넘어 ‘정치 사관학교’로?

채널A ‘돌직구쇼’의 한 장면.

채널A, TV조선, JTBC, MBN 등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개국한 지 4년째다. 길지 않은 역사지만 그 사이 종편에 대한 평가는 극단을 오갔다. 2009년 종편 탄생을 위한 미디어법은 여야 의원들의 격렬한 몸싸움 끝에 통과됐다. 그만큼 ‘보수 신문’이 방송에 진출하는 데 대한 야권의 위기감은 컸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종편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개국 초기 거액을 투자한 드라마들이 줄줄이 실패하면서 시청률은 0%대를 기록했다. 진보진영은 생각보다 미미한 종편의 영향력에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종편은 초기의 시행착오를 거친 뒤 자신의 활로를 찾았다는 평이 나온다.

종편의 킬러콘텐츠

종편이 찾아낸 킬러콘텐츠는 토크쇼라고 할 수 있다. ‘떼 토크’라고도 하는, 여러 패널이 등장하는 종편 토크쇼엔 반드시 한두 개 건질 장면이 등장한다고 한다. 드라마 등에 비해 제작 단가가 훨씬 낮다는 것도 방송사엔 매력이다.

공중파 토크쇼는 연예인 신변잡기를 주로 다뤄왔다. 반면, 종편 토크쇼는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건강, 교육, 이혼 같은 생활 정보를 버무린다. 덕분에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이 자주 출연해 얼굴을 알린다. ‘황금알’ ‘동치미’ ‘엄지의 제왕’ 등 이런 포맷을 가장 먼저 장착한 MBN은 꽤 높은 시청률을 올렸다.



그러나 종편만의 강력한 무기는 뭐니뭐니 해도 시사토크쇼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신중한 언사를 중시하는 동양사상의 영향으로 자유토론이나 언어유희가 발달하지 못했다. TV 토크쇼는 1989년 ‘자니윤 쇼’가 최초로 꼽힌다. 공중파에서 시사토론 프로그램은 ‘100분 토론’ ‘심야토론’ 등 극소수였다. 최근까지 공중파 방송에서는 가벼운 토크쇼와 무겁고 딱딱한 시사토론 프로그램이 뚜렷이 분리돼 있었다. 그러나 종편은 물과 기름 같던 두 장르를 적당히 버무려 새로운 포맷을 정착시켰다.

채널A의 ‘쾌도난마’ ‘돌직구쇼’ ‘직언직설’, TV조선의 ‘시사토크 판’ ‘저격수다’ ‘강적들’, JTBC의 ‘썰전’은 공중파에서 유사한 프로를 찾아보기 어렵다. 종편의 박종진, 김진, 이언경, 최희준, 엄성섭 앵커는 공중파 앵커와 뚜렷이 구분되는 역할을 한다. 메인앵커와 토크쇼의 MC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썰전’을 진행하는 개그맨 김구라도 주목할 만하다. 공중파에서 유재석, 강호동 같은 스타MC가 연예 토크에 머무르는 동안 김구라는 종편에서 종횡무진한다. 특히 정치 관련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해 시청자의 귀에 감기는 감각적 언사를 내놓는다. 그러나 얼마 전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난 ‘보스와의 동침’은 ‘박원순 미화(美化)’ 내지 ‘박원순 변론’에 치우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에는 ‘종편 스타일’이 공중파로 역류한다. 공중파 뉴스에서도 게스트와 대담하는 코너나 부드러운 시사토크쇼가 생겨난 것이다. 뉴스와 시사토크의 결합은 종편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종편에서 전 방송으로 확산되는 새로운 조류라고 할 수 있다.

종합편성채널은 말 그대로 드라마, 예능, 교양, 보도 등을 모두 포괄한다. 개국할 때 4개사의 사업계획서에는 보도물의 비중이 모두 25% 이하였다. 그러나 현재 이를 준수하는 곳은 거의 없다. 2013년 9월 기준으로 TV조선은 48.1%, 채널A는 46.2%, MBN은 40.4%를 보도 프로그램으로 채웠다.

동양방송의 후신을 자처하는 JTBC는 종편 중 유일하게 드라마에서 성공했다. ‘밀회’는 6.6%의 시청률을 올리기도 했다. 또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손석희를 보도부문 사장으로 영입하며 외연 확장을 시도했다. 하지만 경영성과를 놓고 보면 JTBC의 선택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2014년 7월 평균 시청률에서 JTBC는 종편 4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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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윤│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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