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서 공간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미래의 만화 소비 공간은 어떻게 될까
‘대만의 소년’ 유페이윈 심층 인터뷰
강인선, 송하원, 신명환, 홍윤표가 말하는 공간
진솔한 에세이, 전문가 엄선 만화 등 콘텐츠 풍부
만화평론공모전 수상작 6편 별책부록으로 실려
![‘지금, 만화’ 25호 표지. [한국만화영상진흥원]](https://dimg.donga.com/ugc/CDB/SHINDONGA/Article/67/ce/86/7c/67ce867c1023a0a0a0a.png)
‘지금, 만화’ 25호 표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와 공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만화를 그리는 ‘작가’는 지을 ‘작(作)’, 집 ‘가(家)’라는 한자에서 알 수 있듯 뜻 자체가 ‘집을 짓는다’는 의미다. 여기에서 ‘집’은 공간이나 세계를 나타내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창작자가 만들어 내는 어떤 세상과 그 세상의 이야기를 창조해내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작가란 공간을 만들고 세계를 구축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만화는 단순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평면적 차원의 행위가 아니라, 작가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그 작가가 만든 공간에 독자들을 초대하는 ‘창조주의 행위’다. 그리고 여기서 ‘공간’이란 좁게는 만화의 칸‧배경에서부터, 넓게는 만화라는 판타지 속 공간이나 혹은 은하 너머 우주일 수도 있다. 또 만화 밖을 보면 만화가가 주인공인 공간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지금, 만화’ 25호는 이러한 ‘만화와 공간’을 화두로 그 둘의 관계를 들여다봤다.
‘커버스토리’에선 만화를 창조하는 작업실, 만화 속 장소, 만화를 소비하는 ‘만화방’ 등 만화 내‧외부의 공간을 조명했다. 먼저 카페, 독서실, 지하철 등 변화하는 작업실이 작가에게 미친 영향을 짚었고, 시대에 따라 변하는 만화 속 배경을 통해 만화의 장소성, 즉 만화 속 공간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살폈다. 아울러 ‘만화방’에서 ‘만화 카페’로 변화한 만화 소비 공간을 중심으로 진화하는 만화 공간을 분석했다. 시간‧공간 제약 없이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볼 수 있게 된 오늘날의 만화 소비 트렌드를 살피고, 미래 만화 소비 공간을 전망했다.
‘대만의 소년’ 차이쿤린의 삶
작품 비평인 ‘크리틱’에서는 유이치 오코야마 작가의 ‘Travel’, 제롬 뒤부아 작가의 ‘시테빌(Citéville)’, ‘시테뤼인(시테뤼인(Citéruine)’, 이일주 작가의 ‘castle’, 김현민 작가의 ‘저기’, ‘솔방쥐’를 분석해 기호와 칸을 통한 만화의 공간적 실험과 작가의 의식을 살폈다.
‘고양이와 새’, ‘반달’, ‘먼지행성’ 등 김소희 작가의 작품을 통해선 작가가 어떻게 자신을 작품에 투영하고 나타냈는지, 또 그가 처한 환경이 의식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분석했다. 오토모 가쓰히로 감독의 ‘아키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 강도하 작가의 ‘로맨스 킬러’를 통해선 만화에서 배경이 담당하는 본질적 역할을 중심으로 웹툰이 기존 화풍인 ‘스케치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배경을 설정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인터뷰’에선 ‘백색테러 피해자’ 차이쿤린의 삶을 ‘대만의 소년’으로 펴낸 유페이윈 국립타이둥대 아동문학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유 소장이 주목한 차이쿤린은 1930년 대만 타이중에서 태어나 2023년 9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식민 지배, 백색 테러, 계엄령, 민주화 등 대만 현대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겪은 출판인이자 인권교육가. 유페이윈 소장은 인터뷰에서 차이쿤린의 삶과 그가 기여한 대만의 민주주의, 그리고 현재 대만의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픈 ‘차이쿤린 정신’ 등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또 강인선 유어머나 대표, 송하원 홈톰 대표, 신명환 ㈜고우영 대표(‘지금, 만화’ 기획위원), 홍윤표 청강문화산업대 만화도서관장 4인의 좌담을 통해 작업실이라는 공간에 대한 시대별 변천, 작가별 차이, 만화에서 공간을 표현하는 방법론, 만화가를 위한 건축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지금, 만화’ 25호와 함께 발간된 별책부록. [최진렬 기자]](https://dimg.donga.com/ugc/CDB/SHINDONGA/Article/67/ce/86/7d/67ce867d11aca0a0a0a.png)
‘지금, 만화’ 25호와 함께 발간된 별책부록. [최진렬 기자]
‘에세이’에서는 만화 카페 ‘한잔의 룰루랄라’ 폐업을 계기로 만화와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의 상실’에 대해 고찰했고, ‘고스트 바둑왕’, ‘3월의 라이온’, ‘생존게임’, ‘미생’ 등 만화 속 주인공이 살고 있는 공간적 특수성을 분석했다.
‘이럴 땐 이런 만화’에선 ‘이별 후’란 주제로 명사들의 추천 만화를 엄선했고, ‘나의 한 칸’에선 조훈성 연극평론가가 문정후 작가의 ‘용비불패’를 통해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인정을 받기 위한 싸움, 즉 ‘인정욕구’에 대해 통찰했다. 또 ‘만화 × ____’에선 한국과 일본의 음식만화에 대한 비교‧분석을 통해 만화가 어떻게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삶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지 제시했다. 또 ‘차이니즈 봉봉클럽’, ‘오무라이스 잼잼’ 등 조경규 작가의 음식만화를 통해 작가가 음식이라는 매개를 통해 어떻게 자신의 색을 표현하는지를 분석했다.
한편 ‘지금, 만화’ 25호에는 ‘2024 대한민국 만화평론 공모전’ 수상작 6편을 별책부록으로 수록해 신선한 만화평론과 수상자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지금, 만화’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원장 백종훈)이 만화평론 활성화 사업 가운데 하나로 펴내는 만화 전문 비평지로, 전국 대형서점 및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 가능하며, 기타 세부내용은 진흥원 아카이브 사업팀(032-310-3053)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