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로 보는 카툰 100년]설명은 생략돼도 논평은 무궁무진
앞서 게재한 만화는 신동아 창간호의 ‘조선의 표정’ 풍경 2제(題) 중 한 컷이다. 만화의 왼쪽 제목 옆에는 아예 ‘說明(설명)은 省略(생략)’이라고 적었다. 만화가 ‘열린 결말’처럼, 독자의 판타지를 동반한 성찰의 장을 선사하려는 목적임을 명확히 한다. 이처럼 만화는 해답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아도 독자가 토론할 화제를 던져 사색의 기회를 준다. 이를 간파한 신동아 편집진은 만화를 이용한 풍자와 해학을 마음껏 펼쳤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은 급성장한 독점자본주의로 조선의 경제를 삼켜버렸다. 1920년대 후반은 세계적으로 경제구조의 불안정성이 커졌지만, 인구 30만 도시 경성(서울)에는 미니카이(1929), 조지아(1929), 미쓰코시(1930), 화신(1932) 같은 백화점이 우후죽순 생기며 물질적 욕망을 달콤하게 자극했다. 경성 곳곳에는 서양식 건물과 서양 의복을 입은 청년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1930년대 들어 쌀농사는 풍년이었지만 쌀값은 대폭락해 조선인들은 생활은 어려웠지만 고급 요릿집을 드나들며 유흥에 빠진 위정자들의 모습은 극명히 대비된다. 93년 전 ‘조선의 표정’ 한 컷 이미지는 이러한 시대상을 경험하는 동시대 독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