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의 마지막 부분에서 4총사가 바에서 마지막 파티를 벌일 때 그 모습을 보이는 코스모폴리탄. 원래 지명도가 꽤 있는 칵테일인 코스모폴리탄이 일반인에게 그 이름을 결정적으로 알리게 된 것은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통해서였다.
- 드라마 전편에 걸쳐 4총사 중 주인공 격인 캐리가 친구와 만날 때 종종 코스모폴리탄을 주문하자 이 영향으로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이 칵테일이 크게 유행하게 된 것이다.
드라마의 기본 줄거리는 뉴욕에 사는 단짝 독신녀 4명의 낭만과 성(性)에 대한 솔직한 언행에 관련된 것이다. 당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이 드라마는 캔데이스 부쉬넬 원작의 동명 소설에 기초를 둔 것이었다.
마이클 패트릭 킹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상영 시점인 2008년 그대로 드라마에서의 2004년 마지막 사건으로부터 4년째가 되는 상황을 기점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이자 작가인 캐리 브래드쇼(사라 제시카 파커 분)의 내레이션으로 드라마 속 뉴욕 독신녀 4명의 지나간 일들과 지금까지의 변화에 대한 요약으로 전개된다.
늘 완벽한 사랑을 추구하던 샬롯 요크(크리스틴 데이비스 분)는 유대인 해리와 결혼했으나 아기를 낳지 못하고 중국에 가서 아기를 입양했다. 터프한 사랑의 대명사인 지적인 변호사 미란다 홉스(신시아 닉슨 분)는 스티브와 결혼해 지금은 브루클린에서 살고 있다. 건전한 사랑보다는 섹스를 중요시 여기는 사만다 존스(킴 캐트롤 분)는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인 TV 스타 스미스와 할리우드에서 살림을 차렸다. 캐리는 여전히 뉴욕 맨해튼에서 남자 친구인 미스터 빅과 사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캐리는 빅(크리스 노스 분)과 함께 살 집을 구하던 중 마침내 맨해튼에서 마음에 꼭 드는 펜트하우스를 발견한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빅은 선뜻 자기가 집값을 모두 부담하겠다고 한다. 캐리는 행복감에 들떴으나 옛 친구들과 만나 경매장에 가 있던 중, 한 여배우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호와 살다 쫓겨나 알거지가 된 사연을 듣게 된다. 순간 불안감을 느낀 캐리는 그날 저녁 빅을 만났을 때 집을 살 때 자기도 돈을 보태겠다고 한다. 그녀의 의도는 만약의 경우 재산권을 확보하려는 것이었으나 오히려 빅의 제의로 결국 정식으로 결혼하기로 한다.
결혼은 모든 것을 망쳐버린다
캐리의 결혼 소식을 접한 샬롯과 미란다는 깜짝 놀라며 축하를 보낸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에서 캐리의 전화를 받은 사만다는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어쨌든 유명 작가인 캐리와 촉망받는 금융가인 빅의 결혼은 뉴욕 사교계의 화제가 되고, 급기야 캐리는 ‘보그’의 편집장으로부터 마지막 독신녀라는 제목으로 잡지의 취재 모델이 되어달라는 부탁까지 받게 된다.
한편 미란다는 그렇게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집안일과 직장 생활의 병행에 지친 나머지 남편과 점점 소원해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사만다는 로스앤젤레스 근교의 호화로운 바닷가 저택에서 스미스(제이슨 루이스 분)의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지만 남아도는 시간과 타고난 끼를 주체하지 못한다.
캐리는 새로운 집으로의 이사와 결혼 준비에 여념이 없다. 결혼식장은 그녀가 평소 즐겨 찾던 뉴욕공립도서관으로 정한다. 그리고 지난 20년간 살았고 4명의 단짝에게는 추억의 장소였던 그녀의 아파트를 팔고 마지막으로 짐정리를 할 때 사만다까지 비행기로 합류해 4총사는 즐거운 샴페인 송별회를 연다.
그런데 미란다는 어느 날 저녁 남편 스티브(데이비드 아이젠버거 분)로부터 딴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했다는 고백을 듣게 된다. 미란다는 충격을 받고 그와 별거하기로 결심한다. 이 소식을 들은 샬롯은 별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입양한 딸과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는 자기의 남편 해리(에반 핸들러 분)가 더욱 사랑스럽게 여겨진다.
이윽고 캐리와 빅의 결혼 전날 밤 결혼 리허설 파티가 열린다. 미란다는 혼자 참석하고, 뒤늦게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찾아온 남편 스티브를 매정하게 쫓아낸다. 그리고 우연히 그녀와 마주친 빅에게 ‘결혼은 모든 것을 망쳐버린다’라고 비관적인 이야기를 한다. 세 번째 결혼으로 가뜩이나 캐리와의 결혼에 자신이 없어하던 빅을 더욱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어쨌든 그날 밤은 캐리의 활달한 태도로 빅의 고민은 묻혀 넘어간다.
그러나 그 후 내내 망설이던 빅은 결혼식 날 결국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고 전화로 캐리에게 결혼할 자신이 없다고 한다. 그는 곧 자신의 말을 후회하지만 캐리는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이미 신혼여행지로 예약돼 있던 멕시코로 어쩔 수 없이 3명의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캐리는 그곳에서 나름대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낸다.
해피엔딩으로 반전
뉴욕으로 다시 돌아온 캐리는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세인트루이스에서 뉴욕으로 사랑을 찾으러 왔다는 루이스(제니처 허드슨 분)를 비서로 채용한다. 그리고 결혼을 위해 팔았던 옛 집을 웃돈을 주고 되사서 이사한다.
일상은 계속된다. 미란다는 아들과 함께 차이나타운의 셋집으로 이사하고 불임부부인 줄 알았던 샬롯은 뜻밖에 임신을 하게 되면서 기뻐 어쩔 줄 모른다. 캐리는 작가로서 직업에 다시 충실해지려고 애쓴다. 그녀가 20대인 비서 루이스와 바에서 나누는 대화 중에서 “20대는 즐기고 30대는 지혜로워져야 하며 자기와 같은 40대는 술만 사면 된다”라고 말하는 것은 당시 그녀의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시간은 흘러 새해 전야가 다가왔다. 눈 내리는 밤, 짝이 있는 샬롯과 사만다는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반면 캐리와 미란다는 쓸쓸한 밤을 보내다 견디다 못한 캐리가 미란다의 집으로 달려간다. 외로운 밤을 보내기는 빅과 스티브도 마찬가지다.
새해가 밝고 4총사는 뉴욕에서 재회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이어서 찾아온 밸런타인데이 때 싱글로 둘만이 만난 자리에서 캐리에게 미란다는 결혼식 전날 그녀가 빅에게 ‘결혼은 모든 것을 망쳐버린다’라는 말을 했고 결과적으로 이 말이 캐리의 결혼을 망쳐버린 것 같다고 고백한다. 캐리는 그동안 미란다가 자신에게 그 중요한 사실을 숨겨온 데 대해 화를 내지만 결국은 용서한다. 미란다 역시 마침내 스티브를 용서하고 그와 재결합한다. 한편 사만다는 타고난 천성 탓에 일상의 권태를 참지 못하고 스스로 스미스를 떠나기로 한다.
어느 날 만삭의 샬롯은 한 레스트랑에서 우연히 빅과 조우한다. 캐리에게 잘못한 일에 대해 빅을 맹렬히 비난하던 샬롯은 그만 양수가 터지고 만다. 빅의 도움으로 딸을 순산한 샬롯 부부는 행복해하면서 뒤늦게 병원에 도착한 캐리에게 빅이 꼭 만나고 싶어한다고 말해준다. 그간의 정황을 모두 파악한 캐리는 빅이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침내 그들은 하객도 없이 시청에서 그들만의 조촐한 결혼식을 올린다. 그리고 결혼식 후 빅이 몰래 초청한 캐리의 4총사 멤버와 오붓한 피로연을 즐긴다.
4총사는 다시 모여 그들 중 최고 연장자인 사만다의 50회 생일을 자축한다. 그들은 다가오는 또 다른 50년을 위해 건배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 맛있는 술을 그동안 왜 마시지 않았을까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서는 4총사를 중심으로 칵테일을 마시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온다. 그중에서도 명시적으로 뚜렷이 등장하는 칵테일 중 하나는 마가리타(Margarita)다. 충격적인 실연의 아픔을 안고 멕시코에 온 캐리는 기분 전환을 위해 친구들과 함께 현지 레스토랑에 간다. 거기서 사만다가 멕시코의 정취를 맛보기 위해 호쾌하게 마가리타를 주문한다. 샬롯이 자기는 마시지 않겠다고 하자 캐리가 그러면 자신이 두 잔을 마시겠다고 한다. 이어서 잔의 테두리 색깔이 각각 다른 아름다운 잔에 담긴 마가리타가 서빙된다. 그들은 흥에 겨워 마가리타를 마시고 한 잔씩 다시 한 번 주문한다.
멕시코 휴양지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등장하는 멕시코의 대표 칵테일 마가리타는 그렇다 하더라도 이 영화에서 가장 상징적인 칵테일은 역시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이다.
흔히 코스모(Cosmo)로 줄여 부르기도 하는 이 칵테일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4총사가 바에서 마지막 파티를 열 때 그 모습을 보인다. 4총사는 코스모폴리탄을 주문해 함께 마신다. 그러면서 샬롯이 정말 맛있다고 말하자 미란다가 이 맛있는 술을 그동안 왜 마시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새삼스러운 듯 응답한다. 이 말에 캐리가 너무 흔해져서 그렇다고 하니까 사만다가 역시 옛날 것이 좋은 것이라고 하면서 코스모폴리탄을 음미한다.
이 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코스모폴리탄은 원래부터 지명도가 꽤 있는 칵테일이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일반인에게 그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역시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통해서였다. 드라마 전편에 걸쳐 4총사 중 주인공 격인 캐리가 친구들과 만날 때 종종 코스모폴리탄을 주문하자 이의 영향으로 특히 젊은 여자들을 중심으로 이 칵테일이 크게 유행한 것이다. 이 때문에 4총사의 대화 중에 캐리가 말한 것처럼 이제는 웬만한 사람들도 마실 정도(“because everyone else started”)로 너무 흔해져서 그들은 오히려 그동안 잘 마시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섹스 앤 더 시티 칵테일’로도 불리는 이 칵테일은 구체적으로 어떤 술일까?
핑크색 오리지널과 화이트색 변형 칵테일
코스모폴리탄은 보드카를 베이스로 코인트로, 라임주스, 크랜베리주스를 섞은 것이다. 재료들을 얼음과 함께 셰이킹(shaking) 한 다음 서빙하게 된다. 보드카는 일반 보드카를 사용해도 무방하나 가향 보드카의 일종으로 레몬 향이 나는 보드카 시트론(Vodka Citron)을 사용하는 것이 오리지널 레시피다. 오렌지 리큐어로는 코인트로(Cointreau)를 쓰는 것이 가장 좋고, 보통은 가격이 조금 저렴한 일반 트리플 섹(Triple Sec)을 이용한다. 코인트로는 트리플 섹 타입 리큐어의 한 제품명으로 프랑스산이다. 알코올 농도가 40%인 코인트로는 보통 트리플 섹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간주되고 있다. 라임주스는 신선하게 갓 짠 주스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크랜베리주스는 색깔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데 알코올 농도를 너무 희석시킬 정도로 많이 혼합하는 것은 피한다. 완성된 칵테일은 영화에서와 같이 아름다운 엷은 핑크빛을 띤다.
코스모폴리탄의 변형 칵테일로 화이트 코스모폴리탄(White Cosmopolitan)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보통의 붉은 크랜베리주스 대신에 화이트 크랜베리주스를 사용한 칵테일을 말한다. 화이트 크랜베리주스는 크랜베리가 완전히 숙성해 본격적인 붉은색을 띠기 전 상태에서 수확해 만든 주스다. 오리지널 크랜베리주스에 비해 신맛이 덜하다.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렵다.
코스모폴리탄은 보통 마티니글라스라고도 하는 칵테일글라스에 담겨 서빙된다. 영화에서도 캐리 일행이 전형적인 마티니글라스에 담겨 나온 코스모폴리탄을 마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때문에 코스모폴리탄을 마티니의 일종으로 잘못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칵테일에 관한 전문 서적에서도 코스모폴리탄을 코스모폴리탄 마티니(Cosmopolitan Martini)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칵테일 장식으로는 항상 라임웨지(lime wedge)를 사용하는데 영화에서도 칵테일 잔에 담긴 라임웨지를 볼 수 있다.
코스모폴리탄 칵테일의 기원에는 몇 가지 설로 논란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1970년대 미국 내의 몇몇 다른 바텐더에 의해 각각 독립적으로 개발됐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코스모폴리탄 칵테일을 한 번도 보지 못한 독자라면 오늘 이 술을 한 잔 마셔보는 것은 어떨지. 항상 즐겨 마시던 4총사도 ‘이 맛있는 술을 그동안 왜 마시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했으니 처음 이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는 과연 어떤 느낌으로 다가갈지 궁금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