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이 대만 문제에 관여할 지에만 관심
트럼프 “대만 무기 판매에 서명 유보” 밝혔으나
미국, 대만에 무기 팔지 않겠단 약속 지킨 적 없어
미중 무역·투자위원회 생겼으나 희토류 무역은 연구 중
미국은 중국에 핵심 반도체 수출 및 기술이전 생각 없어
미 의회 법안 덕에 중국 대미 투자, 미국 대중 투자 전부 난항
미국 중심 글로벌 공급망에 있는 韓, 선택과 집중 필요한 때
그러나 회담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양국은 처음부터 승패를 다툴 의향이 없었다. 이번 회담의 본래 목적은 각자의 입장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 그 방식을 모색하는 데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월 15일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차담회를 갖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구’라고 부르면서 “우리는 환상적인 무역 합의를 이뤄냈다”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집무실과 관저 등이 있는 중난하이는 1972년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마오쩌둥 주석과 미중 화해를 논의한 ‘미중 데탕트’의 상징적 장소다. 신화/뉴시스
한국은 제3자의 입장에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시 주석은 우리의 지도자가 아니다. 회담의 승자가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한국에 이 회담이 어떠한 의미를 갖고,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하다.
미중 각자의 관심사가 명확해진 회담
이번 회담에서 미중관계의 새 판을 위한 각자의 입장과 관리 기제의 운영 수준 등이 명확해졌다. 중국 외교부의 회담 결과 발표 문건, 5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폭스뉴스 인터뷰와 이튿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NBC 뉴스 인터뷰, 백악관의 팩트시트를 종합하면 회담의 핵심은 세 가지다. 각자의 최대 관심사를 밝히고, 관리의 수준과 범위를 정하고, 각자도생을 선언하는 것이었다.이번 미중 정상회담으로 양국의 유일한 관심사가 드러났다. 미국은 오롯이 중국 시장의 개방 확대에만 관심이 있고, 중국은 오롯이 미국이 대만 문제에 관여할지가 궁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집권기부터 미국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중국의 차별 대우와 진입 장벽 문제를 줄곧 지적했다. 중국은 1972년 미국과 관계 정상화 때부터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명확한 입장을 주문했다.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미국도 따라 달라는 이야기다. 중국과 수교한다면 대만과 손을 끊으라는 의미다. 하지만 미국은 ‘하나의 중국’을 ‘원칙’이 아닌 ‘정책’으로 유지했다. 외교에선 원칙이 약속의 의미를 가졌기 때문이다. 지키지 않을 경우, 중국의 대응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암묵적인 뜻이 있다. 반면 정책은 구속력이 없다.
따라서 미국은 대만과도 관계를 끊지 않는다. 오히려 대만이 중국에 대한 대항력을 갖도록 돕기도 한다. 대표적 예가 1979년 ‘대만관계법’과 1982년의 ‘6대 보장(Six Assurances)’ 등이다. 전자는 대만과의 경제, 문화, 안보 관계 유지와 대만의 자위적 방어 수준 유지를 위한 무기 판매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후자는 비평화적 수단으로 대만의 미래를 결정하는 처사를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조건을 추가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중국은 불만을 표출해 왔고, 이를 제약하기 위한 미중 간의 협상이 이어졌다. 그 결과 1982년 8월 17일에 이른바 ‘8·17 공동성명(Joint Communique)’이 발표됐다. 해당 성명에 따라 미국은 성명이 발표되던 시점의 수준을 넘지 않는 선에서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축소할 의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 성명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성명 발표 한 달 전인 그해 7월 미국은 대만에 6대 보장 안(案)을 구두로 제시했다. 이 안에 따르면,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기한을 정하지 않고, 중국과도 판매 내용을 사전 협상하지 않는 조건을 보장했다. 하나의 중국 속에서 대만과의 관계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양안 관계의 중재자 역할을 거부하지만, 중국과의 협상도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정확히 했다.
이 같은 배경을 보면 알 수 있듯 대만 무기 판매에 서명을 유보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외신 및 해외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압박에 굴복해 44년 전 중국과 사전 협의하지 않는 대만과의 약속을 저버렸다고 이구동성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중 “대만의 독립 반대”와 “9500마일 떨어진 곳에서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발언을 대만 방어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 대통령과 같은 입장을 재연했을 뿐이다. 다만 더 노골적으로 표현을 했을 뿐이다. 전임자들과 같이 그는 대만에 무기를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
미중관계 무역 재개는 하위 품목 수준에 집중
미중 양국 지도자는 무역 관계 개선에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들이 합의한 미중 무역·투자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신설에서도 농축산물 등 양국에 크게 중요하지 않은 교역 품목만 다룬다. 중국은 미국산 쇠고기와 가금류 제품의 수입 확대를 위한 비관세 장벽을 완화하는 데 합의했다. 일시적으로 보류·중단했던 미국산 쇠고기 도축 및 가공 공장 425곳의 수출 자격을 회복 및 갱신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전파 위험 등으로 보류한 미국 업체 등록을 다시 승인했다. 이로써 이들 제품의 중국 수출 길이 다시 열렸다.
쇠고기를 미국 국토 모양으로 잘라놓은 사진. 미중 정상회담 고기를 미국 국토 모양으로 잘라놓은 사진. 미중 정상회담 결과 미국산 소고기의 중국 수출이 재개됐다. 동아DB
반면 희토류 수출 통제의 공동연구에는 관심이 모인다. 올해 11월 10일에 중국 희토류 통제 유예 기간이 만료된다. 양국이 미리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찾겠다는 의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미중 양국의 무역 관리 수준은 농산물과 공산품 등 일반 소비재에 국한돼 보인다. 소비재에 대한 양국의 상호의존도가 높은 만큼 양국 국민경제의 부양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미 투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만 해도 중국의 투자를 미국 이익에 위협으로 정의했다. 그랬던 그가 5월 14일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미 투자를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 의회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의회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속성이 강하다. 미 의회는 2018년부터 수십 개의 법안 발의로 중국 견제의 근간을 마련했다. 중국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에서부터 증시와 금융, 정보통신 산업, 미국 군사기지 부근의 부지 및 농지 등 부동산에까지, 전방위적으로 중국의 대미 투자를 금지하는 법안들이었다. 의회를 넘지 못하면 중국의 대미 투자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엔비디아의 HB200 반도체의 중국 판매(수출)를 승인했다. 이 반도체는 고성능 AI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여기에 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을 중국 방문 수행단에 포함했다. 그 외에도 수많은 핵심 미래 산업의 총수(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를 대동했다. 그러나 이런 처사는 중국이 원하는 대중국 핵심 반도체 수출과는 무관하다. 단지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미래산업 역량을 시 주석에게 자랑하기 위한 행동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대중국 관계의 핵심 주체, 미 의회라는 점 명심해야
이란과의 종전 사안에 대해서도 미국은 “이란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도움이 필요 없다”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중국의 도움 대신 지지가 필요한 형국이다. 이란 문제 해결에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요한데, 이때 중국도 미국을 지지해 달라는 이야기다. 이란의 핵무장,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와 통행료 문제에 중국이 확실히 반대 입장을 표명해 달라는 것이 미국의 부탁이었다. 시 주석이 이 문제에 대해 명확히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만족을 표했다. 중국의 공개 지지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을 정당화하고 이란을 압박할 수 있게 됐다. 이란 전쟁 중재에 나서고 싶었던 중국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이번 미중 정상회담으로 한국이 성찰해야 부분과 명심할 점이 뚜렷해졌다. 성찰할 점은 외신과 외국 전문가의 관점과 해석에 과도하게 휩쓸리는 경향이다. 뉴욕타임스가 5월 13일 외교 실권자가 아닌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도 아닌 한정(韓政, 서열 8위)을 내보냈다는 이유로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홀대했다고 주장했다. 대다수의 한국 언론사들은 이 내용을 여과 없이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외교 의전과 중국 정치, 특히 대미 의전의 전통을 모르고 한 소리다.
2014년 오바마 국빈 방문 때 양제츠(杨洁篪) 외교 담당 국무위원이 영접을 맡았다. 양제츠는 외교 실권자도 아니고, 한정보다 공산당 서열이 한참 낮은 인사다. 중국이 외교부장(장관)을 내보낸 전통에서 사상 처음 서열 8위를 파견한 전례에 없었던 사실을 간과한 평가였다. 이런 식으로 해외 보도와 전문가의 해석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자세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 한국만의 전문성으로 미중관계를 봐야 한다.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 때 영접을 맡았던 양제츠(杨洁篪) 당시외교 담당 국무위원. 신화통신
명확해진 미중 ‘경제 전쟁’ 양상
이번 정상회담으로 미중 간 경제 전쟁의 양상이 명확해졌다. 미국은 앞으로 중국과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할 의지도 없고 경쟁할 결의만 확고히 한 것이 드러났다. 중국도 자국의 인공지능(AI) ‘딥시크’의 개발을 계기로 첨단 산업에 대한 자신감을 찾은 상태다. 지난해 8월에는 AI에 쓰이는 고사양 반도체의 자주 생산을 위한 투자 확대도 결정했다. 미국 엔비디아 HB200 반도체 수출에 시진핑이 무관심했던 이유다. 즉, 양국 간에 협력할 지점은 없고 이제는 경쟁만 존재할 뿐이다. 이것이 현실이다.이제 한국의 자리매김을 확고하게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더 이상 망설여서는 안 된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의 전력산업 위치를 현실적으로,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에 함께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직시하고 인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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