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호

“마음이 긴장하면 몸은 생식을 후순위로 미룬다”

[기획 | ‘위기를 기회로’ 저출산 고령화 시대] 25년 차 난임 전문의 김주영 원장의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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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6-06-08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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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임 판정 자체가 난임 부르는 ‘심리적 장벽’

    • 수치와 확률 너머에 존재하는 ‘개별 변수’

    • 수면마취의 일상화에 던지는 ‘의학적 경고’

    • 기도하는 미혼 의사, ‘공감’이라는 또 다른 치료법

    김주영 전주 새란산부인과의원 원장은 “통증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불필요한 위험을 줄이는 것이 환자를 위한 진정한 선택”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이승주 프리랜서

    김주영 전주 새란산부인과의원 원장은 “통증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불필요한 위험을 줄이는 것이 환자를 위한 진정한 선택”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이승주 프리랜서

    “임신이 잘 되지 않으면 사람이 얼마나 예민해지는지 아세요? 말 한마디에도 깊게 상처를 받고, 그 스트레스가 결국 생식기능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해요. 나이가 많다고, 특정 질환이 있다고, 자궁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임신이 안 되는 건 아니랍니다. 임신에는 정말 ‘절대’라는 게 없어요. 쉰 살 여성이 폐경인 줄 알고 병원에 왔다가 초음파에서 아기집이 확인된 경우도 있으니까요. 또 어떤 분은 ‘제 자궁으로는 안 될 것 같다’며 대리모를 쓸 생각으로 친동생과 함께 저를 찾아왔다가 결국 임신에 성공했죠.”

    미혼의 여의사로 전북 전주시에서 25년째 시험관아기시술(IVF) 현장을 지켜온 김주영 새란산부인과의원 원장은 ‘난임’이라는 진단 자체가 또 다른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난임 판정이 환자를 더 위축시키고, 그 불안이 다시 임신을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임신에는 절대적인 공식이 존재할 수 없다”며 “의사가 관성적으로 시험관아기시술(IVF)을 반복하는 현실 역시 문제”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지금까지 약 2만 건의 난임 시술(인공수정·IVF)을 시행하며 “속도보다 정성, 시술 건수보다 결국 임신해야 하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살피고 싶다”는 소신을 지키고 있다. 수치와 프로토콜 너머, 사람의 에너지와 감정까지 치료의 일부라고 믿는 김 원장에게 난임 치료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그녀와의 일문일답. 

    ‘천하태평’한 마음이 임신 돕는다 

    “난임이 난임을 부른다”는 표현이 와닿는다. 

    “‘너무 조급해하면 임신이 더 안 된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여성의 몸은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가 하나의 축으로 연결돼 있어 임신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불안과 스트레스로 코르티솔 분비가 증가하고, 그 영향으로 GnRH(생식호르몬 분비를 시작하는 신호)가 억제된다. 결국 배란과 착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잠이 잘 오지 않고, 짜증과 우울감이 반복되면서 폭식이나 식욕 저하로 이어지기도 하고, 부부관계가 어려워지면서 리비도(성욕) 역시 떨어진다. 생활 리듬과 몸, 정신이 계속 긴장 상태에 있으면 인체는 ‘지금은 생식이 우선이 아니다’라고 판단해 후순위로 밀어버린다.”



    난임 병원에 갔다가 더 난임이 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나친 희망 고문, 그러니까 우물가에서 김칫국부터 마시는 식의 과도한 기대를 심어선 안 된다. 실패했을 때 좌절이 더 커질 수 있다. 임신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자궁근종이 있고 내막증도 심하고 난소 기능도 좋지 않아 IVF를 반복하던 여성이 ‘몇 달 쉬겠다’고 하더니 자연임신에 성공해 돌아온 적도 있다. 또 한번은 나와 두 차례 IVF를 진행하면서 거칠게 항의한 여성이 다른 병원에서 여섯 번 더 시도한 끝에 실패하고 반쯤 포기한 상태로 다시 찾아왔다. 여기 병원에 남아 있던 동결 배아 하나를 이식했는데 결국 임신에 성공했다.”

    네이버 ‘난임’ 카페에 올라온 사연 중에는 IVF를 20차 실패한 뒤 포기하고 입양을 했는데, 뒤늦게 자연임신이 된 경우도 있더라.

    “그럴 수 있다. 의학적으로 보면 임신과 출산은 결국 확률 게임에 가깝다. 염색체에 이상이 없고 DNA 손상이 적은 건강한 정자와 난자가 만날 확률, 착상 과정에서 면역반응, 혈류, 호르몬 분비, 자궁내막 상태, 착상 타이밍이 모두 조화를 이룰 확률이 겹쳐야 한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과락 없이 조건이 맞아야 하는데, 임신을 향한 초조함과 강박관념이 그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예부터 천하태평하거나 매사에 무던한 여성이 임신이 잘 된다고 했는데, 정말 일리가 있는 말이다.”

    임신(출산) 성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배아(수정란)인가.

    “배아는 쉽게 말해 시험장에 들어가는 응시생과 같다. 37세 이전에는 자연배란이든 과배란이든 건강한(염색체 이상이 없는) 난자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37세 이후부터는 건강한 난자를 만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나이가 들수록 한 번의 시도에서 모든 조건이 동시에 맞아떨어질 확률이 낮아진다. 그래도 건강한 난자와 정자가 수정돼 염색체에 이상이 없는 정상 배아만 나온다면, 임신율 자체는 30대 초반과 큰 차이가 없다.”

    불편하더라도 ‘불필요한 위험은 줄이자’는 주의 

    수도권 대도시에서는 40대 이상 고령 부부가 IVF를 많이 하는데, 전주는 어떤가.

    “전북 사람들은 느긋한 품성 때문인지, 어찌 보면 우유부단한 건지, 결혼하고 10년 이상 아이가 안 생기는데도 인공수정(IUI)이나 IVF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폐경을 앞두고 찾아오는 경우도 꽤 있다. 생리주기가 너무 빨라지거나 월경량이 줄어서 병원에 왔다가 임신을 원하기도 한다.”

    고난도 난임 케이스라면 동네 병원보다는 배양기술력이나 연구개발(R&D) 측면에서 앞서 있는 이른바 메이저 병원으로 가는 것이 훨씬 낫지 않나. 

    “IVF 시술을 오랜 기간 많이 해온 곳이라면 아무래도 배양기술력이 탄탄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수정이나 IVF 1~2차 정도는 우선 가까운 병원에서 시작해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유명한 병원에서 3차까지 시도했는데 임신에 실패한 경우에도 병원을 옮겨 의사와 배양 방식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원장님은 난자채취술에 진통제만 사용하고 수면마취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사실 대부분의 의사가 수면마취를 한다. 거의 모든 환자가 원하고 의사 입장에서도 난자 채취 속도와 정확도를 고려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수면마취는 편안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의학적으로는 리스크를 동반할 수 있다. 호흡곤란이나 저산소증 같은 문제가 예기치 않게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요즘은 피부과나 성형외과, 내시경검사에서도 수면마취를 흔하게 사용하지만, 그 ‘일상화’가 곧 ‘안전함’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특히 난자 채취는 시술 시간이 짧다. 숙련된 의사들은 몇 분 안에 끝내는 경우도 많다. 그 짧은 시술을 위해 전신마취에 가까운 진정 상태를 유도하는 게 과연 항상 필요한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불필요한 위험은 줄이자’는 쪽을 선택한다.”

    난자를 채취할 때 국소마취만 했더니 따끔따끔한 정도로 아팠다는 여성도 있고, 너무 아팠다고 하는 이도 있다. 왜 그런가. 

    “심리적으로 긴장을 많이 할수록 통증을 더 예민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통증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난자 채취 과정에서 자궁을 한 번 통과해야 하는 경우, 난소 위치가 깊어 접근이 까다로운 경우, 또는 채취 개수가 많아 바늘이 들어가는 횟수가 늘어나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무리하게 참으라고 하지 않고 마취과 선생님과 함께 수면마취를 진행한 후 난자를 채취한다. 호흡과 전신 상태를 계속 확인하면서 시술해야 하기 때문이다.”

    섬세한 ‘손기술’과 ‘감각’이 성패 좌우

    수면마취로 인해 호흡곤란이 올 수도 있나. 

    “극히 드물지만 가능성은 있다. 많은 사람이 수면마취를 ‘가벼운 수준의 마취’ 정도로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호흡을 억제할 수 있는 약물을 사용하기에 계속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진정이 깊어지면 호흡이 느려지거나 산소포화도가 떨어질 수 있고, 기도가 좁아지면서 호흡이 일시적으로 불안정해지는 사람도 있다. 요즘은 내시경이나 피부과 시술에서도 수면마취를 흔하게 사용하지만, ‘편안하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쉽게 선택되는 측면도 있다. 수면마취는 단순히 잠을 재우는 개념이 아니다. 호흡·산소포화도·심박수까지 계속 확인하며 진행해야 하는, 의학적 관리가 필요한 상태라고 봐야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를 떠올린다면?

    “서울의 메이저병원에서 IVF를 무려 열네 번이나 시도했는데도 실패한 40세 사업가가 날 찾아왔다. 난소 기능은 괜찮아 난자가 잘 자라는 편이었지만, 자궁에 큰 문제가 있다며 대리모까지 권유받았다고 하더라. 친동생을 대리모로 해서 IVF를 진행하고 싶다고 하기에 ‘너무 서두르지 말고, 본인 자궁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고 달랬다”

    대체 자궁에 어떤 문제가 있었나.

    “자궁이 심하게 후굴된 상태였다. 정상처럼 앞으로 기울어진 형태가 아니라 뒤쪽, 그러니까 척추 방향으로 아주 심하게 꺾여 있었다. 초음파를 봐도 자궁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난자 채취나 배아 이식은 보통 복부 초음파를 보면서 진행하는데, 그게 거의 불가능했다. 질식 초음파를 이용해 어렵게 배아 이식을 했는데 말처럼 쉬운 시술이 아니다. 질경이 들어가 있고, 테나큘럼(집게 형태의 의료기구)으로 자궁경부를 잡은 상태에서 그 좁은 공간 사이로 카테터(몸 안에 액체를 넣을 때 쓰는 아주 가늘고 긴 튜브 형태의 의료기구)를 넣으면서 동시에 초음파까지 확인해야 했다. 시야 확보도 어렵고 손의 각도도 제한돼 땀을 뻘뻘 흘리면서 시술했던 기억이 난다.”

    임신에 성공했나.

    “임신 성공은 물론이고 출산까지 무사히 이어졌다.”

    난자를 채취하고 배아를 이식할 때 생식기 위치와 모양이 비정상적인 경우는 의사의 경험이 성패를 좌우할 것 같다. 

    “특히 배아 이식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을 정확하게 찾아 들어가야 하는 과정이다. 자궁이 심하게 꺾여 있거나(후굴), 경부가 좁거나 방향이 틀어져 있으면 난도가 확 올라간다. 이럴 때는 단순히 기구를 넣는 게 아니라, 각도를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길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으로 접근해야 한다. 경험이 부족하면 중간에 저항이 생기거나 불필요한 자극을 주게 되고, 착상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배아 이식은 손기술도 중요하지만 감각이 좋아야 한다. ‘조금 더 부드럽게, 조금 더 정확하게’ 들어가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환자의 간절함에 몰입하는 ‘공감’의 시너지 

    매년 30만 명 이상이 난임 치료를 받는다. 난임 환자들이 어떤 의사를 선택하는 게 좋을까. 

    “과잉 검사나 시술을 남발하는 의사가 적지 않다. 자궁내시경만 해도 그렇다. 많은 사람이 간단한 검사 정도로 생각하는데, 그렇게 ‘가볍게 여기고 아무 곳에서나 받을 시술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누가, 어떻게 시술하느냐에 따라 자궁 상태가 좋아지기도 하지만, 유착이 생기기도 한다. 또 시술 방식이나 기구 관리, 의사의 숙련도 차이도 결과에 영향을 준다. 양심적이고 경험이 풍부한 의사를 선택하는 게 최선이지 않을까 싶다.”

    미혼인 여의사가 임신의 간절함을 진정 이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기도 하는데? 

    “결혼이나 출산 경험보다 얼마나 깊이 공감하고 몰입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나는 임신을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 아침저녁으로 기도한다. 보고만 있어도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데, 환자 자신은 얼마나 힘들겠나. 이름을 따로 적어두고 한분 한분 떠올리면서 간절하게 기도한다. 항상 환자의 처지에서 고민하고 끝까지 책임지려는 의사로 살고 있다.” 

    김주영
    ● 1970년 전북 전주 출생
    ● 전북의대 졸업
    ● 전북대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및 전임의 과정
    ● 전 광주CL병원난임센터 진료과장
    ● 現 새란산부인과의원 원장


    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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