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자본이 대우건설을 사들일 경우 5000억원이 넘는 서울역 앞 사옥을 팔아 인수자금을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옛 대우그룹 계열사 중 그동안 매각 작업이 활발하게 추진된 곳은 대우종합기계 대우정밀 대우캐피탈 대우건설 4개사. 이 가운데 두산중공업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한 대우종합기계, 효성과 KTB네트워크를 복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한 대우정밀의 매각은 올해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대우캐피탈은 내년초쯤 인수자가 결정될 전망.
다른 계열사와 달리 대우건설은 자본금 1조67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회사인데다 시공능력 평가 순위 국내 3위, 수주 잔고 15조원 규모의 ‘알짜배기’ 회사라 누가 인수하냐에 따라 건설업계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매각 작업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산관리공사와 공자위가 정한 내년초 예비입찰-상반기 매각 완료 일정에 대해 벌써부터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계획 자체가 막연한 기대 또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의 ‘덩치’가 너무 크다는 게 매각이 순탄치 않게 진행되리라는 예측을 낳는 첫 번째 요인이다.
대우건설의 자본금은 1조6700억원 규모. 따라서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가진 출자전환 주식 47%를 포함해 12개 채권금융기관이 가진 84%의 지분 중 50%+1주를 우선 매각한다는 공정위 방침에 맞춰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8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합치면 1조원이 훨씬 넘는 인수 대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에선 당장 이만한 돈을 끌어들일 능력을 가진 건설회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매각 주간사 입찰에 참여했던 한 증권사 M&A팀 관계자는 “한마디로, 돈이 있는 회사는 인수 필요성을 못 느끼고 대우건설을 필요로 하는 회사는 돈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우건설은 기술력과 시공 능력을 겸비한 대형 건설사의 축적된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중소형사가 넘보기에는 너무나 덩치가 크고 이미 토목, 플랜트, 주택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비한 대형 건설업체는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 인수는 단순히 투자에 따른 수익성이 있냐 없냐에 따라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향후 건설경기 전망, 해외사업 리스크 여부, 인수 후 운영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에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따라서 그룹 차원에서라면 모를까 건설업체 자체적으로 검토,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 역시 이러한 부담을 의식한 듯 “그룹 차원이건 회사 차원이건 지금까지 대우건설 인수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分家한 LG가 관심 가질까
한때 건설업계에는 LG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그럴 듯하게 나돈 적이 있다. LG건설의 자금력이 괜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다 주택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공공, 토목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우건설에 관심을 가질만 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었다. 주택 부문의 비중이 40% 이하로, 삼성·LG 등 다른 업체에 비해 낮은 대신 토목분야 비중이 높은 대우를 인수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큰 업체가 LG건설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대우가 이미 확보한 15조원의 수주잔고는 3년반치 일감에 해당한다.
이러한 분석은 LG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구씨-허씨 집안간 분가(分家) 작업이 이뤄지면서 LG건설이 허씨 계열의 GS홀딩스 산하로 편입됨에 따라 건설회사를 잃는 LG그룹 입장에선 대우건설 인수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시나리오와 맞물려 더욱 설득력있게 유포되었다.
그러나 매각 주간사 결정 이후 LG측은 한 발 빼는 기색이 역력하다. LG 관계자는 “대우의 공공부문 영업 네트워크가 탐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1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정도로 매력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LG건설도 사업분야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