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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밥통’ 국책연구소 민영화해 경쟁에서 지면 망하게 하라”

재야 경제학자의 현장 고발

“‘철밥통’ 국책연구소 민영화해 경쟁에서 지면 망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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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선진국에선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거대한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유지하는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이 민간에 위탁하거나 민간 컨설팅기업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나라를 보더라도 세계 10대 컨설팅회사 등 민간 컨설팅기업으로 유명한 곳은 많아도 정부 출연연구기관으로 유명한 곳은 거의 없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공익 목적의 연구기관조차 민간기업들이 기부금을 출연하여 조성한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민간 전문컨설팅기업은 재벌 계열 연구소를 제외하면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전문 두뇌집단이 제대로 성장할 리 없다. 민간 전문컨설팅기업이 활성화되면 장기 침체에 직면한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다양한 방안이 치열한 경쟁을 거쳐 검토되고 여과되어 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다. 바로 이것이 민간 전문컨설팅기업의 활성화가 중요한 이유다.

따라서 정부정책 연구용역 시장을 하루빨리 개방하여 경쟁체제를 적극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민영화해야 한다.

비현실적인 임금구조

우리나라의 정책 연구용역 시장이 경쟁의 무풍지대라는 근거를 필자가 운영하는 연구소의 경험을 들어 설명해보자.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정책연구의 질을 높이고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정책연구 용역을 민간 연구기관에도 개방하여 경쟁을 촉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연구용역의 인건비 단가가 최고 전문가인 프로젝트 매니저(PM)의 경우 기획예산처는 월 180만원(연봉 환산 약 2000만원), 재경부나 산자부는 월 250만원(연봉 환산 약 3000만원)으로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데다 부처마다 일정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민간 전문컨설팅기업이 참여하기 어렵다. 책임연구원의 인건비 단가가 이 정도라면 나머지 연구원의 인건비는 더 말할 나위없다.

더욱이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시간을 이르는 이른바 ‘월간 참여율’을 50% 이하로 제한하여 실제 프로젝트 매니저의 인건비가 월 90만~125만원에 불과한 형편이다. 대학생 아르바이트 수준의 인건비인 셈이다. 이런 인건비를 받고 정부 정책연구용역에 참여할 민간 전문컨설팅기업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경우에는 정부보조금으로 인건비가 지급되고 있으므로 용역수주 인건비까지 합하면 민간 컨설팅기업에 비해 2배 이상의 인건비를 받는 셈이다. 게다가 전문컨설턴트 1인당 월 3000만∼5000만원의 인건비를 책정하는 외국계 컨설팅기업과 비교하면 국내 민간 컨설팅기업의 현실은 더욱 참담한 실정이다.

이처럼 비현실적인 인건비 단가는 또 다른 진입 장벽을 형성할 뿐, 결코 민간 전문컨설팅기업이 참여해 정책연구의 질을 향상하는 데 기여할 수 없다. 이런 불합리한 규정은 1억원 규모의 정책연구용역을 시행할 경우 정부출연 연구기관조차 ‘사기’를 치지 않으면 안 되는 기형적 현실을 낳고 있다. 예컨대 3명의 연구인력이 5개월이면 마칠 수 있는 정책연구용역이라 할지라도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서는 참여인원을 10명 이상으로 부풀리거나 연구기간을 10개월쯤으로 늘이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앞서 말한 인건비 단가로는 도저히 1억원의 용역비용을 채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비현실적인 인건비 규제가 이런 눈속임 행위를 조장하는 셈이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컨설팅기업은 연구인력이 많지 않으므로 이런 식으로 부풀리기를 하려야 할 수도 없다. 더욱이 정부가 외국 컨설팅기관에 연구용역을 발주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인건비 단가를 인정해주는 것도 부당한 역차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연구비 부풀리기와 눈속임

이와는 달리 특정 기금이 우리 연구소에 용역한 정책연구사업을 수행했으나 오히려 비용의 일부를 환급당한 예도 있다. 두말할 필요없이 민간 컨설팅기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가능한 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익을 창출하는 조직인 것이다. 따라서 야간근무나 공휴일 근무를 해서라도 비용을 절감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행 규정은 용역을 모두 마친 후에 또다시 용역 비용을 정산하게 하여 민간 컨설팅기업에 이중의 부담을 지게 하고 있다. 즉 연구용역 결과는 매우 훌륭했지만 규정상 비용을 어떻게 썼는지에 대해 사후정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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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장 ksone@kse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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