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립된 블록을 이어 붙이면 거대한 상선이 완성된다.
트러스트 홀 바로 앞에는 ‘그랜드 블록 숍’이 우뚝 서 있다. 2008년까지만 해도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직원들의 주차장으로 사용됐지만, 2007년 수주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노사합의를 통해 증설한 공장이다.
공장 안내를 맡은 홍보2팀 김형식 차장은 “그랜드 블록 숍은 새로운 노사문화를 상징하는 건물”이라며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대우조선해양의 생산능력을 높여 함께 발전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조선소는 ‘투쟁’의 대명사처럼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다. 이른바 ‘골리앗 투쟁’이 가능한 곳이 조선소 아니던가. 그랜드 블록 숍은 선박의 각 부분 조각이 조립돼 블록으로 만들어지는 곳이다. 각자 따로 존재하던 부품이 모아져 하나의 블록을 형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랜드 블록 숍은 첨예하게 대립했던 노사가 과거 대결구도를 딛고 이제는 상생 발전의 파트너로 새로운 관계에 들어섰음을 웅변하는 듯했다.
제1도크로 향하는 조선소 곳곳에는 절단 작업을 마친 판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고, 조립된 블록을 운반하는 차량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하나의 상선이 만들어지는 데 들어가는 철판의 수는 대략 1만개로 비행기에 들어가는 철판 수보다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대우조선해양은 고유의 생산방식에 따라 손실을 최소화하는 라인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신 IT 기술을 기반으로 전사 네트워크를 이용해 설계에서부터 생산, 인도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을 전산시스템으로 관리, 운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외국 조선업체보다 선박을 빨리, 그리고 더 잘 만들 수 있는 비결이 효율적인 생산 공정 관리에 있는 셈이다.
김형식 차장은 “중국이 값싼 인건비로 무장해 조선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우리를 따라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며 “수많은 공정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길이 531m에 달하는 제1 도크에서는 두 대의 배가 동시에 조립되고 있었다. 앞에 있는 배는 선체가 모두 완성된 형태로, 뒤에 있는 배는 절반만 만들어진 채로 블록이 조립되고 있었다. 이른바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시도한 ‘Tendem 공법’이다. 조선업계에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으로까지 칭송받는 이 공법은 이제 웬만한 조선소에서 모두 따라 하고 있을 정도로 그 효용성이 입증됐다.
생산관리팀 강승우 이사는 “도크의 길이가 충분하기 때문에 두 대를 동시에 건조할 수 있다”며 “마무리 작업을 거쳐 앞에 있는 선박을 내보내고 나면, 뒤에 있는 선박을 앞으로 이동시켜 선체를 완성하고, 곧바로 뒤쪽에서는 새로운 선박을 조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박 한 척을 건조하다보면 소요되는 인력이 공정마다 달라, 어느 때는 많은 사람이 투입되고, 또 다른 공정에서는 인력이 남는 불균형이 생기는데, 두 척을 동시에 건조하면 인력을 고르게 안배해 효율적으로 도크를 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은 효율적인 생산 공정관리로 선박을 더 빨리, 더 잘 만들 수 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워크아웃에 들어가야 할 만큼 위기를 겪기도 했던 대우조선해양이 빠른 시일 내에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LNG선 등 고부가가치 사업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꾀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상선 한 대의 가격이 8000만달러에서 1억달러 정도 할 때, LNG선은 1억6000만달러에서 2억달러로 두배 가량 비싸게 가격이 형성돼 있었다.
경영전략팀 안호균 부장은 “상선 건조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제품 브랜드 전략을 편 것이 바로 LNG선에 대한 투자였다”며 “고난도를 요하는 고부가가치 분야인 LNG선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기술 개발과 함께 선투자를 했던 게 적중하면서 워크아웃을 조기에 졸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워크아웃 졸업과 함께 대우조선해양은 ‘LNG선의 대명사’로 이름을 날리며 재기와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해양플랜트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난이도가 높은 대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부장은 “우리 회사는 2012년까지 조선과 해양을 중심으로 재도약하고, 2020년에는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종합중공업 그룹으로 발전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며 “이를 위해 기존의 조선해양 중심에서 해양플랜트와 에너지 사업 분야로 사업 영역 확장을 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사업 비중은 현재 30~40% 수준이지만, 향후 50~60%로 그 비중을 차츰 높여나간다는 것.
최근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면서 해양플랜트 분야에 대한 전망은 더욱 밝아졌다. 과거 대륙붕에서 석유와 가스 등을 캐냈다면, 해양플랜트선이 건조되면서 이제는 심해에서 원유를 채굴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안 부장은 “광구개발에 지분투자를 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우리 회사의 미래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광구개발로 유전이 발견되면 설비를 발주하게 될 텐데, 그때 우리 회사가 이니셔티브를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