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차 수리비는 국산차보다 훨씬 높아 자동차 보험료 인상요인이 되고 있다.
중고 수입차의 경우 물량 증가 폭이 더 커졌다. 중고차 매매업체인 SK엔카에 따르면 2013년 4월 말 기준 수입 중고차 비율은 12.2%로, 2009년 7.8%에 비해 4.4%p가량 증가했다. 주목할 것은 경매물건으로 나온 수입차의 증가다. 2008년 78건에 불과하던 중고 수입차 경매 매물이 2009년에는 157건, 2012년에는 400건으로 증가했다. 전체 물건 중 수입차의 비율로 따지면 그 폭은 더 증가한다. 경매로 넘어간 차량의 총 대수가 줄었음에도 수입차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2008년 경매로 나온 차량 총 대수는 4044대, 2012에 나온 차량 대수는 3682대다. 이 중 수입차의 비율을 따지면 1.98%에서 10.86%로 4년 사이에 5배나 늘어났다.
“더 큰 문제는 수입차의 채권자 대부분이 캐피털 회사라는 데 있습니다. 차량을 경매로 내놓은 속사정을 일일이 알 수는 없으나 구입 대금을 갚지 못해 경매로 나온 매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그런데 경매에 붙여진 수입 중고차의 경우 낙찰가가 50%대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낙찰됐다 해도 낙찰가가 캐피털사에 갚아야 할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 경우 차는 차대로 넘어가고 차주는 여전히 빚더미에 앉게 돼요.”
경매전문 업체 지지옥션 하유정 연구원의 말이다. 차량은 부동산에 비해 감가상각비가 낮아 처음 구입한 금액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으로 거래되기 일쑤다. 수입차는 그 차이가 더 크다. 지난해 2005년식 람보르기니가 1억9000만 원의 감정가로 경매에 붙여졌다가 2번의 유찰 끝에 1억4360만 원에 낙찰된 사례가 있다. 채권자는 우리캐피탈로, 경매비용을 제외한 채권금액만 1억7770만 원. 경매로 물건을 넘기고도 갚아야 하는 부채가 3500만 원가량이나 남은 셈이다.
중고 수입차의 감가상각비가 떨어지는 이유 중에는 비싼 수리비가 한몫한다. 게다가 수리보증기간이 국산차에 비해 길지 않고, 서비스센터도 적어 사고가 나거나 고장이 발생하면 비용 부담이 크고 오래 기다려야 한다. 주요 부품 가격부터 국산차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데다 공임 산출의 명확한 기준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인 경우도 허다하다. 수입차 판매사가 판매보다는 정비를 통해 돈을 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수입차의 1건당 평균 수리비는 국산차와 비교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가 발표한 손해보험사의 2010년 사고 1건당 수리비 지급 통계에 따르면 수입차는 291만6000원으로 국산차 83만5000원보다 3.5배나 높았다. 2006년 241만6000원에 비해 0.4배 높아진 수치다. 부품 값도 수입차는 국산차 대비 5.4배(2009년 기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증수리 기간이 끝난 중고 수입차는 그 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화재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대물배상 최고 보상금액은 1억7000만 원(손해액 기준)에 달했다. 수입차 등록대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수입차에 대한 손해보험사들의 수리비 지급 사례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수입차에 대한 보험료 인상 폭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것이 보험사들의 주장이다. 손보사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밝힌 지난해 12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07%, 동부화재는 102.5%, 현대해상은 99%, 메리츠화재는 104%로 업계 상위권 업체들마저 적정 손해율인 77%를 크게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탈세 활용되는 법인 차량
지난 3월 8일 보험개발원은 수입차의 높은 손해율을 반영해 BMW, 벤츠, 아우디를 비롯한 17개 수입차의 차량모델 등급(자차보험료 산정 시 기준)을 상향조정했다. 등급이 높을수록 자차보험료는 올라간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BMW 3·5시리즈와 아우디 A6모델은 7.7%, 벤츠 C·E클래스는 8.7% 정도 자차보험료가 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등급 상향조정에도 보험사가 실제 지급하는 수리비에 비해 수입차 보험료 수준은 턱없이 낮다. 차량모델등급제도의 1회 조정한도가 2등급에 불과해 수입차 보험료를 현실화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