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행 전력수급 대책의 문제점
새누리당 전하진 의원이 산업부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력부하관리 비용으로 2012년 4046억 원이 쓰였다. 또 전력수요 피크 때 소비를 줄이면 기회비용을 보전해주는 수요조정제도에 따라 2011년의 경우 현대제철은 가장 많은 161억 원의 보조금을 받았고, 쌍용양회가 64억 원, 고려아연이 49억 원을 받았다. 2012년에는 8월 말 기준으로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은 곳이 현대제철(75억원), 고려아연(25억원) 순이었다.
전력거래소는 하계 피크에는 수요관리로 수천억 원을 쓰고도 예비전력이 기준치(400만kW)를 훨씬 넘는 평균 760만kW였고, 동계 때는 690만kW를 유지했다. 2012년 6월 18일 새벽 시간의 운영예비력은 2000만kW를 넘었다.
공급예비력에 대해서도 의문은 남는다. 5월 11일 전력거래소가 공개한 현황을 보면 저녁 9시45분 공급예비력은 1232만kW로 23.43%의 예비율을 유지했다. 12일 오전 10시45분엔 공급예비력이 1719만kW로 전국에서 즉시 생산가능하거나 생산 중인 전력의 36.74%가 여분인 셈이다. 이 가운데 어느 정도가 운영예비력인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관련 정보 없고 불안”

2012년 6월 18일 2000만 kW이상의 과도한 운전예비력이 유지됐음을 보여주는 전력거래소 내부자료.
이렇게 낭비되는 전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서 경제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전 의원과 전문가들은 “거래소가 과다한 예비력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컴퓨터화한 전력계통운영 시스템 EMS(Energy Management System) 기기의 예비력 관리 프로그램, 수요예측 프로그램 등 핵심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 관련 정보가 없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EMS만 제대로 운용한다면 예비력을 훨씬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도 전력계통의 규모가 커지면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춰야 했다. 전체 발전기의 부하와 용량 등 계통 상태를 파악하는 ‘상태추정(state estimation)’과 탈락된 발전기나 송전선 사고 등을 감안해서 경제적으로 출력하는 ‘안전도 제약 경제 급전(給電)(SCED·Security Constrained Economic Dispatch)’을 위해 2001년 미국 알스톰사에 220억 원을 주고 EMS를 도입했다. 또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전력거래소가 민영화할 것으로 예단하고 경매입찰 시스템인 ABB사의 MOS(전력시장운영시스템·Market Operating System)도 들여왔다. 그런데 전력거래소는 2003년 민영화가 중단돼 MOS의 사용이 불필요해지자 EMS와 MOS를 연계해서 사용해왔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MOS의 5분 급전 기능이 뛰어나 연결시켰다고 한다.
EMS 제대로 활용 못해
그러나 기능이 서로 다른 기기를 연결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국회 토론회에서 김영창 아주대 교수는 “EMS와 MOS를 연결해 사용하는 것은 고속도로에서 한 대의 자동차에 운전자가 두 명 앉은 것처럼 비정상적이다”며 “이것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건중 충남대 교수도 “MOS는 도매경쟁시장이 개설됐을 때 필요한 것인데 우리는 이런 시장이 없기 때문에 불필요하다. MOS의 5분 경제급전을 억지로 EMS에 연계시켜 동기화되지 않아 EMS의 기능이 마비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 측은 “300억 원을 들인 시스템인데 버려둘 수 없어 연계해서 썼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답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