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1일, 국세청은 새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박근혜 정부가 생각하는 지하경제의 개념, 양성화 정책의 방향은 지난 4월 4일 국세청이 내놓은 관련 보도자료에 잘 나와 있다. 국세청은 ‘국내 역외탈세 대재산가, 사채업자 수백 명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 사실을 알리면서 지하경제 조사의 주요대상을 4가지로 소개하고 있다. △대재산가 △고소득 자영업자 △민생침해 사범 △역외탈세. 국세청은 이를 위해 지방국세청 조사국 인력을 400명 증원하고 조사팀 70개를 보강했다고 밝혔다. 특별조사국으로 불려온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아예 법인 분야의 ‘지하경제 추적조사 전담조직’으로 재편했다.
지하경제 양성화의 밑그림이 나온 뒤 박근혜 정부가 가장 먼저 칼을 빼든 지하경제 분야는 가짜 석유였다. 박 정부는 “가짜 석유 시장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한다”며 인수위 시절부터 여기에 집착해왔다. 가짜 석유를 단속하는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며 대대적인 단속을 약속했다.
가짜 석유에 이어 나온 건 주가조작 근절이다. 박 대통령은 3월 11일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이를 처음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개인투자자를 절망으로 몰아넣고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기는 각종 주가조작에 대해 상법 위반사항과 자금 출처, 투자수익금의 출처, 투자 경위 등을 철저히 밝혀 제도화하고 투명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정부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4월 18일)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주가조작 조사인력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기로 했고, 검찰은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동참했다.
그러나 상당수 경제전문가는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드라이브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말하는 ‘지하경제’의 개념과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기업,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나 체납은 그렇다 쳐도 가짜 석유는 지나치게 ‘마이너’한 분야가 아니냐는 것이다. 한 대학교수의 말이다.
“마약이나 성매매부터 대기업 탈세나 횡령까지 따지고 보면 지하경제 아닌 게 없다. 정부는 이것들을 모두 닥치는 대로 발본색원한다는 식인데, 솔직히 실효성이 의문스럽다. 특히 가짜 석유 같은 것에 집착하면서 대기업 탈세 같은 것은 뒷전으로 밀리는 느낌도 있다. 국세청장이 전경련 같은 단체를 찾아가 해명하는 일도 있지 않았나. 방향이 좀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계량화된 수치까지 제시하며 지하경제 양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4월 1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2013 업무추진계획 사전 브리핑에서 “국내총생산(GDP)의 20%로 추정되는 지하경제 규모를 향후 10~15%까지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