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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에만 특혜” “국산 소형차 개발 등한시”

‘저탄소차 협력금제’ 사실상 무산, 得일까 失일까

“수입차에만 특혜” “국산 소형차 개발 등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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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관계자는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2000cc 중형차가 ‘국민차’라는 게 말이 안 된다. 정부는 국민이 ‘세컨드 카’라도 경차로 구매하게 유도하려고 저탄소차 협력금제를 도입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2010년 기준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 국가이고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제도 도입 검토 단계부터 연구용역을 수행한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저탄소차 협력금제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것이고, 이에 따른 사회적 편익이 4956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친환경차 개발 에 힘입어 자동차 생산량과 고용이 증가하며 특히 전기자동차 개발에 필수인 배터리 산업이 크게 발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3년 4월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됐다. 본래는 2013년 7월 시행 예정이었으나 통상 문제나 국내 완성차 업계의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협의 끝에 유예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제도 시행이 다시 유보되면서 다음 정부의 손으로 넘어갔다.

시행 6개월 앞둔 공청회에서…

거침없이 추진되던 저탄소차 협력금제도 도입에 갑자기 노란불이 켜진 것은 올 초다. 당시 ‘일요신문’은 “1월 21일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인도 방문 성과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느닷없이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에 대해 ‘국산차 업체한테 벌금을 받아 외국 수입차 업체에 보조금을 주는 결과를 낳는다. 제도 시행을 늦추거나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저탄소차 협력금제 시행을 저지하려는 행보가 급물살을 탔다. 6월 9일 열린 ‘저탄소차협력금제도 도입 방안을 위한 공청회’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이 저탄소차 협력금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이 공청회에 참가한 한 대학교수는 “시행 6개월을 앞두고 열린 공청회라 어떤 차에 어떻게 보조금, 부과금을 부여할 것인가 하는 등의 효과적 제도 운영 방안을 논의할 줄 알았더니 제도의 타당성에 대해서만 따지고 있더라”며 의아해했다.

이어 6월 1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한국무역협회 등 산업단체 10곳이 저탄소차 협력금제 철회를 공동 건의했고, 6월 19일 당·정·청 정책협의회에서 제도 시행을 연기하는 쪽으로 결정이 났다. 이 제도의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당·정·청 협의회에서 배제됐다.

저탄소차 협력금제 반대자들은 “이 제도 시행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절감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근거로 드는 것은 조세연의 용역 자료다. 조세연은 지난 6월 “2020년까지 누적 감축 이산화탄소는 54만8000t, 즉 목표의 35%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실효성이 없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이는 KEI의 기존 연구 내용과 판이하다. 두 개의 국책연구기관에서 한 제도를 두고 이렇게 상반된 결과를 내놓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두 연구기관의 용역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인 것은 ‘연구 전제조건’이 달랐기 때문이다. 먼저 ‘중립구간 및 부담금 설정’을 보자. KEI는 중립구간 및 부담금을 단계적으로 강화한다고 전제했지만, 조세연은 2015년 설계된 조건이 202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적용했다.

정부는 제도 도입 계획을 내놓을 때 “시행 초기에 제작사와 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하자”며 구간과 금액을 ‘보수적으로’ 책정했다. 따라서 전체 자동차의 52.9%가 부담금과 보조금이 부과되지 않는 ‘중립구간’에 포함됐다. 2013년 12월 정홍원 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제도를 2015년 시행하되 수요자 및 산업계 부담을 최소화하는 수준으로 시행하라”라는 지시를 받고 이를 반영했다는 것.

KEI와 조세연의 엇갈린 전망

‘신차 판매 전망’도 차이가 크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신차를 살 때 보조금, 부담금을 부여하는 것이라 신차 판매량이 많을수록 보조금, 부담금 액수도 많다. KEI는 2015년 136만 대에서 2020년 151만 대까지 신차 판매량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조세연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신차 판매량을 130만 대로 동일하게 설정했다.

KEI는 “우리나라 자동차 1대당 인구수는 3.4명(2012년 수준)으로 주요 자동차 생산국(미국 2.6명, 독일 1.9명)에 비해 많아 향후 차량 판매 증가 가능성이 높다. 과거 10년간 자동차 등록대수 연평균 증가율(4.0%)과 한국교통연구원의 ‘승용차 등록대수 전망’,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한국의 자동차산업통계’ 등 전문 자료를 반영해 신차 판매량을 예측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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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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